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① ‘한탕주의 공화국’ 자화상

‘권력’으로만 만족 못해?

어느 분야 못지않게 한탕주의가 판치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정치권력과 함께 교묘히 맞물려 가기 때문에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곳이 정치권이다. 최근 경제가 갈수록 어렵다 보니 정치권력을 이용해 부정적으로 돈을 모으는 정치인들이 하나 둘 경찰에 적발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계에 있었던 대표적인 정치인들의 한탕주의 사례를 들춰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탕주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도덕과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다.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정상적, 도덕적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챙겨왔더라면 사회가 이렇게 혼란과 불균형으로 혼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재계 고위층들은 피땀 없이 부를 누리게 됨에 따라 국민경제가 곤두박질쳐 서민이나 노동계층의 불만, 불신이 팽배하면서 도박과 도둑이 난무하는 한탕주의가 판을 치게 되었다.


사례1 전두환 전 대통령 한탕주의
한국 정치에서 ‘비자금’에 대해 말할 때 대표적인 인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치하의 제5공화국은 대규모 권력형 금융 비리사건으로 시작됐다. 그 당시 어마어마한 검은 비자금들이 나돌면서 자신의 배만 채우겠다는  한탕주의에 빠진 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지난 1982년 전두환 정부는 전화교환설비를 새 기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 수준으로 봐도 충분히 기계식 교환기에서 전자식 교환기로 바로 교체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단 반전자식 교환기로 교체한 다음 전자식 교환기로 바꿨다. 그 결과 교환기는 실제 필요한 것보다 2배나 많이 공급돼야 했고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은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지난 1988년 제6공화국인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야당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전두환 정부 당시 삼성과 금성 같은 대기업들로부터 전화 교환기를 구매하면서 기종에 따라 회선 당 1백40달러~69달러씩을 비싸게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낭비된 국민 세금은 지난 1982~1988년 동안 무려 6천2백억원이 넘었고, 이중 상당한 금액의 돈이 당시 권력층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계식 교환기에서 전자식 교환기로 곧바로 교체하지 않고 중간에 반전자식 교환기를 설치한 것은 전두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수작이었던 것이다.

사례2 노태우 전 대통령 한탕주의
전직 대통령들의 이러한 비자금을 통한 한탕주의는 전두환 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권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제6공화국 시절이었던 지난 1990년 10월30일 대검 중앙수사부는 서울 강남구 수서ㆍ대치 택지개발지구 주택 건설을 맡은 한보가 택지 분양과 관련해 로비자금을 뿌리고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이태섭 의원과 장병조 청와대 문화체육담당비서관 등이 한보를 위해 서울시에 외압을 넣은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민정당 이태섭 의원과 평민당 이원배 의원에게 각각 2억원, 평민당 김태식 의원과 민정당 김동주 의원에게는 거액의 로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장 비서관에게도 9차례에 걸쳐 2억 6천만원이 건네진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정태수 회장은 수서 택지분양 특혜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구속됐고, 구속된 지 5개월 만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199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당시 정 회장은 풀려난 지 석 달 뒤인 1995년 1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서사건과 관련해 1백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구속됐다. 정 회장은 1997년 2월 한보특혜대출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이 외에도 막대한 로비자금이 당시 권력층에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일관했다.

사례3 민주당 정대철 전 대표 한탕주의
한참 잘 나가던 시절, 돈을 만지거나 받은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정치인은 이외에도 많다. ‘떡을 만지면 떡고물이 손에 묻기 마련’이라는 이후락 전 안기부장의 말에서 보듯 각 정권의 실세 주변에는 늘 돈의 그림자가 떠나지 않았다. 민주당 정대철 전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정부패사범을 향한 검찰의 칼끝은 매서웠다.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을 수사해 윤창열 대표 등 관련자 30여명을 기소했다.
조사 결과 윤 대표는 2001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자기 자본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고리 사채나 금융기관 대출금 차입에 의존, 사업을 개시해 피해자 1천2백9명으로부터 분양대금 3천7백33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윤 대표는 이 과정에서 회사자금 1백69억원을 개인 채무금 변제, 개인명의 투자, 가족 주택 구입 등의 명목으로 횡령했으며 (주)한양 인수 및 다단계판매회사 설립 등 쇼핑몰 사업 외에 수백억원을 임의로 유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윤 대표는 당시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와 중구청 등에 로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탁병오, 서울시의정회 사무총장 김인동씨 등 고위 공무원에게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뿌렸다. 또 이 과정에서 민주당 정대철 전 대표는 윤대표에게서 건축 인허가 명목으로 4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 20억여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년에 추징금 4억원을 선고 받았다.

