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②재벌그룹 생존법

복불복 터지면 대박…‘돈맥경화’ 두드려야 뚫린다

재벌그룹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MB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쥐어짜기 경영’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다.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이른바 ‘한방 사업’이 제격이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손까지 뻗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재계가 내년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물론 투자 계획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러나 각 그룹들이 저마다 꿰차고 있는 고수익 사업의 사정은 다르다. 투자는 물론 확대 경영까지 꾀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주력사업 외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사업이다. 부동산만큼 단기간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이 없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값 폭락 때 매입했다가 경기회복을 틈타 매각하려는 요량이다.재계 관계자는 “부동산만한 확실한 성장동력은 없다”며 “유휴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은 담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매각을 통한 든든한 실탄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총수일가는 대부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관장하던 계열사가 ‘숨은 효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 실체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개발법 시행 전까지 그랬다. 이도 잠시. 부동산개발법이 발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동산개발업을 사업목적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기업들은 속속 등록 수정을 서둘렀다.
SK그룹과 LG그룹의 부동산 사업을 관장하던 SK디앤디(전 SK아페론)와 서브원은 부동산 개발업을 올초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도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이외에 신세계, GS리테일, 대우자동차판매, 한진, 현대건설, 제일모직, 삼성카드, 남광토건, STX조선 등도 부동산에 손을 뻗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이미 사내에 부동산 전담팀까지 신설한 상황. 일각에선 총수일가의 직속 부서로 전담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각 그룹의 부동산 팀원들의 임무는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것”이라며 “재벌그룹이 땅을 매입하면 중개업자, 복부인 등의 주변 줄매입이 이어져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부동산과 더불어 주식은 재벌가에 군침 도는 군것질거리다. 주가가 바닥인 요즘을 매입 기회로 노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악화 여파로 대부분 주식이 반토막이 나자 저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엔 재벌가 자녀들을 중심으로 ‘사자’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진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난 3일 롯데쇼핑의 주식 2천1백89주와 2천2백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각각 0.09%(2만6천8백59주), 0.09%(2만5천2백18주)로 확대됐다. 이들 모녀는 지난달 처음으로 롯데쇼핑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지분매집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 사업영역 확대 “안전빵에 올인”
부동산·주식·M&A 등 집중 투자…후유증 조심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수양아들인 광모씨도 지난달 27일 LG 주식 9만4천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광모씨의 지분율은 4.53%(7백82만3천7백15주)로 늘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과 3남인 조현상 전무도 지난달 28일 효성 지분을 각각 5만3천3백70주, 4만3천6주를 사더니 이틀 뒤인 30일 또 다시 3만주, 1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달 말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6.94%(2백43만6천9백57주), 조 전무의 지분율은 6.67%(2백34만3천7백16주)로 높아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와 장녀 조현아 상무, 차녀 조현민 과장도 최근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해 3명 모두 6만4천2백25주(0.09%)로 보유 지분이 상승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틈을 타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재벌가 자녀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적은 비용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는 물론 자사주 매입효과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에 적발된 한방을 노린 재벌가 자녀들의 주가 조작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2·3세들을 내세운 이른바 ‘재벌 테마주’사건이 그것이다.

부동산-폭락 때 매입 경기회복까지 기다려
주식-주가 바닥칠 때 저가매입 ‘호시탐탐’
M&A-‘한방 게임’단숨에 재계서열 ‘쑤욱’


