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⑧ 특별대담> 보수 리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30:05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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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대통령? 협치 가장한 ‘쇼통’”

[일요시사 정치팀]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번 한가위를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만은 없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 그로인해 꼬여버린 미·중과의 관계는 물론 국내 문제들까지, 도처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일요시사>는 견제와 균형의 기수라 할 수 있는 제1야당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지난 2016년이 상실의 해였다면, 2017년은 심기일전의 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분당과 대선 패배. 반 토막난 정당 지지율은 과거의 영광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랬던 한국당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2017년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신인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치대학원은 큰 호응을 얻으며 젊은 지지층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했다. 강점이던 안보 분야는 과거 여당이던 시절보다 더욱 적극적인 의원 외교로 풀어가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완연한 회복새를 보이는 상태다.

이렇듯 당이 정상궤도를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안방마님이라 할 수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의 공이 적지 않다. 자칫 계파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친박(친 박근혜)계와 친홍(친 홍준표)계의 중심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여당과의 협상에선 밀리지 않는 굳건함을 선보였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좌우명처럼 정 원내대표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음은 정 원내대표와 일문일답.


- 원내대표 신분으로는 첫 추석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국민여러분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올해는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장기간의 내수침체와 북핵 안보위기로 국민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특히 일자리 문제, 살충제 계란 파동 등 민생 문제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북핵 안보위기로 든든한 안보를 유지해주길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어긋났습니다. 우리당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연휴기간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아울러 각 지역구, 민생 현장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명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내년 6·13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출정을 앞두고 당을 대표해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인 이번 지방선거서 일방적인 독선·독주식 국정운영에 경각심을 줄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된 상태서 선거가 시작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대로 우리 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를 수호해온 보수가 침몰해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보수진영과 국민들 사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보무능, 안보불감, 포퓰리즘 정책, 공영방송 장악시도 등 문재인정권의 일방적인 독선·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보수 야당의 결집을 통한 보수 우파의 대통합입니다.

- 보수대통합 성사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잠시 당을 탈당했던 의원들도 보수대통합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으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전 여건이 성숙되면 그분들이 조만간 우리당으로 모이리라 기대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지지여론을 등에 업고 멈출 줄 모르는 일방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하고 무분별한 퍼주기식 복지 포퓰리즘에 제동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모두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취임 첫 추석 “안보·민생 최우선”
중도-우파 대동단결 “승산 있다!”


문재인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대통합, 더 나아가 ‘중도-우파 정치세력의 대동단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대통합이 힘들다면, 최소한 수도권서만이라도 야3당이 단일 후보를 내면 좋겠다는 의견을 화두로 던진 바 있습니다. 여건이 갖춰지면 중도-우파 정치세력의 성숙한 성찰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당 정치대학원서 인재 육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지난달 정원의 2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우리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고무적인 사실은 지원자 중 20∼40세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여러 혁신을 통해 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젊은 층의 지지로 당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직 문재인정부에 대한 임기 초의 기대감이 남아 있지만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10개월 이상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로 당이 시끄러웠습니다. 실제 당원들 중 많은 수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부관참시’라며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출당은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혁신위서 박 전 대통령 출당권고를 제안했지만 최고위에선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서 더 이상의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혁신안을 두고 당내 구성원들 간의 적절한 논의를 거쳐 지혜롭게 해결해야할 때입니다. 종국적으로는 우리당의 비전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입니다.

- 당원들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두고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전횡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요. 원내대표님 생각은?
▲우리당이 지난 20대 총선 이후 계파갈등으로 인한 분당사태로 당원과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한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당은 뼈아픈 혁신과 개혁을 진행했고 그 결과 지금의 한국당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계파갈등은 더 이상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계파갈등으로 한국당이 얼마나 많은 신뢰를 잃었는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야 비로써 적통보수정당으로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서 또 다시 계파갈등이 재연된다면 더 이상 당원과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는 요원해질 것입니다. 당원과 국민들께서도 한국당에 대한 포용과 화합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해 ‘선당후사’의 마음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해주신다면?
▲협치의 모습이 아닌 소통을 가장한 ‘쇼(Show)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독선과 독단으로 인해 협치가 깨지고 작금의 정치상황을 어렵게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난국을 국회와 야당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입니다.

