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나홀로 대박’ 오너들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해마다 따박따박…종자돈 적립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고려제강이 수년간 거액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홍영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매년 20억원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까지 감안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두둑한 주머니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분석결과 고려제강은 주주들에게 62억9900만원의 배당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1주당 배당금(350원)은 전년과 동일했지만 배당금총액은 소폭 상승했다. 2015년 배당금총액은 52억4900만원이었다. 

전체 배당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최근 3년간 널뛰기를 반복했다. 2014년 1.76%에 불과했던 배당성향은 이듬해 28.5%로 급등 후 지난해 15.4%로 내려앉았다. 

1주당 배당금이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상태서 지난해 배당성향이 전년 대비 13.1%p. 줄어든 건 당기순이익 급증했기 때문이다. 고려제강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연결 기준 413억원. 174억원에 불과했던 전년과 비교해 두배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 시기에 매출액은 1조4174억원, 영업이익은 383억원이었다. 

배당성향만 놓고 보자면 상장사인 고려제강의 배당 규모는 그리 문제될만한 수준은 아니다. 통상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은 10∼20%대, 비상장사는 30∼50%대에 몰려 있다. 이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배당의 기본 취지가 주주들에게 회사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배당 정책은 긍정적인 면이 크다. 

게다가 고려제강은 매년 흑자 행진을 거듭한 덕분에 이익잉여금이 충분히 쌓여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말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약 8885억원, 이듬해로 이월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약 8628억원에 달한다. 즉, 배당규모를 늘려도 회사 재정에는 크게 무리가 없던 셈이다. 

오너 일가에 흘러가는 배당금
경영권 장악하고 수십억 척척

다만 배당의 최대 수혜자가 홍영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제강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9.44%(1250만213주)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분율 18.48%(332만7357주)를 기록한 홍영철 회장이 최대주주에 등재돼있다. 2대주주는 키스와이어홀딩스(18.33%, 329만9717주), 3대주주는 석천(16.11%, 289만9545주)다. 키스와이어홀딩스와 석천은 고려제강의 계열사로 분류된다. 
 

나머지 특수관계인 지분의 대다수는 홍 회장 일가 차지다. 홍 회장 주식에 홍석표씨(9.93%, 178만8404주), 홍희연씨(2.96%, 53만4055주), 홍순자씨(1.41%, 25만3141주), 홍종열씨(0.95%, 17만2416주)의 주식을 더하면 오너 일가 지분은 33.73%에 달한다. 

이 같은 지분율을 통해 오너 일가는 쏠쏠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지난해 홍 회장은 11억6457만원, 석표씨는 6억2594만원, 희연씨는 1억8691만원, 순자씨는 8859만원을 수령했다. 오너 일가에 귀속된 배당금의 총합이 21억2338만원이다. 

반면 전체 주주수의 99.61%(3978명)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는 회사 주식의 23.29%(419만2829주)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수령한 배당금의 총합은 14억6749만원 수준으로 홍 회장 개인 수령액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너 일가는 계열사인 홍덕과 키스와이어홀딩스서도 적지 않은 배당금을 받고 있다. 홍덕의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8억8308만원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배당금의 절반 이상은 오너 일가에 귀속됐다. 홍덕에 대한 홍 회장의 지분(33.54%, 63만1571주)과 석표씨 지분(19.07% 35만9046주)의 총합이 과반 이상인 까닭이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두 사람이 홍덕서 수령한 배당금은 30억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동안 홍덕은 매년 같은 규모로 배당금총액을 책정한 바 있다.  

홍덕은 고려제강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 및 회사기회유용 회사로 지적받았던 회사다.회사기회유용이란 경영진 또는 대주주 등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봉쇄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홍덕산업의 내부거래 상대는 고려제강 고려강선 및 해외현지법인 등으로 ▲2012년 21.12% ▲2012년 29.16% ▲2014년 22.64% ▲2015년 30.82% 등 4년 평균 25.93%에 달하고 있다.

앉은 자리서…

또 다른 계열사인 키스와이어홀딩스서 배당한 금액은 모조리 오너 일가에 귀속됐다. 키스와이어의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회사 주식은 홍 회장과 석표씨 두 사람만 갖고 있다. 홍 회장이 전체 주식의 50.25%(5만25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고 나머지 지분 49.75%(4만9750주)는 석표씨 몫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려제강 혈연 기업들

고려제강은 와이어로프 및 각종 선재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목적으로 1958년1월 설립됐다. 1976년 4월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회사의 본점은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창업주인 홍종열 명예회장으로부터 차남인 홍영철 회장은 고려제강을 물려받았다. 고려제강은 현재 고려강선, 홍덕 등 강재업계 외에도 반도체장비업체인 케이에이티와 서울청과 등 다수의 비상장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고려제강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는 홍석표씨, 홍희연씨, 홍순자씨, 홍 명예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석표씨는 홍 회장의 아들이고 희연씨, 순자씨와는 남매 관계다. 

홍 명예회장 슬하의 다른 형제들은 독자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장남 홍호정 회장과 손자 홍성표 부회장이 이끄는 고려특수선재그룹은 지배회사인 코스와이어를 중심으로 고려특수선재와 코스와이어, 코스다이스를 비롯해 열교환기 부문인 고려MG, 지산리조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남 홍민철 회장의 고려용접봉도 알짜로 소문난 회사다. 장부가만 3517억원이며 고려열연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남인 홍봉철 SYS그룹 회장은 SYS리테일을 비롯한 다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SYS홀딩스는 2001년 전자랜드서 인적분할 된 회사로, 용산 전자랜드의 임대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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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