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④> 대목 기다린 사람들

“한 몫 잡자” 남들 놀 때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명절 대목에 가장 바쁜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연휴는 그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한모씨는 지난해 추석 당일 올해 추석에는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연휴가 긴만큼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해 미리 예약을 해놓자는 말도 나왔다. 1년 전이었지만 예약은 벌써 꽤 차 있었다. 그만큼 올해 추석연휴를 기다린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항공권 다 팔려
장거리여행 늘어

사람들은 여름휴가보다 긴 연휴에 들떴다. 저마다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지만 첫 손에 꼽히는 건 단연 여행이다.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이 1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는 명절 기준으로 최대치다. 지난해 추석(47만명), 올해 설(50만명) 연휴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여행사들은 역대 최장 기간 연휴에 휴식도 잊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행 전문업체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미 황금연휴 기간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은 대부분 판매됐다”면서도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선택폭이 넓어져 남아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연휴가 길어진 만큼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 못지않게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도 많아졌다.

또 명절 연휴 때 고향에서 차례만 간단히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이나 나들이를 떠나는 D턴족의 증가로,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6일 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날을 포함, 주말 등 4일의 연휴가 생겼다. 이때 고궁 입장객은 전년대비 70%,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8.6%, 철도 탑승자 수는 8.5% 증가한 바 있다.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발생할 내수 구멍을 국내 여행객들이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면세점 업계는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이번 추석 마케팅 타겟층은 내국인이다. 
 

그동안 10월1일 중국 국경절을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몰입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사드로 인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긴 점도 한 원인이지만 연휴 때 해외로 떠나는 국내 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 지정 최장 10일 연휴
국내·외여행객수 100만명 넘을 듯

면세점 업계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의 경우 10월9일까지 자동차, 적립금 등을 지급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면세점은 오프라인 전점에서 1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휴가비 현금 지원 이벤트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10일간의 연휴는 단비와도 같다”며 “업체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해 분주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연휴 기간 국내 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방범 문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명절 등 연휴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추석 연휴 기간 일어난 침입범죄가 평소에 비해 2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은 긴 연휴동안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 침입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 때만 되면 방범장치 매출이 폭등한다. 온라인에선 빈집털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방범용품과 CCTV, 금고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달간 CCTV-IP 카메라 매출이 57% 늘어났다.

CCTV-IP 카메라는 어디서나 집 안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가정용 방범 카메라로,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을 지켜볼 수 있다. 최근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 설치가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추석이 가까워오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방범장치 매출 증가는 매년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지난해에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범장치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CCTV와 디자인만 동일할 뿐 실제 촬영은 되지 않는 가짜 CCTV 등 이색 방범용품도 큰 관심을 받았다. G마켓 관계자는 “긴 연휴에 대비해 가정용 방범 장치를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창문이나 베란다에 쉽게 설치하는 제품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집 지키는 물건을 구매했지만 반려동물이 남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펫팸족(Pet+Family)이 1000만명에 이르는 등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유통업계는 펫팸족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앞 다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반려동물 호텔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 서비스업은 전년 동기 12%가 증가했다. 이 중 숙박·호텔업은 전체의 약 46%로 가장 많았다. 미용·화장업(32%), 장례·장의업 및 산책·돌보기업(각각 11%)보다 높은 수치다. 청주의 한 애견호텔은 명절을 열흘 정도 앞두고 있지만 예약률이 평균 50%를 넘었다.

침입범죄 기승
방범장치 불티

최근 반려동물 호텔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펫시터다. 펫시터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위탁 받아 일정 기간 돌봐주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반려동물을 거의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반려동물 호텔보다 맞춤형으로 돌봐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호텔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차가 없는 사람이 반려동물과 멀리 이동할 때 이용 가능한 펫미업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에서 추석 연휴를 맞아 펫미업 택시 서비스 이용권을 정가 대비 50%에 제공하는 등 이색상품이 나올 정도. 

차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안전벨트는 물론 배변패드 등이 갖춰져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주목하면서 신사업으로 떠올랐다.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여행을 떠나는 비율도 늘었다. 숙박O2O인 ‘여기어때’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숙소는 지난해 7월 70여곳에서 올해 7월 210여곳으로 1년새 3배가량 증가했다. 반려동물 동반 호텔에서는 반려동물 베드 겸 쿠션, 식기, 물그릇, 배변판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평에 있는 한 펜션에는 온수풀이 구비된 애견수영장과 놀이터는 물론, 훈련 기구까지 마련돼 있어 펫팸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벌초·차례 등 명절에 직접 챙겨야 했던 일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점차 확대 중이다. 가족의 규모가 줄고 일정이 바빠지면서 조상의 묘 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전문가가 예초기를 들고 산소의 풀을 베다 큰 부상을 입거나 벌집을 건드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면서 그 수요는 더 많아지고 있다. 또 예초기를 빌려 벌초를 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도 대행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벌초에 상차림
대행서비스 인기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의 벌초 대행 서비스인 ‘산소 관리 서비스’의 지난해 이용건수는 1만8308기로 전년대비 39%가 늘었다. 전국 300여개 지역 농협과 산림조합은 물론 사설 대행업체도 500곳에 이른다. 

