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②재벌그룹 생존법

복불복 터지면 대박…‘돈맥경화’ 두드려야 뚫린다

재벌그룹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MB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쥐어짜기 경영’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다.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이른바 ‘한방 사업’이 제격이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손까지 뻗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재계가 내년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물론 투자 계획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러나 각 그룹들이 저마다 꿰차고 있는 고수익 사업의 사정은 다르다. 투자는 물론 확대 경영까지 꾀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주력사업 외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사업이다. 부동산만큼 단기간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이 없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값 폭락 때 매입했다가 경기회복을 틈타 매각하려는 요량이다.재계 관계자는 “부동산만한 확실한 성장동력은 없다”며 “유휴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은 담보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매각을 통한 든든한 실탄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총수일가는 대부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관장하던 계열사가 ‘숨은 효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 실체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개발법 시행 전까지 그랬다. 이도 잠시. 부동산개발법이 발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동산개발업을 사업목적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기업들은 속속 등록 수정을 서둘렀다.
SK그룹과 LG그룹의 부동산 사업을 관장하던 SK디앤디(전 SK아페론)와 서브원은 부동산 개발업을 올초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도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이외에 신세계, GS리테일, 대우자동차판매, 한진, 현대건설, 제일모직, 삼성카드, 남광토건, STX조선 등도 부동산에 손을 뻗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이미 사내에 부동산 전담팀까지 신설한 상황. 일각에선 총수일가의 직속 부서로 전담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각 그룹의 부동산 팀원들의 임무는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것”이라며 “재벌그룹이 땅을 매입하면 중개업자, 복부인 등의 주변 줄매입이 이어져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부동산과 더불어 주식은 재벌가에 군침 도는 군것질거리다. 주가가 바닥인 요즘을 매입 기회로 노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악화 여파로 대부분 주식이 반토막이 나자 저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엔 재벌가 자녀들을 중심으로 ‘사자’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진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난 3일 롯데쇼핑의 주식 2천1백89주와 2천2백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각각 0.09%(2만6천8백59주), 0.09%(2만5천2백18주)로 확대됐다. 이들 모녀는 지난달 처음으로 롯데쇼핑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지분매집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 사업영역 확대 “안전빵에 올인”
부동산·주식·M&A 등 집중 투자…후유증 조심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수양아들인 광모씨도 지난달 27일 LG 주식 9만4천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광모씨의 지분율은 4.53%(7백82만3천7백15주)로 늘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과 3남인 조현상 전무도 지난달 28일 효성 지분을 각각 5만3천3백70주, 4만3천6주를 사더니 이틀 뒤인 30일 또 다시 3만주, 1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달 말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6.94%(2백43만6천9백57주), 조 전무의 지분율은 6.67%(2백34만3천7백16주)로 높아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와 장녀 조현아 상무, 차녀 조현민 과장도 최근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해 3명 모두 6만4천2백25주(0.09%)로 보유 지분이 상승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틈을 타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재벌가 자녀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적은 비용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는 물론 자사주 매입효과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에 적발된 한방을 노린 재벌가 자녀들의 주가 조작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2·3세들을 내세운 이른바 ‘재벌 테마주’사건이 그것이다.

부동산-폭락 때 매입 경기회복까지 기다려
주식-주가 바닥칠 때 저가매입 ‘호시탐탐’
M&A-‘한방 게임’단숨에 재계서열 ‘쑤욱’


