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바른정당 빅딜설,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53:02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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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씩 주고받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정당 통합파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집단 탈당하는 그림이 다음달 초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는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있는 11월13일 전.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면 탈당의 명분이 약해지기에 통합파는 전대가 실시되기 전, 탈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정계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바른정당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11월)13일 전에 결판이 나야하지 않겠어요?” ‘한국당과 언제 통합하느냐’는 질문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실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어떤 결판인지 콕 찍어 말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통합파 내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한국당-바른정당 통합론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라질 당→
통합 파트너

당초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곧 사라질’ 당으로 규정했다. 당 대표 취임 후 ‘지류(바른정당) 소멸론’을 내세웠다. “첩이 아무리 본처라 우겨도 첩은 첩일 뿐”이라는 자극적인 말로 바른정당과의 대등한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던 홍 대표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바른정당 전당대회(이하 전대) 전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급선회했다.

“연휴기간 동안 바른정당뿐 아니라 늘푸른한국당까지 전부 포함하는 보수대통합을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많았다”는 게 그 이유다. “바른정당이 전대를 하게 되면 고착화가 된다”며 “사무총장은 고착화되기 전, 즉 전대 전에 보수대통합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시작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과의 물밑 교감을 통해 도출된 결과로 보인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대 당 통합을 언급한 것은 통합파에 탈당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성격이 강하다.

통합파는 그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바른정당 탈당을 주저해왔다.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고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당되면 어느 정도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박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는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던 중 홍 대표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동등한 입장에서의 통합인 당대 당 통합을 약속한 것이다.

양당 의원들은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했다. 통추위 대변인 역할을 맡으며 대표적 통합파로 분류되는 황영철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저희(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혁신의 결과물들을 내놓기를 요구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일정한 시그널이 오면 통합 분위기는 더 무르익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가 떠도는
수상한 소문

홍 대표의 갑작스런 입장 전환을 두고 일각에선 ‘한국당 비박(비 박근혜)계’-‘바른정당 통합파’ 빅딜설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 측이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 약속의 연장선으로 한국당이 정권을 탈환에 성공할 경우 바른정당서 넘어온 사람을 ‘총리’로 앉힐 것이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달 한국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 바른정당 A 의원에게 총리직을 주겠다는 식으로 ‘딜’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은 바로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약속했다는 설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올 연말로 예정돼있다. 바른정당 인사들이 대거 한국당으로 돌아오면 비박계 몸집이 커지기 때문에 원내대표직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계와 한판 승부가 가능하다. 

당 지도부 절반 이상이 친홍(친 홍준표)계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바른정당 출신 원내대표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같은 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내 1당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121명)과 한국당(107명)의 의석차는 단 14석. 만약 바른정당서 15명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면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된다.

디데이 초읽기, 탈당은 시간문제
외골수 ‘홍’, 갑자기 입장 바꿔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현재 바른정당 통합파 중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데 적극적인 사람은 10명 이내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원내 1당 자리에 변화를 줄 15명에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통합파 중 단 1명이라도 탈당하면 바른정당은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게 된다. 도미노 탈당으로 이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5명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그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뉴시스>가 바른정당 소속 20명 의원들을 상대로 ‘향후 바른정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 중심의 전수조사를 펼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이 청산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한 의원이 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합보다는 전당대회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자강론으로 가야 한다’는 답변과 ‘무응답 및 기타의견’은 각각 5명에 그쳤다. ‘국민의당과 중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답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당초 1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던 자강파는 5명에 그친 것이다. ‘무응답 및 기타 의견’을 밝힌 5명의 의원들이 향후 자강론을 펼칠 수 있지만, 현재 한국당과의 통합이 바른정당의 주류 의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당장”
발등에 불

한국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되찾게 되면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진다. 당장 한국당이 후반기 국회의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인 상황서 국회의장마저 한국당 몫이 되면 사실상 의회권력이 교체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체급을 키운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향한 총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구모임 ‘열린 토론, 미래’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으며 최근에는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최근 ‘북핵 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정례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정부의 갈팡질팡 안보 정책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북핵과 미사일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에 포퓰리즘으로 나랏돈을 퍼주면서 국방 예산을 홀대하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겁박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태세가 미덥지 못하고, 갈팡질팡·우왕좌왕하며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보수 야권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만큼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비록 다음 대선이 4년 넘게 남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초부터 ‘절차탁마’의 시간을 가졌던 당시 민주당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첫 발걸음이 한국당-바른정당 통합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전대 전 탈당 가능성을 꾸준히 환기해왔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을 나서면서 통합파의 탈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앞서 통합파는 전제조건으로 친박 인사들의 청산을 거론해왔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이들 세 사람의 출당을 의결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통합파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통합의 형태다. 가장 힘을 받았던 형태는 당대 당 통합, 즉 합당이었다. 양당 지도부 간 논의를 벌여 두 당이 전면 통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향후 있을 지방선거와 총선서 기존 한국당 의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길 원하는 통합파 입장서도 합당이 가장 이상적인 통합 형태였다. 