농협의 경우 이용료가 1기당 6만∼10만원이지만 분묘가 있는 지역이나 위치·거리·봉분 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조상의 묘 관리는 업체에 맡기는 것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차례 상차림 대행업체도 예약이 폭주 중이다. 편리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용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해 배달해 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차리기만 하면 된다. 
 

지난해 기준 차례상 대행서비스의 가격은 20만원 초반대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추정한 4인 가족 기준 명절 차례상 준비 비용(24만∼33만원)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라 앞으로도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형외과·극장 물만나
‘혼추족’ 잡으려 마케팅

명절 대행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추석 장을 보는 주부들을 겨냥한 제수용품 판매와 상차림 음식을 시연하는 등의 초단기 실속 아르바이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추석선물 판촉·배달·상하차 업무에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은 온라인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짧고 굵게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명절 기간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경기불황 속 용돈을 마련하려는 대학생·취준생뿐 아니라 귀향하지 않는 직장인에 주부까지 가세했기 때문.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는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은 데다 임금도 즉시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16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이유는 ‘평소보다 시급이 높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40.7%)였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최저시급인 6470원으로 계산하면 5만1760원이지만 명절 기간 마트 단기 근무를 하면 최저 5만5000원서 10만원이 넘는 일급을 받을 수 있다.

추석연휴 동안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향집에도 내려가지 않고 혼자 있길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세태라고 볼 수 있다. 

1인 가구는 자신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업계에선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당장 혼추족의 증가로 호텔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혼자 호텔에 묵으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합성어)’족이 늘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에선 혼추족을 겨냥한 패키지 구성에 나섰다. 그랜드힐튼 서울호텔은 1인 북맥(책과 맥주의 합성어)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예약이 폭증 중이라고 밝혔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도 1인 예약 손님을 위한 싱글즈 패키지를 내놨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스파 서비스와 칵테일 등을 제공한다.

유통업계도 혼추족의 증가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혼추족을 위한 1인 명절음식 세트를 내놓은 것은 물론 소포장 셀프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AK플라자에서는 ‘명절음식 DIY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삼색나물, 동태전과 쇠고기 완자전 등 제수용 전, 송편과 같은 명절음식 중 원하는 상품을 골라 세트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업계도 혼추족의 증가로 도시락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 편의점 업체의 추석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무려 580%나 급증했다. 추석 대목을 노리는 편의점 업계는 혼추족의 입맛을 잡기 위해 제품 늘리기에 나섰다.

추석 대목을 맞이한 곳으론 성형외과도 빼놓을 수 없다. 연휴 기간을 이용해 간단한 성형수술·안과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성형외과는 이들을 위해 연휴 기간에도 진료를 하는 등 본격적인 ‘대목 맞이’에 나섰다. 

특히 이번에는 최장 10일을 쉴 수 있기 때문에 연휴 첫날 수술을 받고 남은 기간 푹 쉬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은 연휴 동안 정상 진료는 물론 야간 진료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가 역시 추석 성수기를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추석 연휴는 영화 산업 최대의 대목이다. 가족, 연인 단위 고객은 물론 1인 고객들도 긴 연휴 기간 극장가를 찾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로는 조선 인조14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남한산성>이 선봉에 선다.

1인 가구 잡아라
셀프 선물세트도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사도> 등 추석 연휴 흥행 영화의 계보를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외화로는 최근 주연배우가 내한한 <킹스맨: 골든서클>이 있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으로 극장가를 노리고 있다. 영화계는 굵직한 국내외 영화간 대결로 추석 관객몰이를 기대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추석 연휴 ‘스미싱’ 주의보
‘아차’ 순간 다 빠져나간다

여행사, 유통업계뿐 아니라 인터넷 사기꾼들도 추석 연휴를 대목으로 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피싱 사기 수법인 스미싱 주의보가 내렸다. 명절을 맞아 선물세트를 주문하거나 항공권을 예매한 사람들을 노린 범죄다.

‘OO통운인데 OOO고객님이 주문한 선물세트의 배송지가 불확실해 정정을 부탁한다’는 내용과 인터넷 주소가 섞인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식이다.

아무 인터넷 주소 클릭 금지
선물 주문자 노린 범죄 늘어

실제 선물세트를 주문해놓은 고객이 무심코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그 순간 숨겨진 악성코드가 작동해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나 사진,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공인인증서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빼앗기게 된다.

‘추석맞이 상품권·숙박권·항공권 떨이’ 등의 문자에 속아 돈을 실제로 입금하면 다시 되돌려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지난 추석의 경우 연휴 전후로 2주간 212건의 피해가 접수돼, 한 해 평균보다 16%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인터넷 주소는 절대 누르지 말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기능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