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①> 문재인 한가위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29:13
  • 호수 1133호
  • 댓글 0개

지금까진 정중동…이젠 해결사로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인사·북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가위 구상에 돌입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내상을 입은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통과로 ‘인사 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덕분에 여·야·정 협치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정국해법은 뚜렷하지 않다.  아울러 ‘북핵’ 문제는 문 대통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한 문 대통령의 한가위 플랜을 들여다봤다.    
 

지난 18일부터 3박5일 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문 대통령이 귀국했다. 방미 길에 오르기 전 문 대통령은 “국제외교무대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명수 극적 통과  
한시름 놓은 문

미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차가워진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론 “한국경제에는 북핵 리스크가 없다. 안심하고 투자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핵심 일정을 소화하며 올해 두 번째 방미 일정을 마쳤다. 

당초 방미길에 앞서 문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국회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부 쌍두마차인 헌재소장 임명 부결은 문 대통령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번졌다. 아울러 여·야·정 협치 실패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7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미국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유엔 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문제도 제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이수 전 후보자 부결 여파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게까지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대승적 판단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인준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야당에 호소했다. 아울러 귀국 후에는 각 당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할 뜻을 밝혔다.
 

즉, 야당에 ‘협치에 나설 테니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힘써 달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 방미 나흘째던 지난 21일 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 대통령이 걱정 했던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에 있어 한결 부담감을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국회 통과 “죽다 살아났다”
여야정 협치 방점 찍은 대명절 구상

다만 이번 임명동의안 과정서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일방통행’이라 비판했던 야3당은 표결로서 문 대통령을 흔들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김 후보자의 부결을 정한 만큼 김 후보자의 임명 문제는 국민의당의 투표결과에 달린 것과 다름없었다. 국민의당 내부서 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격론이 오고 갔었다.

국민의당은“ 의원들이 3차례 의총서 격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아 본회의 통과를 예상했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높고 그에 대한 국민적 열망 또한 높은 상황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요구되는 경력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 코드인사로 사법부 독립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사법부 쌍두마차 임명동의안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른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하지만, 이번 표결 결과만 두고 문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수·중도 진영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고 국민의당은 조율자 역할을 통해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 
협치 재시동 

한가위를 맞은 문 대통령은 ‘협치’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문 대통령은 각 당의 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도 협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 21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찬성 이후 국민의당을 찾아 “(김이수-김명수 인준이) 국민의당과의 협치에 관해 큰 숙제를 던져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이에 “이제 대화와 소통의 협치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야당과 현안마다 협조를 구하면 우리 우 원내대표가 오래 못 살 것”이라며 “우 원내대표를 위해서도 시스템에 의한 협치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한 협치는 무엇일까. 우선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가동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이 아주 엄중한데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위한 여야정 간의 소통·협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해 대통령이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 자문회의 구성 ▲인사원칙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인사 추천 다양화 방안 강구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 간 국정협력이 보다 원활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이번 정기 국회서 각종 개혁입법안의 통과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당은 앞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에 대해 공식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와 소통의 기초 환경이 무너지고 안보 무능, 인사 참사,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도 없는 상황서 한국당이 들러리 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강공 자세를 보여 협치 국면은 빠르게 냉각됐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꺼내든 만큼 한국당의 기조 변화가협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북핵
평화적 해결

우선 한국당의 입장 선회를 위해 일시적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역설하며 합리적 명분을 내세워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국민의당과의 끈끈한 연대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미 두 차례 임명동의안 과정서 ‘국민의당만 잡으면 된다’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에게 끝까지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 정족수인 3분의 2를 달성할 순 없지만, 과반만 충족시키면 되는 법안 및 임명 투표 있어서는 국민의당의 힘이 절대적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도를 쉽게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서도 증명 됐듯 국민의당은 두차례 모두 자유투표에 임했다. 당론을 정하지 않음으로서 한쪽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을 잡느냐 혹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으로 다른 야당과의 공생관계를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한가위를 기점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청사진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뉴욕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포섭 작전 ‘과연 통할까?’ 
북 경색 국면…국가적 대응 방책은?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분간의 단독 회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북한의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를 위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집권 초기부터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두고 제재와 대화에 방점을 찍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취했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북핵 문제 해법의 큰 틀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지난 21일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 결정도 이 같은 문 정부의 대북 기조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지원 시기와 지급 방식은 통일부장관이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지원 시기와 규모를 확정 짓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서 이번 지원 결정으로 국내·외 여론악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 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대북 대응 방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북한만의 방식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정부의 대북정책을 “안보 포기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대북 유화책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꼬집었다. 

특히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앞으로도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응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제를 두고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북핵 문제는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하는 입장인 문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보 딜레마
향후 정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국론이 분열된 상황서 북핵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정파적 차원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국가적 차원서 북핵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책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