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본색(?) 드러낸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대권 도전할 생각이고 ‘역할’ 있다고 본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민주당 최고위원, 당개혁특위 위원장, ‘민주희망 2012’ 공동대표, 불법도청진상조사특위 위원장 등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천정배 최고위원. 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자신의 정치관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침착하고도 확고한 모습을 보였다. 연속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의 12번째 인물로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도청은 기본권 무시와 야당 탄압 
“끝까지 진실 밝혀 법적 책임 물을 것, 소 취하 절대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판·검사 임명을 거부하고 변호사의 길을 걸은 것에 대해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 밝히는 천정배 최고위원. 때문에 그는 불의와 싸우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의원으로 늘 회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과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는 ‘민생정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지역 규탄대회에서 “이명박 정권 확 죽여버려야 되지 않겠느냐”는 발언으로 ‘패륜아’라는 원색적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정치적 소신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이명박 정권과 맞짱 뜰 수 있는 정치인’으로도 인식 되었다.

진실, 평화, 민주주의, 생명, 서민을 지켜 정의로운 길로 가겠다는 천 최고위원은 ‘민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행동하는 정의’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당대표실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입장은.
▲ 도청은 기본권을 무시한 처사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입법부의 권위와 야당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탄압이다. 그것도 제1야당 대표실에서…. 한마디로 심각한 중대 범죄다. 최근 경찰이 민주당에서 유출된 것도, 벽치기 등의 방법으로 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이것은 한국판 ‘워터게이트’사건이다.

- 한선교 의원을 고발 했는데 취하할 생각은 없는가.
▲ 한나라당과 한선교 의원이야말로 이번 불법도청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1차적인 책임자이고 당사자다. 한 의원이 취재원 보호차원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민주당 당직자에게서 입수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수사 협조요청을 받고도 출국했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고소 취하는 절대 없다.
 
- 최근 공식 출범한 ‘민주희망 2012’의 공동대표가 되었는데, 각오는.
▲ 민주당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믿음직한 수권정당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새로 출범했다. 우리는 특정인의 계파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니다. 오직 민주당, 개혁진보세력의 2012년 승리를 위해 우리부터 헌신하겠다는 자세로 나선 것이다.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개혁진보세력이 승리하는데 선봉대, 전위대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 민주희망 2012의 역할은 무엇인가.
▲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개혁해야 한다. 우선 당내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이다. 당이 바른 길로 가도록 적극 앞장 설 것이고, 혹시나 발을 헛디디려 할 때는 즉시 바로 잡는 역할을 하겠다. 또 국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도 제시할 생각이다.

"검찰의 심정은 이해
자신들 돌이켜 봐야"

- 최근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입장은.
▲ 자기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검사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검사는 국민의 머슴이고 봉사자인 공무원이다. 그런데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많은 논의를 거쳐 결정한 일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왜 찬성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고 자성해야 한다. 검찰 또한 이겨내기 쉽지 않겠지만 극복해야 한다.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하는 애정어린 충고다.

- ‘미디어렙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 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힘 있는 방송들은 광고시장을 교란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 광고주들은 광고를 통해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이어 재벌의 방송장악이 이뤄질 것이고 부수가 작고 자본력이 없는 언론들은 광고를 얻지 못 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표현의 자유 억압과 미디어 다원주의도 위기에 빠지게 된다. 8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언론악법 날치기로 탈당계까지 내는 ‘초강수’를 두며 투쟁을 벌였는데.
▲ 한미FTA에 반대하며 26일간 단식을 했었고, 미디어법을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포장마차 끌고 전국을 다녔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소수야당으로서 도저히 막아낼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때 더 치열하게 싸워 막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 종편이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 한나라당 정권이 헌재의 결정도 무시하고 날치기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독점과 탐욕세력의 논리를 퍼트리며 자신들의 이익이 국민이 이익인양 호도하고 국민을 세뇌 시키려는 의도다. 조중동 종편방송에 특혜를 주는 것은 반드시 막는데 사력을 다할 것이고 막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되돌려 놓을 것이다.

