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③> 재계 총수들의 추석나기

이래저래…회장님은 머리가 아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민족 명절 한가위. 국민들은 친인척들을 만나 재충전한다. 재계 총수들에게도 한가위는 머리를 식히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각양각색 총수들의 추석나기를 <일요시사>에서 들여다봤다.
 

유난히 긴 올해 추석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올해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등의 대변혁의 시기를 나고 있어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보내려는 모습이다. 

건강이 최고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건강 문제로 투병중이다. 이 회장은 장기 입원 중인만큼 이번 추석도 병원서 맞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킨 뒤 3년여간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하다. 이따금 간병인에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갈 만큼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건강관리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8월 이 회장은 미국 LA서 열리는 ‘K-CON’에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에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투스(CMT) 병을 앓고 있기 때문. 

당시 주치의는 장시간 비행이 이 회장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막판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입사원 아이디어 경연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몸 상태가)80∼90%정도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구상부터 건강관리 ‘조용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실속일정 소화

이 회장은 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PGA ‘더 CJ컵 @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 참석해 글로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통해 CJ를 알리고 그룹 목표인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에 한 발 더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 위해 추석 기간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고민이네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기업의 총수는 이번 황금연휴를 경영구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장벽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8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7만606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116대)보다 39% 줄었다. 지난해 6위였던 시장점유율 순위는 13위까지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개척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드 관련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서도 당장 중국 시장 철수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국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7개 도시서 ‘올뉴 루이나’ 발표회를 열고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략형 소형세단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2010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루이나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116만대를 기록한 베이징현대의 인기 차종이다. 

신형 루이나는 지난 6월초 열린 충칭 모터쇼서 처음 공개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파워트레인은 카파 1.4 MPI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 및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소형 세단급인 만큼 20대 젊은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사드 관련 고민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추석 연휴기간 신 회장은 사드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업군에 대한 경영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중국 시장서 백기를 들었지만 사드의 여파는 국내사업까지 퍼져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4일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가위 앞두고 갈린 희비
한해 마무리 위해 재충전
 

철수 소식 전인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중인 상황이었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사드 여파로 지난해 12월 중단돼 재개를 못하고 있다.

롯데의 고민은 중국내 사업뿐만 아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발 사드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지난해 2326원에 견줘 96.8%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신 회장에게 이번 추석은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사는 어떻게…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이 지난 12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형제 관계 회복 여부에 눈길이 쏠렸지만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의지를 재천명하면서 형제의 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70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유성 사단'과 결별한 신 전 부회장이 새 홍보자문역으로 국내 모 전문지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 SDJ코퍼레이션은 대변인 직책으로 국내 홍보대행사 대표를 선임해 언론 홍보를 맡긴바 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계약해지와 함께 홍보방식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외에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대거 롯데 오너 일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머리아픈 추석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가족간 송사로 따뜻한 한가위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과의 소송전이 몇해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형뿐 아니라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조 전 부사장이 부동산 매매업·임대업을 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소송에 이긴 모습이지만 재계에선 형제간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휴가는 없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게는 연휴기간이 좀더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달 말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 수상 기념 연례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가 미국 뉴욕서 개최하는 연례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올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밴 플리트 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고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으로서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이은 2대째 밴 플리트 상 수상이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서 현지 법인과 사업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를 마무리한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장을 점검하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SK하이닉스와 SK E&S 현지 법인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력 인사들과의 면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국 날짜나 현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잠 못 이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이번 한가위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조용히 보낼 것이란 전언. 현재 조 회장은 회삿돈 유용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조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사는 16시간이 걸릴 정도로 강도가 셌다.

조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와 관련된 회삿돈 유용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회삿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로 썼을 뿐 본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찰은 조 회장을 재소환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경찰이 한진 임직원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추석 기간 마음 편히 가족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이번 한가위를 만끽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본사 등에 방문해 한화와 한화테크윈 세무 및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는 한화그룹 지주사로 탄약, 정밀유도 및 레이저 무기 등 방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한화테크윈은 케이(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서 전격 착수한 탓에 한화 측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여유로운 추석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사 악몽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연휴가 악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곤혹스런 명절이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고소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로 일했던 A씨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증거를 조사한 후 김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건강문제 때문이라는 전언이지만 세간에선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측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A씨 측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A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다”며 “100억원은 기본이고 알파의 수준을 봐서 합의 혹은 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의도적으로 영상을 녹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신체 접촉 과정서 강제성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어찌됐든 김 회장은 불명예스러운 송사에 휘말리게 된 모습이라 이번 추석에는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는 중국의 사드 문제와 미국 무역 장벽이 맞물리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뀐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까지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져 추석 기간 총수들은 비교적 차분히 한해 마무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