검찰은 지난달 28일 주가를 조작해 1백억원대 이득을 챙긴 재벌가 자제 등을 무더기로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LG가 3세 구본호씨에 이어 두산가 4세 박중원씨,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선병석 전 뉴월코프 회장 등을 구속한 것.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재벌가 자제들이 주가조작 등으로 1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6백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등의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사채를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 펀드를 이용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까지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재벌가 자녀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는 대박 상품 중 하나다. M&A는 단숨에 재계서열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자산 5조9천억원)을 6조4천억원에 인수해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다. 재계 랭킹 11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두산그룹은 2000년 초부터 대우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재계순위를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STX그룹, 유진그룹 등도 굵직한 매물들을 손에 넣으며 재계서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현재 자산규모가 약 21조원으로 재계 12위인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산이 29조7천억원 가까이 늘어나 재계순위 10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M&A 관계자는 “현재 M&A시장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금호생명,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삼성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벌그룹의 ‘한방’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고수익을 내는 든든한 ‘안전빵 장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광고분야는 재벌그룹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최소의 자본금으로 안정적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다. 타사 광고 물량은 물론 자사 광고회사가 자산증식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인하우스’광고대행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광고비는 7조9천억원. 이중 대기업 자사 광고회사가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를 놓고 소규모의 독립 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고물량 수주도 보장된 편이다. 대기업의 자사 광고회사는 모기업과 계열사, 특수관계회사, 납품업체 등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LG그룹(HS애드)을 비롯해 삼성그룹(제일기획),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노션월드와이드), SK그룹(SK마케팅&컴퍼니), 롯데그룹(대홍기획), 보광그룹(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두산그룹(오리콤), 한화그룹(한컴), 대상그룹(상암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그룹은 하나같이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곁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광고회사를 매각한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은 2005년 이후 다시 설립했다.
이들 광고사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제일기획이 2조6억원으로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어 ▲HS애드 6천96억원 ▲이노션월드와이드 5천68억원 ▲대홍기획 3천8백4억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2천2백7억원 ▲오리콤 1천9백89억원 ▲한컴 1천6백12억원 ▲상암커뮤니케이션스 1천2백4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기업들이 자사 광고회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면서 10대 광고회사 중 무려 7개사가 대기업 자사 광고사가 차지할 정도로 인하우스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의 광고업 재진출로 주요 그룹 인하우스사들이 국내 광고업계를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장사도 꽤 안정적인 사업으로 분류된다. 재벌가 2∼4세들이 주 사업주. 너도나도 앞 다퉈 수입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수입차 사업은 거액의 초기 투자액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고수익의 매력이 있는 업종이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4%대로 오른 데다 20∼30%의 높은 마진율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수입차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 중 으뜸으로 꼽힌다.현재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코오롱그룹(HBC코오롱·BMW), 두산그룹(두산모터스BU·볼보 등), 효성그룹(더클래식효성·벤츠), SK그룹(SK네트웍스·크라이슬러 등) 등이 있다.
골프장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장은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재벌그룹들은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는 형국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5개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GS그룹(강촌, 엘리시안, 샌드파인) ▲한화그룹(용인프라자, 설악프라자, 제이드팰리스, 봉개프라자, 골든베이) ▲동양그룹(파인크리크, 파인밸리, 영랑호, 웨스트파인) ▲한솔그룹(오크밸리, 오크힐스) ▲현대·기아차그룹(해비치) ▲롯데그룹(스카이힐) 등도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골프장 사업의 신설과 증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벌그룹 ‘별별사업’백태 -‘돈만 된다면…’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개별적 추진은 물론 계열사 차원에서 이색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주력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화학·이동정보통신이 주력사업인 SK그룹은 ‘호두농사’도 짓고 있다. 호두농사를 담당하는 곳은 SK건설이다. 2004년 SK임업이 SK건설의 한 사업부로 편입된 이후 호두농사의 수확과 판매, 임야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상태다. 호두수확량은 연간 13t정도로 판매를 통한 수익(5억원)보다 오히려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정도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호두농사는 SK에게 중요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호두농사 사업은 1973년 시작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설립된 해로 고 최종현 회장이 재단설립 후 장학금으로 사용할 재원 마련을 위해 조림사업을 진행, 호두농사를 하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주력사업인 자동차 관련 사업 외에 학원사업과 의료사업을 하고 있다. 학원사업은 입시연구사와 종로학평의 계열사가 맡아 입시와 학습참고서의 출판을 맡고 있다. 의료사업은 코렌텍이 맡아 인공관절 생산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주력인 건설 외에 맑은물지키미란 계열사를 통해 하수처리장 관리 사업도 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IT·전자·통신 외에도 사업공시에 광업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색사업은 총수 일가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겉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 등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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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