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②재벌그룹 생존법

복불복 터지면 대박…‘돈맥경화’ 두드려야 뚫린다

재벌그룹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MB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쥐어짜기 경영’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다.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이른바 ‘한방 사업’이 제격이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손까지 뻗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재계가 내년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물론 투자 계획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러나 각 그룹들이 저마다 꿰차고 있는 고수익 사업의 사정은 다르다. 투자는 물론 확대 경영까지 꾀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주력사업 외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사업이다. 부동산만큼 단기간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이 없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값 폭락 때 매입했다가 경기회복을 틈타 매각하려는 요량이다.재계 관계자는 “부동산만한 확실한 성장동력은 없다”며 “유휴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은 담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매각을 통한 든든한 실탄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총수일가는 대부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관장하던 계열사가 ‘숨은 효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 실체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개발법 시행 전까지 그랬다. 이도 잠시. 부동산개발법이 발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동산개발업을 사업목적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기업들은 속속 등록 수정을 서둘렀다.
SK그룹과 LG그룹의 부동산 사업을 관장하던 SK디앤디(전 SK아페론)와 서브원은 부동산 개발업을 올초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도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이외에 신세계, GS리테일, 대우자동차판매, 한진, 현대건설, 제일모직, 삼성카드, 남광토건, STX조선 등도 부동산에 손을 뻗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이미 사내에 부동산 전담팀까지 신설한 상황. 일각에선 총수일가의 직속 부서로 전담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각 그룹의 부동산 팀원들의 임무는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것”이라며 “재벌그룹이 땅을 매입하면 중개업자, 복부인 등의 주변 줄매입이 이어져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부동산과 더불어 주식은 재벌가에 군침 도는 군것질거리다. 주가가 바닥인 요즘을 매입 기회로 노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악화 여파로 대부분 주식이 반토막이 나자 저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엔 재벌가 자녀들을 중심으로 ‘사자’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진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난 3일 롯데쇼핑의 주식 2천1백89주와 2천2백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각각 0.09%(2만6천8백59주), 0.09%(2만5천2백18주)로 확대됐다. 이들 모녀는 지난달 처음으로 롯데쇼핑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지분매집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 사업영역 확대 “안전빵에 올인”
부동산·주식·M&A 등 집중 투자…후유증 조심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수양아들인 광모씨도 지난달 27일 LG 주식 9만4천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광모씨의 지분율은 4.53%(7백82만3천7백15주)로 늘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과 3남인 조현상 전무도 지난달 28일 효성 지분을 각각 5만3천3백70주, 4만3천6주를 사더니 이틀 뒤인 30일 또 다시 3만주, 1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달 말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6.94%(2백43만6천9백57주), 조 전무의 지분율은 6.67%(2백34만3천7백16주)로 높아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와 장녀 조현아 상무, 차녀 조현민 과장도 최근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해 3명 모두 6만4천2백25주(0.09%)로 보유 지분이 상승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틈을 타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재벌가 자녀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적은 비용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는 물론 자사주 매입효과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에 적발된 한방을 노린 재벌가 자녀들의 주가 조작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2·3세들을 내세운 이른바 ‘재벌 테마주’사건이 그것이다.

부동산-폭락 때 매입 경기회복까지 기다려
주식-주가 바닥칠 때 저가매입 ‘호시탐탐’
M&A-‘한방 게임’단숨에 재계서열 ‘쑤욱’


