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임산부의 날> 예비맘 고충을 아십니까

“임신이 벼슬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조합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해 2005년 제정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임산부의 날은 보건복지부 주최,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의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에선 임산부의 날을 맞아 엄마아빠 프로그램, 임산부 존중 릴레이 캠페인 등을 벌인다. 기업도 임산부의 날을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호텔업계도 임산부를 위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기념일 맞이에 동참했다.

저출산 시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온 현재 저출산 문제는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저출산 극복에 쏟은 돈은 126조8834억원에 달한다. 합계출산율이 2004년(1.15명), 2005년(1.08명) 연이어 급락하면서 저출산 5개년 계획이 3차례나 나왔지만 올해 합계출산율은 1.03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생아 수도 35만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운 목표보다 9만여명이나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산을 통한 복지제도의 확충으로 결혼과 임신, 출산을 유도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고지영 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은 “젊은 세대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시간이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되짚어봐야 한다”며 “일과 가정이 균형 있게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인식과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출산 장려 126조 썼지만…
주변 시선들 여전히 ‘가혹’

실제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K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정모(33)씨는 첫째를 임신하고 산달까지 일했다. 정씨는 “간호사는 업무량이 정말 많기 때문에 한 사람만 빠져도 다른 사람에게 가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아이를 낳기 2주 전까지 일했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였다”고 전했다.

아이를 임신한 후 반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무역회사에 취업한 송모(31)씨는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린 이후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선배가 ‘배 불러오면 일하기 힘들 거다’ ‘정말 할 수 있겠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심지어 왜 이렇게 임신을 빨리 했냐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송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임신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임산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가혹한 부분이 존재한다. 임신한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의 복지제도는 눈치 때문에 사용이 쉽지 않다. 

회사 입장에선 출산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업무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회사에서 여성을 채용할 때 결혼 여부와 임신 가능성 등에 대해 묻는 건 그 때문이다.


임산부를 위해 배지를 배포하거나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을 마련하는 것보다 임산부에게는 비용이 든다는 사회적 시선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임산부를 배려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수도권 지하철 1∼8호선 전동차 한 칸 당 2좌석씩, 총 7140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 중이다. 임산부 배려석이 생긴 지 5년이 지났지만 ‘분홍색 좌석’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을 경우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아도 되는지 아니면 항상 비워둬야 하는지 여부다.

늘 비워놔야 한다는 쪽에선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 알아보기 힘든 임신 초기 여성이나 눈치를 보는 임산부를 위해 당연히 비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어 있다면 앉아도 된다는 쪽은 ‘임산부가 왔을 때 양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체 좌석의 5%도 되지 않는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실제 임산부들의 좌석 이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선 임산부가 배려석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차 내 방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임신 초기 여성을 위해 ‘임산부 먼저’ 배지를 배포하는 등 임산부 배려석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하철 배려석 ‘남녀갈등’
실제 제대로 사용도 못해

그 사이 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임산부 배려석 정책을 두고 ‘임신이 벼슬이냐’ ‘맘충’ ‘너만 임신해봤냐’ ‘유난 떤다’ 등의 임산부 혐오 현상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 좌석에는 모두가 앉을 권리가 있는데 한 좌석을 임산부를 위해 빼두는 것은 과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됐다.

심지어 일본에선 임산부 마크를 달고 다니는 여성을 대상으로 고함을 지르거나 일부러 배를 가격하는 등 테러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임산부 먼저’ 마크에 X표를 하는 등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산부들은 오히려 배려석 이용을 꺼리고 있다. 출퇴근처럼 혼잡한 시간대에는 이용이 어려울뿐더러 사용한다 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임산부는 40.9%에 불과했다.
 

현재 둘째를 임신한 광명시의 주부 박모(29)씨는 임산부 배려석을 제대로 이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임산부 마크를 가방에 매달고 다니긴 하는데 딱히 효과는 없는 것 같다”며 “어쩌다 운 좋게 배려석에 앉았다가 한 노인이 눈총을 주는 바람에 일어난 적이 있다”고 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SNS상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OO패치 중 ‘오메가패치’라는 게 있다. 오메가패치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을 몰래 촬영해 SNS상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처형식의 마녀사냥은 결국 경찰조사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실제 배려를 받아야 할 임산부는 아예 배제됐다.


시선 바뀌어야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임산부 배려석을 바라보는 시선서 생기는 갈등이 문제”라며 “임산부들이 왜 배려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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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