검찰은 지난달 28일 주가를 조작해 1백억원대 이득을 챙긴 재벌가 자제 등을 무더기로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LG가 3세 구본호씨에 이어 두산가 4세 박중원씨,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선병석 전 뉴월코프 회장 등을 구속한 것.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재벌가 자제들이 주가조작 등으로 1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6백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등의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사채를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 펀드를 이용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까지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재벌가 자녀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는 대박 상품 중 하나다. M&A는 단숨에 재계서열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자산 5조9천억원)을 6조4천억원에 인수해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다. 재계 랭킹 11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두산그룹은 2000년 초부터 대우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재계순위를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STX그룹, 유진그룹 등도 굵직한 매물들을 손에 넣으며 재계서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현재 자산규모가 약 21조원으로 재계 12위인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산이 29조7천억원 가까이 늘어나 재계순위 10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M&A 관계자는 “현재 M&A시장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금호생명,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삼성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벌그룹의 ‘한방’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고수익을 내는 든든한 ‘안전빵 장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광고분야는 재벌그룹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최소의 자본금으로 안정적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다. 타사 광고 물량은 물론 자사 광고회사가 자산증식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인하우스’광고대행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광고비는 7조9천억원. 이중 대기업 자사 광고회사가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를 놓고 소규모의 독립 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고물량 수주도 보장된 편이다. 대기업의 자사 광고회사는 모기업과 계열사, 특수관계회사, 납품업체 등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LG그룹(HS애드)을 비롯해 삼성그룹(제일기획),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노션월드와이드), SK그룹(SK마케팅&컴퍼니), 롯데그룹(대홍기획), 보광그룹(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두산그룹(오리콤), 한화그룹(한컴), 대상그룹(상암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그룹은 하나같이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곁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광고회사를 매각한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은 2005년 이후 다시 설립했다.
이들 광고사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제일기획이 2조6억원으로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어 ▲HS애드 6천96억원 ▲이노션월드와이드 5천68억원 ▲대홍기획 3천8백4억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스 2천2백7억원 ▲오리콤 1천9백89억원 ▲한컴 1천6백12억원 ▲상암커뮤니케이션스 1천2백4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기업들이 자사 광고회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면서 10대 광고회사 중 무려 7개사가 대기업 자사 광고사가 차지할 정도로 인하우스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LG그룹,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등의 광고업 재진출로 주요 그룹 인하우스사들이 국내 광고업계를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장사도 꽤 안정적인 사업으로 분류된다. 재벌가 2∼4세들이 주 사업주. 너도나도 앞 다퉈 수입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수입차 사업은 거액의 초기 투자액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고수익의 매력이 있는 업종이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4%대로 오른 데다 20∼30%의 높은 마진율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수입차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 중 으뜸으로 꼽힌다.현재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코오롱그룹(HBC코오롱·BMW), 두산그룹(두산모터스BU·볼보 등), 효성그룹(더클래식효성·벤츠), SK그룹(SK네트웍스·크라이슬러 등) 등이 있다.
골프장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장은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재벌그룹들은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는 형국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5개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GS그룹(강촌, 엘리시안, 샌드파인) ▲한화그룹(용인프라자, 설악프라자, 제이드팰리스, 봉개프라자, 골든베이) ▲동양그룹(파인크리크, 파인밸리, 영랑호, 웨스트파인) ▲한솔그룹(오크밸리, 오크힐스) ▲현대·기아차그룹(해비치) ▲롯데그룹(스카이힐) 등도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골프장 사업의 신설과 증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벌그룹 ‘별별사업’백태 -‘돈만 된다면…’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개별적 추진은 물론 계열사 차원에서 이색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주력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화학·이동정보통신이 주력사업인 SK그룹은 ‘호두농사’도 짓고 있다. 호두농사를 담당하는 곳은 SK건설이다. 2004년 SK임업이 SK건설의 한 사업부로 편입된 이후 호두농사의 수확과 판매, 임야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상태다. 호두수확량은 연간 13t정도로 판매를 통한 수익(5억원)보다 오히려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정도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호두농사는 SK에게 중요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호두농사 사업은 1973년 시작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설립된 해로 고 최종현 회장이 재단설립 후 장학금으로 사용할 재원 마련을 위해 조림사업을 진행, 호두농사를 하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주력사업인 자동차 관련 사업 외에 학원사업과 의료사업을 하고 있다. 학원사업은 입시연구사와 종로학평의 계열사가 맡아 입시와 학습참고서의 출판을 맡고 있다. 의료사업은 코렌텍이 맡아 인공관절 생산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주력인 건설 외에 맑은물지키미란 계열사를 통해 하수처리장 관리 사업도 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IT·전자·통신 외에도 사업공시에 광업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색사업은 총수 일가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겉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 등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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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테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성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