현재 국회 상황은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과 오만한 자세로 꽉 막혔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한다면 결코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밝힙니다. 

진정한 협치를 위해 문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압박하는 정치공세에만 매달리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반을 넘기며 고공행진 중이지만 최근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진단하시나요?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 정치, 쇼통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에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줬죠. 양복 자켓을 스스로 벗는다든지, 국민들과 셀카를 찍는 것, 국가유공자들과 얼싸안는 모습 등 탈권위적인 모습들이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많은 기대를 갖게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 없이 단순한 감성정치만으로 일군 지지율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행태는 보여주기식 쇼(SHOW)통이고 안보 문제는 먹통, 야당과는 불통이었습니다. 

쇼통, 먹통, 불통이었고 장밋빛 환상만 보여주는 포퓰리즘 정책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졸속 원전 중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문재인 케어 등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치지 않은 대표적인 쇼통 정책입니다.

지금과 같은 일방통행식 독주 앞에 문 대통령이 말하는 ‘협치’는 국민들을 호도하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지금처럼 독선·독단적인 국정운영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지지율은 ‘모래위의 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것입니다.

- 문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마디로 보은인사, 나홀로인사, 코드인사를 3대 기준으로 한 ‘보나코 인사’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문재인정부의 인사는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가 됐습니다.

고위공직자 5대 인사배제원칙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5대 배제원칙은 ‘게 눈 감추듯’ 사라졌고, 오히려 배제 원칙이 아닌 임명원칙이 됐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셨으니 아실 것입니다. 

“문통 하루빨리 현실감각 회복해야”
정부 대북노선 지적…“왕따 된다”


과연 후보 자격조차 있는지, 사전검증이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개혁과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삼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보은 인사만 단행한 셈입니다.

- 최근 변화가 감지되긴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게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약 90억원) 대북 인도지원 검토’인데요.
▲북한 핵실험 제재를 골자로 한 UN안보리 결의 이틀 만에 또 이런 발표가 나왔습니다. 핵무장한 북한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지 이 정부의 ‘오락가락’ ‘좌충우돌’ 안보정책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결속해 북한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만 대북 제제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국제사회서 소위 ‘왕따’가 되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 몇몇 진보 성향의 매체들은 ‘코리아 패싱’ ‘문재인 패싱’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코리아 패싱’ ‘문재인 패싱’은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군사적 도발 위협에는 눈감은 채 대화론을 강조하는 등 ‘대화 구걸’에 매달렸습니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죠.

후보 시절,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했던 부분이 바로 안보 분야 아니겠습니까? 북한의 핵무장이 눈앞에 닥쳐왔는데도 문재인정부는 아직도 환상적 통일관과 그릇된 대북관, 자주파적 동맹관에 빠져 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런 생각만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 대한민국이 대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문재인정부의 ‘아마추어리즘적 안보 무능’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한국당서 직접 나설 계획입니다. 한국당은 우리 국민을 지킨다는 각오로 ‘전술핵 재배치 1000만명 서명운동’과 ‘전술핵 재배치 외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만 봐도 국민의 68% 이상이 전술핵 배치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당은 미국에게 안정된 핵 균형 질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전달한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한국당은 안보정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겠습니다.

- 10월 남북회담 추진설이 제기됐습니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끝없는 도발에도 대화에만 목을 매는 게 황당하고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전세계는 북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죠.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와 압박을 밀고 나가야 함에도 우리나라만 지금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사회서 볼 때 이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고 있다’는 그릇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자칫 대북제재 국면서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가는 ‘코리아 패싱’ ‘문재인 패싱’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이 한반도 논의에 있어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것이죠.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현실감각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 추석을 맞아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북핵 위험에 따른 안보와 안전 문제, 그리고 경제 활성화, 정치개혁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다 함께 노력해야만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민생 속에서도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안보를 최우선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려 올바른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지혜와 열정을 바치겠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귀성·귀경길 되시길 바랍니다.


대담 = 최민이 편집국장
정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정우택은?]

▲부산 출생
▲하와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제7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32대 충북도지사
▲15·16·19·20대 국회의원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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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