- 당 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합리적이고 적합하다 생각하는 공천방식은.
▲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지키면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천방식을 만들려 한다. 상향식 공천은 돈선거, 동원선거라는 폐해가 있다. 각종 폐해를 막고 신인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개혁특위 내에서 ‘슈퍼스타K 방식’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 공천개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이유는.
▲ 개혁은 기득권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가 기득권을 고집하면 우리는 고립된다. 기득권을 버리면 국민은 우리 편이 될 것이다. 당 개혁은 2012년 승리를 위한 것이다. 많은 신인들이 참여해서 깨끗하고 공정한 경선을 치른다면 이 자체로 엄청난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한나라당과 대결하는 본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 “최저임금 OECD 권고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OECD는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유럽연합은 60%를 권고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는 26%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OECD회원국답게 50%기준을 적용하고, 당장 불가능하다면 점진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슈퍼스타 K식
배심원제 도입 필요

- 재벌기업에 대한 입장은.
▲ 재벌 계열사들 사이의 불공정한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문제다. 재벌 오너들은 상속세를 탈세하며 편법적으로 상속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조세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2천만명의 중산층과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바깥에서 호랑이들끼리 싸우라고 키워놨더니 자기 집 가축을 잡아먹는 꼴이다.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

“믿음직한 수권정당 만들어 내년 총선, 대선 승리 이끌 것”
“MB정권, 독점과 탐욕세력 이익 위해 국민이 준 권력 사유화”

-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 한나라당은 아직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추가감세 철회한다고 했다가 이걸 또 철회한다고 했다. 그랬다가 다시 추가감세 철회한다고 한다. 홍준표 대표는 법인세 감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그야말로 중구난방,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다.

- 당론 채택만으론 안 된다는 것인가.
▲ ‘강부자’ 정당인 한나라당이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신임지도부가 정말 민심을 헤아릴 줄 안다면, 서민들을 위해 추가감세 철회뿐만 아니라, 부자감세 전체를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할 것이다.


- ‘야권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 2012년 승리는 개혁진보세력, 민주당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가능하면 7~8월 내에 논의를 끝내고 빨리 통합했으면 좋겠다. 우선 과거 민주당을 함께 했던 개혁세력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민주당이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해야 가능한 것인데, 이런 양보를 강제할 수 있는 개혁세력이 민주당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야권통합의 실마리를 푸는 일이다.

- 차기 민주당 대권후보는 누가 적합하다 보시는지.
▲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의 노선을 실현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목표는 정의와 복지 그리고 평화이다.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을 가지고 철저한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개혁 의지와 정체성, 그리고 비전을 가진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누구라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나도 도전할 생각이고 역할이 있다고 본다.

-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홍준표 체제’로 재편되었는데.
▲ 그동안 한나라당 정권이 어떤 정책을 해 왔는가? 그것 때문에 이익을 본 세력이 독점탐욕 세력이다. 홍 대표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더구나 홍 대표는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강부자, 친재벌, 토건재벌 정당으로 국민의 평가가 끝났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고통받는 국민의 분노를 잘 새겨듣고 잘 하길 기대한다.

-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은 독점과 탐욕세력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했다. 나는 무턱대고 비판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권은 뭐 하나 잘했다고 할 게 없다. 불과 3년 반 동안에 나라의 모든 가치 있는 것을 다 망가뜨려버렸다. 민주주의도, 의회도, 서민복지도, 4대강도, 하여튼 모든 것, 남북관계도, 심지어는 안보도 다 망가뜨렸다. 어떻게 3년 반 동안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참 놀라운 일이다.

한나라당 정책으로
독점탐욕세력 이득

- 최고위원으로서 개혁적인 당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최고위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의 길을 가도록 앞장서서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로써 2012년 (선거에서)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트위터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 1위를 차지했는데 ‘SNS 정치’에 대한 생각은.
▲ 정치란 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을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생생한 목소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또 트위터 하는 사람들은 보면 세대와 계층을 망라해 사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신문이나 TV뉴스 대신 SNS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에 내년 총·대선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최근 중동민주화가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 최고위원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5가지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 첫째, 선명야당으로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비판과 견제 둘째, 당내 기득권과 관행을 넘어서는 확실한 당 개혁 셋째, 일자리, 보육, 교육, 노후, 의료, 주거, 남북관계 등 국민의 7대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과 정책 제시 넷째, 선의의 경쟁 속에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정의롭고 능력있는 인물을 키우기 다섯째, 야권통합·연대를 이루기. 한나라당 일대일 구도로 만들 때 확실히 집권할 수 있다. 이 5가지를 이루기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정리=이주현 기자

<천정배 최고위원 프로필>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6년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3년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5년 제57대 법무부 장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11년 민주당 최고위원, 개혁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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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