이에 통합파 중 일부는 자강파 설득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기류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바뀌었다. 친박 청산이 서청원 의원의 ‘성완종 리스트’ 폭로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바른정당 탈당파가 하루라도 빨리 한국당에 합류해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한국당 내에서 형성됐다.

빠르게 힘을 합칠 수 있는 탈당 후 통합, 즉 부분 통합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와 한국당 내 비박계는 서 의원의 폭로로 친박과의 세(勢) 대결서 밀리는 양상이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안을 의원총회서 통과시키기 위해 단 한 명의 표도 아쉬운 상황이다.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바른정당 통합파 일부가 탈당해 한국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홍계 인사들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에게 하루 속히 복당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탈당파들이) 좀 빨리 오기를 바라는 뜻에서 데드라인을 두고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체가 오기는 어려우니 부분 통합이라도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오시는 분들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합 반대 세력인 한국당 친박계와 바른정당 자강파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친박계는 바른정당 인사들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복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의 정당(바른정당)”이라며 “정권을 뺏기게 한 사람이 영웅이 돼 돌아오는 정치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당 출신 원내대표 가능성↑
민주당 속앓이 “1당 만은…”

바른정당 의원들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을 나왔으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친박이 세를 모아 집단 반발할 경우 부분 통합 역시 제 속도를 못 낼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 자강파는 한국당의 내분으로 탈당 명분이 약해졌다고 자평한다. 자강파의 대표격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국민이 보기에 홍 대표나 서 의원은 둘 다 썩은 보수”라며 “탈당 명분이 확 약해지면서 탈당 규모는 최대 5명으로,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통추위 활동이 통합의 어려운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추석 직전 회동을 갖고 구성한 통추위는 지난 25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가지려 했었다. 이 회동에서는 조기 탈당 등의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동은 국정감사 이후로 연기됐다.
 

대외적으로는 국감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유였다. 통추위 대변인 황 의원은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파인 저(황영철)와 김영우 최고위원, 김용태, 이종구, 주호영 의원과 만나 논의했다”며 “국감 기간 중에는 국감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고,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국감 기간 동안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친박계의 거센 저항으로 통합 논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통합에 적극적인 양 당의 수장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주 통합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4박5일간의 미국 일정 후 홍 대표는 지난 27일, 해외 국감을 마친 김 고문은 하루 늦은 28일, 각각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감은 뒷전
이슈는 통합

통추위 황 의원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의에선 보수대통합의 큰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다. 끝까지 보수대통합을 통한 보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홍 대표가 27일쯤 미국에 갔다가 귀국하고, 김 고문도 해외출장서 27일께 돌아오는데 두 분이 돌아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예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각 상임위서 여야 의원들이 막말, 고성, 파행이 되풀이 됐다. 이에 국감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국감은 9년 만에 여야가 공수를 바꿔 각각 ‘적폐청산’과 ‘무능심판’ 등의 프레임 전쟁을 펼쳤다. 

최근 국회 산자위 강원랜드 국감에선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함승희 사장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에 함 사장은 “지금 반발하는 것이냐?”고 발끈했고 정 의원은 “내가 왜 반말을 못하냐?”고 소리쳐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헌법재판소 국감에선 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방침을 밝히자 여야 의원들이 충돌, 국감이 파행됐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인준을 못 받은 김 대행에게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이라며 맞섰다.

교문위 역시 보수정권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의혹 문제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고성이 오갔다. 농해수위 국감서도 ‘세월호 질의’를 놓고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이다가 파행됐다.

매년 반복되는 모습에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감은 피감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대안제시가 목적인데 매년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감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짧은 시간 수많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일 년에 한 번 여는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국감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다. 

상시국감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별로 자율적으로 연중 시기와 기간을 정해 감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토록 하는 것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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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