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②재벌그룹 생존법

복불복 터지면 대박…‘돈맥경화’ 두드려야 뚫린다

재벌그룹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MB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쥐어짜기 경영’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다.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이른바 ‘한방 사업’이 제격이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손까지 뻗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재계가 내년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물론 투자 계획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러나 각 그룹들이 저마다 꿰차고 있는 고수익 사업의 사정은 다르다. 투자는 물론 확대 경영까지 꾀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주력사업 외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사업이다. 부동산만큼 단기간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이 없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값 폭락 때 매입했다가 경기회복을 틈타 매각하려는 요량이다.재계 관계자는 “부동산만한 확실한 성장동력은 없다”며 “유휴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은 담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매각을 통한 든든한 실탄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총수일가는 대부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관장하던 계열사가 ‘숨은 효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 실체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개발법 시행 전까지 그랬다. 이도 잠시. 부동산개발법이 발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동산개발업을 사업목적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기업들은 속속 등록 수정을 서둘렀다.
SK그룹과 LG그룹의 부동산 사업을 관장하던 SK디앤디(전 SK아페론)와 서브원은 부동산 개발업을 올초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도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이외에 신세계, GS리테일, 대우자동차판매, 한진, 현대건설, 제일모직, 삼성카드, 남광토건, STX조선 등도 부동산에 손을 뻗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이미 사내에 부동산 전담팀까지 신설한 상황. 일각에선 총수일가의 직속 부서로 전담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각 그룹의 부동산 팀원들의 임무는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것”이라며 “재벌그룹이 땅을 매입하면 중개업자, 복부인 등의 주변 줄매입이 이어져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부동산과 더불어 주식은 재벌가에 군침 도는 군것질거리다. 주가가 바닥인 요즘을 매입 기회로 노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악화 여파로 대부분 주식이 반토막이 나자 저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엔 재벌가 자녀들을 중심으로 ‘사자’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진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난 3일 롯데쇼핑의 주식 2천1백89주와 2천2백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각각 0.09%(2만6천8백59주), 0.09%(2만5천2백18주)로 확대됐다. 이들 모녀는 지난달 처음으로 롯데쇼핑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지분매집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 사업영역 확대 “안전빵에 올인”
부동산·주식·M&A 등 집중 투자…후유증 조심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수양아들인 광모씨도 지난달 27일 LG 주식 9만4천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광모씨의 지분율은 4.53%(7백82만3천7백15주)로 늘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과 3남인 조현상 전무도 지난달 28일 효성 지분을 각각 5만3천3백70주, 4만3천6주를 사더니 이틀 뒤인 30일 또 다시 3만주, 1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달 말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6.94%(2백43만6천9백57주), 조 전무의 지분율은 6.67%(2백34만3천7백16주)로 높아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와 장녀 조현아 상무, 차녀 조현민 과장도 최근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해 3명 모두 6만4천2백25주(0.09%)로 보유 지분이 상승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틈을 타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재벌가 자녀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적은 비용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는 물론 자사주 매입효과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에 적발된 한방을 노린 재벌가 자녀들의 주가 조작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2·3세들을 내세운 이른바 ‘재벌 테마주’사건이 그것이다.

부동산-폭락 때 매입 경기회복까지 기다려
주식-주가 바닥칠 때 저가매입 ‘호시탐탐’
M&A-‘한방 게임’단숨에 재계서열 ‘쑤욱’


