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①> 문재인 한가위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29:13
  • 호수 1133호
  • 댓글 0개

지금까진 정중동…이젠 해결사로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인사·북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가위 구상에 돌입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내상을 입은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통과로 ‘인사 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덕분에 여·야·정 협치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정국해법은 뚜렷하지 않다.  아울러 ‘북핵’ 문제는 문 대통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한 문 대통령의 한가위 플랜을 들여다봤다.    
 

지난 18일부터 3박5일 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문 대통령이 귀국했다. 방미 길에 오르기 전 문 대통령은 “국제외교무대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명수 극적 통과  
한시름 놓은 문

미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차가워진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론 “한국경제에는 북핵 리스크가 없다. 안심하고 투자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핵심 일정을 소화하며 올해 두 번째 방미 일정을 마쳤다. 

당초 방미길에 앞서 문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국회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부 쌍두마차인 헌재소장 임명 부결은 문 대통령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번졌다. 아울러 여·야·정 협치 실패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7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미국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유엔 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문제도 제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이수 전 후보자 부결 여파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게까지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대승적 판단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인준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야당에 호소했다. 아울러 귀국 후에는 각 당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할 뜻을 밝혔다.
 

즉, 야당에 ‘협치에 나설 테니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힘써 달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 방미 나흘째던 지난 21일 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 대통령이 걱정 했던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에 있어 한결 부담감을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국회 통과 “죽다 살아났다”
여야정 협치 방점 찍은 대명절 구상

다만 이번 임명동의안 과정서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일방통행’이라 비판했던 야3당은 표결로서 문 대통령을 흔들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김 후보자의 부결을 정한 만큼 김 후보자의 임명 문제는 국민의당의 투표결과에 달린 것과 다름없었다. 국민의당 내부서 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격론이 오고 갔었다.

국민의당은“ 의원들이 3차례 의총서 격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아 본회의 통과를 예상했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높고 그에 대한 국민적 열망 또한 높은 상황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요구되는 경력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 코드인사로 사법부 독립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사법부 쌍두마차 임명동의안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른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하지만, 이번 표결 결과만 두고 문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수·중도 진영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고 국민의당은 조율자 역할을 통해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 
협치 재시동 

한가위를 맞은 문 대통령은 ‘협치’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문 대통령은 각 당의 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도 협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 21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찬성 이후 국민의당을 찾아 “(김이수-김명수 인준이) 국민의당과의 협치에 관해 큰 숙제를 던져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이에 “이제 대화와 소통의 협치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야당과 현안마다 협조를 구하면 우리 우 원내대표가 오래 못 살 것”이라며 “우 원내대표를 위해서도 시스템에 의한 협치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한 협치는 무엇일까. 우선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가동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이 아주 엄중한데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위한 여야정 간의 소통·협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해 대통령이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 자문회의 구성 ▲인사원칙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인사 추천 다양화 방안 강구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 간 국정협력이 보다 원활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이번 정기 국회서 각종 개혁입법안의 통과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당은 앞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에 대해 공식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와 소통의 기초 환경이 무너지고 안보 무능, 인사 참사,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도 없는 상황서 한국당이 들러리 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강공 자세를 보여 협치 국면은 빠르게 냉각됐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꺼내든 만큼 한국당의 기조 변화가협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북핵
평화적 해결

우선 한국당의 입장 선회를 위해 일시적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역설하며 합리적 명분을 내세워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국민의당과의 끈끈한 연대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미 두 차례 임명동의안 과정서 ‘국민의당만 잡으면 된다’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에게 끝까지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 정족수인 3분의 2를 달성할 순 없지만, 과반만 충족시키면 되는 법안 및 임명 투표 있어서는 국민의당의 힘이 절대적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도를 쉽게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서도 증명 됐듯 국민의당은 두차례 모두 자유투표에 임했다. 당론을 정하지 않음으로서 한쪽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을 잡느냐 혹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으로 다른 야당과의 공생관계를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한가위를 기점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청사진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뉴욕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포섭 작전 ‘과연 통할까?’ 
북 경색 국면…국가적 대응 방책은?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분간의 단독 회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북한의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를 위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집권 초기부터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두고 제재와 대화에 방점을 찍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취했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북핵 문제 해법의 큰 틀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지난 21일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 결정도 이 같은 문 정부의 대북 기조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지원 시기와 지급 방식은 통일부장관이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지원 시기와 규모를 확정 짓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서 이번 지원 결정으로 국내·외 여론악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 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대북 대응 방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북한만의 방식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정부의 대북정책을 “안보 포기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대북 유화책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꼬집었다. 

특히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앞으로도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응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제를 두고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북핵 문제는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하는 입장인 문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보 딜레마
향후 정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국론이 분열된 상황서 북핵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정파적 차원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국가적 차원서 북핵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책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