‘때는 이때다’ 중견기업 꼼수승계 막전막후

어수선 분위기 틈타 ‘어물쩍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촛불집회가 벌써 1년전 일이 됐다. 촛불집회는 많은 것을 바꿨다. 대통령이 바뀌고 행정조직이 재편됐다.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 바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의 감독 수준을 높였다. 우선적으로 주요 그룹을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에 눈길이 쏠린 사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중견기업은 서둘러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견기업의 승계 백태를 <일요시사>서 점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지 4개월째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재벌개혁에 기치를 세웠다. 자연스레 대기업집단 위주의 감시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9월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부활은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감시 눈 피해 
부의 대이동

기업집단국은 과거 조사국으로 불리며 ‘대기업 저승사자’로 통했다. 주요 그룹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자 상위 주요 기업들은 승계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편법승계로 뒷말이 나왔던 기업은 최대한 공정위 눈에 띄지 않게 움츠린 모습이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룹내 등기이사로 자녀 이름을 올려놓기도 하고 지분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위장계열사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조그룹은 편법 승계 논란으로 뒷말이 나왔지만 뚝심있게(?)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1971년 설립돼 현재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3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현재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13.7% 수준.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2010∼2016년 사이 내부거래 비중은 최대 91%(최소 56%)에 달할만큼 높았다. 이 기간 매출은 57억원서 31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룹의 지배권을 편법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업계서 추정하는 과세 금액은 240억원 수준이다. 사조그룹 측은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사조그룹은 김 공정위원장 체제서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주 상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조해표, 사조씨푸드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24억3800만원)보다 37% 늘었다. 


노루페인트로 유명한 노루그룹도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벌개혁 나서는 ‘재계 저승사자’
대기업에 초점 맞춰지자 슬금슬금

주인공은 창업주 고 한정대 회장 손자이자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의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상무보다. 촛불집회가 한창인 지난해 11월 노루홀딩스는 노루로지넷 지분 51%를 76억9000만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 상무보의 주식 49%와 한 회장의 주식 2%를 매입한 것으로 한 상무보는 해당 거래서 74억원을 가져갔다. 한 상무보는 이를 통해 홀딩스 주식 41만주를 61억원에 매입했다. 단숨에 3.04% 지분을 사들이면서 회사의 장악력을 높였다.

여기까지는 경영승계를 위한 평범한 절차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노루로지넷이 계열사의 내부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노루로지넷은 지난해 들어 3분기 말까지 그룹 주력 회사인 노루페인트서 일감을 받아 1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 도료회사 노루오토코팅서 34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노루로지넷의 매출액이 32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회사에 50%가 넘는 일감이 내부거래로 들어온 것이다.

경영자로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빠르게 주요 회사의 임원에 오른 점도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 상무보는 1988년 생으로 미국 센턴너리대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15년 사업전략부문장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30세 나이에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경창산업 역시 우회 승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2일 경창산업은 자사주 180만주를 매각했다. 대경A/S와 위드텍이 각각 90만주를 가져갔다. 이로써 대경A/S가 지분 7.23%를 보유하며 손일호 대표(18.37%)에 이어 2대주주가 됐으며, 위드텍(5.13%)이 뒤를 이었다.

대경A/S의 지분 상황을 보면 손 대표의 아들인 태훈씨가 지분율 47%로 최대주주다. 따라서 태훈씨가 대경A/S의 지분 매입으로 경창산업의 지배력을 높이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허걱’

대경A/S의 지분 매입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창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 경창산업에 따르면 주식 매매 과정서 손 대표의 자녀들은 부과된 증여세를 납부했고 내부거래 역시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경A/S의 등기이사에 가족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태훈씨의 승계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현대중공업도 경영승계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은 전날 현대중공업 잔여주식 17만9267주를 시간 외 매매로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업분할과 지주사 전환 및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진행한 지배구조 재편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조건서 벗어났다.

당시 주식스왑으로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은 각각 27.84%, 27.64%, 24.13%까지 높아졌다. 정 이사장의 지분율도 이를 통해 기존 10.2%서 25.8%로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정 이사장은 이를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승계작업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로보틱스로 지주사를 전환함에 따라 자사주 비율만큼 배정받은 신주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배정받게 되면 의결권이 생기고 이는 경영권 강화로 이어진다. 가령 현대로보틱스가 분할 과정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을 경우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정 이사장도 이번 신주발행을 통해 지분을 넘겨 받아 아들인 정기선 전무에게 양도할 경우 경영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너도나도 
지배구조 개편

현대중공업 측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승계에 시나리오에 대해서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샘표그룹도 올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일각에선 승계작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샘표그룹의 지주사인 샘표는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올해 1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넘겨받고 샘표의 신주를 발행해 샘표주식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의 25%에 달할만큼 커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이 시나리오대로 오너 일가는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샘표 청약에 참여한 사람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과 그의 아들 박용학씨 뿐이었다.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16.46%서 33.67%로 올라갔고, 용학씨는 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사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해졌고 용학씨의 승계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리온도 승계작업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샘표그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가 사업회사 오리온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오리온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오리온 주식은 12.08%다.
 

오리온홀딩스는 샘표그룹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현물출자를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오리온홀딩스 기명식 보통주 1주당 발행가액은 2만 2931원으로 결정됐다. 

‘더 늦기 전에’ 속도 내는 작업
금수저 자녀·친척 대거 등장

오리온 1주와의 오리온홀딩스 교환비율은 4.2093236다. 매수예정수량은 1000만주다. 신주발행 규모가 전체의 25.30%에 달하는 만큼 청약 내용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담철곤 회장의 자녀인 경선, 서원씨 가운데 승계 후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배 구조 재편을 통한 승계 작업과 별개로 이른바 나이 어린 오너 일가의 일원이 경영에 참여면서 경영 자격에 의심 어린 시선이 어른거리기도 했다.

30대의 승계 후계자들이 대거 경영 전반에 참여한 것. 일부 기업에선 낙하산 뒷말이 나오기도 해 경영성과로 극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BGF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라 인사를 진행하며 임원인사를 지난달 단행했다. 이에 따라 홍정국 전무가 신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나이다. 1982년생인 홍 전무는 만 35세다. 홍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서 일하다 미국 와튼스쿨 MBA과정을 마치고 2013년 BGF리테일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1월 상무(경영혁신실장) 자리서 같은해 12월 전무(전략기획본부장)로 승진했다. 사측은 “지난 7월 편의점 CU를 이란에 진출시키며 업계 최초로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비교적 빠른 승진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텍그룹 역시 승계 후계자로 지목받는 강신욱 미래전략실 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강 이사는 1985년 생으로 33세다. 오텍그룹 강성의 회장의 자녀인 강 이사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캠퍼스를 나왔다. 

이후 미국 공조시스템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 아시아본부서 근무한 뒤 오텍그룹에 입사했다.

요직에 낙하산
지분 야금야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기준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지주사 전환을 하는 중견 기업이 많았다”며 “꼼수 승계에 대한 말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재편에 서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