검찰은 지난달 28일 주가를 조작해 1백억원대 이득을 챙긴 재벌가 자제 등을 무더기로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LG가 3세 구본호씨에 이어 두산가 4세 박중원씨,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선병석 전 뉴월코프 회장 등을 구속한 것.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재벌가 자제들이 주가조작 등으로 1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6백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등의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사채를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 펀드를 이용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까지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재벌가 자녀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는 대박 상품 중 하나다. M&A는 단숨에 재계서열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자산 5조9천억원)을 6조4천억원에 인수해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다. 재계 랭킹 11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두산그룹은 2000년 초부터 대우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재계순위를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STX그룹, 유진그룹 등도 굵직한 매물들을 손에 넣으며 재계서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현재 자산규모가 약 21조원으로 재계 12위인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산이 29조7천억원 가까이 늘어나 재계순위 10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M&A 관계자는 “현재 M&A시장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금호생명,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삼성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벌그룹의 ‘한방’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고수익을 내는 든든한 ‘안전빵 장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광고분야는 재벌그룹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최소의 자본금으로 안정적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다. 타사 광고 물량은 물론 자사 광고회사가 자산증식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인하우스’광고대행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광고비는 7조9천억원. 이중 대기업 자사 광고회사가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를 놓고 소규모의 독립 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고물량 수주도 보장된 편이다. 대기업의 자사 광고회사는 모기업과 계열사, 특수관계회사, 납품업체 등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LG그룹(HS애드)을 비롯해 삼성그룹(제일기획),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노션월드와이드), SK그룹(SK마케팅&컴퍼니), 롯데그룹(대홍기획), 보광그룹(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두산그룹(오리콤), 한화그룹(한컴), 대상그룹(상암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그룹은 하나같이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곁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광고회사를 매각한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은 2005년 이후 다시 설립했다.
이들 광고사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제일기획이 2조6억원으로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어 ▲HS애드 6천96억원 ▲이노션월드와이드 5천68억원 ▲대홍기획 3천8백4억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2천2백7억원 ▲오리콤 1천9백89억원 ▲한컴 1천6백12억원 ▲상암커뮤니케이션스 1천2백4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기업들이 자사 광고회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면서 10대 광고회사 중 무려 7개사가 대기업 자사 광고사가 차지할 정도로 인하우스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의 광고업 재진출로 주요 그룹 인하우스사들이 국내 광고업계를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장사도 꽤 안정적인 사업으로 분류된다. 재벌가 2∼4세들이 주 사업주. 너도나도 앞 다퉈 수입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수입차 사업은 거액의 초기 투자액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고수익의 매력이 있는 업종이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4%대로 오른 데다 20∼30%의 높은 마진율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수입차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 중 으뜸으로 꼽힌다.현재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코오롱그룹(HBC코오롱·BMW), 두산그룹(두산모터스BU·볼보 등), 효성그룹(더클래식효성·벤츠), SK그룹(SK네트웍스·크라이슬러 등) 등이 있다.
골프장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장은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재벌그룹들은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는 형국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5개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GS그룹(강촌, 엘리시안, 샌드파인) ▲한화그룹(용인프라자, 설악프라자, 제이드팰리스, 봉개프라자, 골든베이) ▲동양그룹(파인크리크, 파인밸리, 영랑호, 웨스트파인) ▲한솔그룹(오크밸리, 오크힐스) ▲현대·기아차그룹(해비치) ▲롯데그룹(스카이힐) 등도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골프장 사업의 신설과 증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벌그룹 ‘별별사업’백태 -‘돈만 된다면…’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개별적 추진은 물론 계열사 차원에서 이색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주력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화학·이동정보통신이 주력사업인 SK그룹은 ‘호두농사’도 짓고 있다. 호두농사를 담당하는 곳은 SK건설이다. 2004년 SK임업이 SK건설의 한 사업부로 편입된 이후 호두농사의 수확과 판매, 임야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상태다. 호두수확량은 연간 13t정도로 판매를 통한 수익(5억원)보다 오히려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정도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호두농사는 SK에게 중요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호두농사 사업은 1973년 시작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설립된 해로 고 최종현 회장이 재단설립 후 장학금으로 사용할 재원 마련을 위해 조림사업을 진행, 호두농사를 하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주력사업인 자동차 관련 사업 외에 학원사업과 의료사업을 하고 있다. 학원사업은 입시연구사와 종로학평의 계열사가 맡아 입시와 학습참고서의 출판을 맡고 있다. 의료사업은 코렌텍이 맡아 인공관절 생산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주력인 건설 외에 맑은물지키미란 계열사를 통해 하수처리장 관리 사업도 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IT·전자·통신 외에도 사업공시에 광업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색사업은 총수 일가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겉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 등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