사례4‘6공의 황태자’박철언 한탕주의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을 통한 한탕주의에 빠진 정치인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정권 시절 정치권 사정의 첫출발인 1993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전 자민련 의원이 또 대표적인 인사다.
YS 정권 초기 당시 슬롯머신계의 대부인 정덕진, 정덕일 형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홍준표 검사는 정씨 형제를 선처해주는 대가로 많은 단서를 얻어냈고(유죄거래협상, plea bargaining), 이를 근거로 박철언 전 의원과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이건개 등 여러 고위인사를 체포하고 처벌했다.
정씨 형제는 1980년대 초부터 슬롯머신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쌓았고, 정계 권력 실세들과 법조계에 다각적 로비를 펼쳤다. 당시 수사 결과를 통해 이들이 제5공과 제6공화국 권력층의 정치자금원 중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었다. 3당합당으로 집권한 YS입장에서는 ‘5공, 6공 청산’이라는 이미지 메이킹도 하고 정치적 걸림돌인 박철언 전 의원을 제거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정씨 형제로부터 당시 6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 6개월 복역한 후 사면복권 됐다.
박 전의원은 구속 직전 “새벽이 왔다면서 닭의 목은 왜 비트는지 모르겠다”며 YS에게 불만을 터뜨렸지만 그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실세 중의 실세로 정치자금은 물론, 공천과 인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슬롯머신 업자인 정덕진 형제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당시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기도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전화교환설비 교체비 6천억 사건
한보그룹 특혜분양 사건과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

사례5 이용재 전 대변인 한탕주의
최근에는 ㈜부산자원에 거액의 대출을 알선해 주고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용재(56)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ㅈ저축은행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이용, 담보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대출을 성사시켜 돈을 챙긴 일이 벌어졌다.
이 전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박모(48ㆍ구속) 부산자원 대표의 변제능력을 부풀려 말하면서 저축은행 회장에게 대출을 종용하고, 대출 현장에서 알선 대가를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이 전 대변인은 청와대 사정 담당관으로 근무하던 1993년 ㅈ저축은행 유모 회장과 처음 만났다. 둘을 연결해 준 이는 동화은행 신모 전무로, 당시 안영모 행장이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 로비를 벌인 동화은행 사건으로 처벌받은 인물이다. 신 전무는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8백억원 가량을 관리해 준 의혹을 받아 다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또 2002년 당시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이 이 전 대변인을 박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듬해 대선자금 수사 때 6백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양쪽을 알게 된 이 전 대변인은 서울시 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3월 ㅈ저축은행 유모 회장에게 박 대표를 소개했다. 그 뒤 6월 유 회장을 찾아가 부산 녹산공단에 폐기물처리장을 건설 중이던 부산자원에 4백억원의 담보대출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부산자원이 토지공사에서 사들인 부지의 감정가는 240억원에 불과해 이를 담보로 4백억원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씨는 유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대출을 성사시켰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정ㆍ관계에 두루 인맥을 뻗치고 있는 자산가로 소개하며 대출을 신속히 집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수감 중인 진승현씨가 석방되면 박 대표는 2천억원을 받을 사람”이라며 유 회장을 설득했고, 또 “박 대표가 DJ 정권 때 동교동계 실세들을 전부 주무른 사람”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의 아들”이라고 내세웠다. 박 대표는 DJ 정부 시절이던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은 바 있다.
이씨는 “박 대표가 경기도 포천에 땅 2백만평을 가지고 있고, 여의도와 강남에 빌딩이 한 채씩 있다”고 말한 뒤 대출에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박 대표의 사업내용이나 재산상황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박 대표의 대출금 수령 현장에 동석해 대출금 일부를 곧바로 챙겼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박 대표가 ㅈ저축은행 사무실에서 대출금 2백70억원을 받을 때 함께 했던 이씨가 수표가 든 봉투에서 20억원을 꺼내 대출알선 대가로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 넣고, 바로 20억원을 더 꺼내 유 회장에게 대출성사의 대가로 건넸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소환조사를 받은 뒤 자유선진당 대변인직을 사임했다.

 ‘조동만 비자금’ 연루 정치인 줄줄이
김현철 20억원 받은 혐의로 구속

2004년 4월, 조동만 비자금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조동만 비자금 사건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이동통신 회사 지분을 매각한 뒤 받은 1천9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돈으로 전·현직 정치인들에게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으로 과거 황태자로 불렸던 김현철씨가 20억원을 받아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그동안 정치활동을 포기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조동만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들에게 대부분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끝났다. 공소시효를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돈을 받은 시점이 2000년 3월과 2001년 5월이다 보니 정치자금법 공소시효인 3년이 지났고, 수사무마청탁과 함께 1998년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 역시 알선수재 공소시효 5년이 넘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원형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에 대해서는 2002년 공기업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조 씨가 이들에게 건넨 돈 이외에도 수억원의 비자금을 추가로 확인했지만 사용처는 사실상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깊게 뿌리 박힌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이었다. 부채로 허덕이던 부실기업의 주식을 시세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팔아, 엄청난 차익이 챙긴 것도 그렇거니와, 그 돈을 정치권에 뿌리면서, 구조조정이라는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은 기업주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반증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