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7) 전쟁

려-당 일촉즉발…과연 승자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또 태자 첨사좌위솔(詹事左衛率, 태자의 스승 정도로 추정) 이세적을 요동도 행군대총관으로 강하왕(江夏王) 도종을 부대총관(副大摠管)으로 삼아 보병과 기병 육만 명과 오랑캐들을 거느리고 신성을 통과하여 요동으로 가서 자신의 주력군을 기다리도록 했다.
 
“전하, 심려 마십시오.”

연개소문이 한숨을 내쉬며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보장왕에게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무슨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소신이 바라던 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바라던 대로라니요?”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선도해를 바라보았다.

“전하, 당태종이 직접 출정에 나섰다고 하니 이번이 기회입니다.”

“기회라! 물론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알고 있소. 그런데 어떻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냐 이 말입니다.”

출정나선 당태종

선도해가 답에 앞서 고구려의 각 성이 위치해 있는 지도를 펼쳤다.

“먼저 이세적이 이끄는 육군의 진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세적의 육군은 신성(新城, 지금의 만주 푸순 부근), 개모성(盖牟城, 만주의 개현), 백암성(白巖城, 지금의 태자하 북쪽 기슭에 있는 연주산성으로 추정)을 거쳐 요동성으로 향할 것입니다. 아울러 요동성에서 당태종인 이세민의 주력군과 합칠 것입니다.”

말을 하다 말고 선도해가 연개소문을 주시했다.


“전하, 이차로 이곳에서 당나라 군사들과 격전을 치르고자 합니다.”

“이차라니요. 그러면 일차는?”

“일차는 물론 신성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신성은 저들에게 당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신성의 병력을 보강하여 수성에 오로지할 것입니다.”

“병력이라 함은, 지원군을 의미합니까?”

“물론 지원군입니다만, 중앙군이 아닌 개모성과 백암성의 병사를 의미합니다.”

“그러면?”

“일단 개모성과 백암성은 소개시킬 작정입니다.”

“두 성을 말입니까?”

“그리하여 신성으로 병사를 집결시켜 당나라 군사에 호응하도록 할 것입니다.”

보장왕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에서 수성으로 일관하여 당나라 군사들이 요동성으로 향하도록 만들고 요동성에서 본격적인 격전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요동성이 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당연히 패할 것입니다.”

연개소문의 확신에 찬 소리에 보장왕이 이상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동성에서 저들의 진을 뽑아버리고 안시성으로 유인할 것입니다.”

“안시성 말입니까?”


연개소문의 말에 보장왕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당태종을 고구려 깊숙이 끌어 들이는 전략이라 보시면 무방합니다.”  

“안시성이라.”

“전에 말씀 드린 바 있듯이 저들을 반드시 고구려 영토 깊숙이 끌어들여 우리의 전쟁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전쟁이라면?”

“그곳에서 당태종을 잡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저들이 안시성을 그냥 지나치고 평양성으로 진격할 수 있지 않습니까?”

당태종을 되뇌던 보장왕이 아직도 불안한 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안시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평양성으로 진군한다면 그는 뒤에 가장 강력한 고구려 군사를 두는 꼴이 될 터이니 말입니다.”

보장왕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세민, 육만 오랑캐 끌고 남하 
안시성 버리고…평양성 지킨다?

“막리지께서 안시성에서 결판내려는 모양입니다.”

“국경 근처에 있는 신성에서 결판낼 수 있으나 그런 경우 자칫하면 우리는 지난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보장왕이 희생을 되뇌며 연개소문을 주시했다.

“신성에서 타격하면 저들은 그저 선선히 물러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이세민 이 놈도 진군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당나라 오랑캐 놈들이 반드시 안시성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해야 합니다. 우리 영토 깊숙이 끌어들여 퇴각조차 함부로 못하도록 상황을 조성하고 반드시 당태종의 목을 베어야 합니다.”

힘주어 말하는 연개소문의 얼굴로 묘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당태종이 이끄는 주력군이야 그렇다 하고 바다를 건너온 장량의 군대는 어찌합니까?”

“장량이란 놈이 주력군에 합세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평양성으로 진군할 수 없습니다. 행여나 그런 경우 평양성을 수비하는 우리의 중앙군이 박살내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측도 상당한 희생이 있겠구려.”

“이번이 기회입니다.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반드시 당태종 이 놈의 목을 베어야 저들의 기세를 꺾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짐은 오로지 막리지 대감만 믿겠소.”

“소신은 지금 바로 안시성으로 가서 양만춘 성주를 만나 사후의 일에 대해 전하의 의지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곁에 있던 고죽리에게 주의를 주고 후하게 대접하고는 다시 당나라로 보내고 선도해와 급히 길을 떠났다.

백암성과 신성 등 여러 성을 거치며 향후 행동에 대해 세세하게 지침을 주고 안시성에 이르러 양만춘 성주와 마주했다.

선도해가 연개소문의 전략을 상세히 설명하자 양만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시성은 반드시 목숨을 바쳐 지켜낼 것입니다만 저들이 대감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여 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소. 그러나 저들이 평양성으로 진격한다면 여하한 경우라도 이곳을 지나치지 않을 수 없소.”

“당연히 그러겠지요.”

“그렇소, 성주. 여하튼 우리의 명운이 성주에게 달렸소. 아울러 돌아가는 대로 급히 지원병을 보낼 참이오.”

“지원병이라니요?”

“물론 안시성과는 별개요.”

“말씀주시지요.”

“고연수와 고혜진으로 하여금 독자적으로 적을 맞이하도록 할 계획이오. 아울러 안시성과 떨어진 지점에서 저들의 힘을 소진시킨 후에 안시성을 공략하도록 할 것이오.”

“그들이 당나라 군사에 제대로 대적할 수 있을까요?”

“물론 책사 고정의도 함께 보낼 터이지만 그들로서는 역부족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그는 무슨 뜻입니까?”

침묵을 지키다

양만춘이 선도해를 바라보았다.

“그만큼 이번 기회를 헛되이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양만춘이 생각에 잠겼다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막리지 대감, 그건 그렇다 하고. 당나라의 수군이 곧바로 평양성으로 진격하도록 길을 잡았다고 하셨는데 만에 하나 그들이 평양성을 공격하면 어찌하시렵니까?” 

“그들이 독자적으로 평양성을 공격할 수도 없지만 설령 한다고 해도 연정토 장군이 이끄는 중앙군이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 거요.”

연개소문이 격파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러면 제게 더 말씀하실 내용은 없습니까?”

“성주는 그저 수성을 통해 저들의 진을 뽑아주시오.”

“안시성은 죽어도 저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 터입니다!”

양만춘 역시 힘주어 답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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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