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①> 문재인 한가위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29:13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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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진 정중동…이젠 해결사로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인사·북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가위 구상에 돌입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내상을 입은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통과로 ‘인사 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덕분에 여·야·정 협치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정국해법은 뚜렷하지 않다.  아울러 ‘북핵’ 문제는 문 대통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한 문 대통령의 한가위 플랜을 들여다봤다.    
 

지난 18일부터 3박5일 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문 대통령이 귀국했다. 방미 길에 오르기 전 문 대통령은 “국제외교무대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명수 극적 통과  
한시름 놓은 문

미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차가워진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론 “한국경제에는 북핵 리스크가 없다. 안심하고 투자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핵심 일정을 소화하며 올해 두 번째 방미 일정을 마쳤다. 

당초 방미길에 앞서 문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국회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부 쌍두마차인 헌재소장 임명 부결은 문 대통령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번졌다. 아울러 여·야·정 협치 실패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7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미국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유엔 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문제도 제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이수 전 후보자 부결 여파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게까지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대승적 판단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인준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야당에 호소했다. 아울러 귀국 후에는 각 당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할 뜻을 밝혔다.
 

즉, 야당에 ‘협치에 나설 테니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힘써 달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 방미 나흘째던 지난 21일 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 대통령이 걱정 했던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에 있어 한결 부담감을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국회 통과 “죽다 살아났다”
여야정 협치 방점 찍은 대명절 구상

다만 이번 임명동의안 과정서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일방통행’이라 비판했던 야3당은 표결로서 문 대통령을 흔들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김 후보자의 부결을 정한 만큼 김 후보자의 임명 문제는 국민의당의 투표결과에 달린 것과 다름없었다. 국민의당 내부서 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격론이 오고 갔었다.

국민의당은“ 의원들이 3차례 의총서 격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아 본회의 통과를 예상했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높고 그에 대한 국민적 열망 또한 높은 상황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요구되는 경력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 코드인사로 사법부 독립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사법부 쌍두마차 임명동의안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른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하지만, 이번 표결 결과만 두고 문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수·중도 진영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고 국민의당은 조율자 역할을 통해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 
협치 재시동 

한가위를 맞은 문 대통령은 ‘협치’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문 대통령은 각 당의 대표를 만나 국가안보와 국정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도 협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 21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찬성 이후 국민의당을 찾아 “(김이수-김명수 인준이) 국민의당과의 협치에 관해 큰 숙제를 던져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이에 “이제 대화와 소통의 협치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야당과 현안마다 협조를 구하면 우리 우 원내대표가 오래 못 살 것”이라며 “우 원내대표를 위해서도 시스템에 의한 협치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한 협치는 무엇일까. 우선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가동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이 아주 엄중한데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위한 여야정 간의 소통·협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해 대통령이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 자문회의 구성 ▲인사원칙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인사 추천 다양화 방안 강구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 간 국정협력이 보다 원활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이번 정기 국회서 각종 개혁입법안의 통과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당은 앞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에 대해 공식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와 소통의 기초 환경이 무너지고 안보 무능, 인사 참사,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도 없는 상황서 한국당이 들러리 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강공 자세를 보여 협치 국면은 빠르게 냉각됐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꺼내든 만큼 한국당의 기조 변화가협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북핵
평화적 해결

우선 한국당의 입장 선회를 위해 일시적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역설하며 합리적 명분을 내세워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국민의당과의 끈끈한 연대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미 두 차례 임명동의안 과정서 ‘국민의당만 잡으면 된다’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에게 끝까지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 정족수인 3분의 2를 달성할 순 없지만, 과반만 충족시키면 되는 법안 및 임명 투표 있어서는 국민의당의 힘이 절대적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도를 쉽게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서도 증명 됐듯 국민의당은 두차례 모두 자유투표에 임했다. 당론을 정하지 않음으로서 한쪽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을 잡느냐 혹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으로 다른 야당과의 공생관계를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한가위를 기점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청사진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뉴욕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포섭 작전 ‘과연 통할까?’ 
북 경색 국면…국가적 대응 방책은?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분간의 단독 회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북한의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를 위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집권 초기부터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두고 제재와 대화에 방점을 찍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취했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북핵 문제 해법의 큰 틀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지난 21일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 결정도 이 같은 문 정부의 대북 기조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지원 시기와 지급 방식은 통일부장관이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지원 시기와 규모를 확정 짓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서 이번 지원 결정으로 국내·외 여론악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 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대북 대응 방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북한만의 방식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정부의 대북정책을 “안보 포기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대북 유화책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꼬집었다. 

특히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앞으로도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응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제를 두고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북핵 문제는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하는 입장인 문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보 딜레마
향후 정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국론이 분열된 상황서 북핵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정파적 차원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국가적 차원서 북핵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책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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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