검찰은 지난달 28일 주가를 조작해 1백억원대 이득을 챙긴 재벌가 자제 등을 무더기로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LG가 3세 구본호씨에 이어 두산가 4세 박중원씨,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선병석 전 뉴월코프 회장 등을 구속한 것.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재벌가 자제들이 주가조작 등으로 1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6백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등의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사채를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 펀드를 이용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까지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재벌가 자녀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는 대박 상품 중 하나다. M&A는 단숨에 재계서열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자산 5조9천억원)을 6조4천억원에 인수해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다. 재계 랭킹 11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두산그룹은 2000년 초부터 대우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재계순위를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STX그룹, 유진그룹 등도 굵직한 매물들을 손에 넣으며 재계서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현재 자산규모가 약 21조원으로 재계 12위인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산이 29조7천억원 가까이 늘어나 재계순위 10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M&A 관계자는 “현재 M&A시장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금호생명,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삼성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벌그룹의 ‘한방’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고수익을 내는 든든한 ‘안전빵 장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광고분야는 재벌그룹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최소의 자본금으로 안정적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다. 타사 광고 물량은 물론 자사 광고회사가 자산증식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인하우스’광고대행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광고비는 7조9천억원. 이중 대기업 자사 광고회사가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를 놓고 소규모의 독립 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고물량 수주도 보장된 편이다. 대기업의 자사 광고회사는 모기업과 계열사, 특수관계회사, 납품업체 등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LG그룹(HS애드)을 비롯해 삼성그룹(제일기획),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노션월드와이드), SK그룹(SK마케팅&컴퍼니), 롯데그룹(대홍기획), 보광그룹(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두산그룹(오리콤), 한화그룹(한컴), 대상그룹(상암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그룹은 하나같이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곁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광고회사를 매각한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은 2005년 이후 다시 설립했다.
이들 광고사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제일기획이 2조6억원으로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어 ▲HS애드 6천96억원 ▲이노션월드와이드 5천68억원 ▲대홍기획 3천8백4억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2천2백7억원 ▲오리콤 1천9백89억원 ▲한컴 1천6백12억원 ▲상암커뮤니케이션스 1천2백4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기업들이 자사 광고회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면서 10대 광고회사 중 무려 7개사가 대기업 자사 광고사가 차지할 정도로 인하우스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의 광고업 재진출로 주요 그룹 인하우스사들이 국내 광고업계를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장사도 꽤 안정적인 사업으로 분류된다. 재벌가 2∼4세들이 주 사업주. 너도나도 앞 다퉈 수입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수입차 사업은 거액의 초기 투자액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고수익의 매력이 있는 업종이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4%대로 오른 데다 20∼30%의 높은 마진율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수입차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 중 으뜸으로 꼽힌다.현재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코오롱그룹(HBC코오롱·BMW), 두산그룹(두산모터스BU·볼보 등), 효성그룹(더클래식효성·벤츠), SK그룹(SK네트웍스·크라이슬러 등) 등이 있다.
골프장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장은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재벌그룹들은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는 형국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5개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GS그룹(강촌, 엘리시안, 샌드파인) ▲한화그룹(용인프라자, 설악프라자, 제이드팰리스, 봉개프라자, 골든베이) ▲동양그룹(파인크리크, 파인밸리, 영랑호, 웨스트파인) ▲한솔그룹(오크밸리, 오크힐스) ▲현대·기아차그룹(해비치) ▲롯데그룹(스카이힐) 등도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골프장 사업의 신설과 증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벌그룹 ‘별별사업’백태 -‘돈만 된다면…’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개별적 추진은 물론 계열사 차원에서 이색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주력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화학·이동정보통신이 주력사업인 SK그룹은 ‘호두농사’도 짓고 있다. 호두농사를 담당하는 곳은 SK건설이다. 2004년 SK임업이 SK건설의 한 사업부로 편입된 이후 호두농사의 수확과 판매, 임야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상태다. 호두수확량은 연간 13t정도로 판매를 통한 수익(5억원)보다 오히려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정도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호두농사는 SK에게 중요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호두농사 사업은 1973년 시작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설립된 해로 고 최종현 회장이 재단설립 후 장학금으로 사용할 재원 마련을 위해 조림사업을 진행, 호두농사를 하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주력사업인 자동차 관련 사업 외에 학원사업과 의료사업을 하고 있다. 학원사업은 입시연구사와 종로학평의 계열사가 맡아 입시와 학습참고서의 출판을 맡고 있다. 의료사업은 코렌텍이 맡아 인공관절 생산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주력인 건설 외에 맑은물지키미란 계열사를 통해 하수처리장 관리 사업도 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IT·전자·통신 외에도 사업공시에 광업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색사업은 총수 일가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겉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 등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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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