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⑤> 전직 교장이 만든 ‘우리화투’ 이야기

왜색 지우고 청실홍실 “고스톱보다 재밌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중 하나인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 연휴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재미삼아 치는 화투는 빠질 수 없는 놀이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치는 화투가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식민지정책, 황민화정책에 사용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한기택 대표는 이러한 일본색 짙은 화투를 몰아내고 대한민국의 특색을 살린 순수 우리화투를 만들어냈다. 10여년에 걸친 그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한 퇴직 교육자가 일본색이 짙은 화투에 ‘독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순수한 우리문화와 역사를 기저로 해 만든 신토불이 우리 화투를 펴냈다.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한기택 대표(80)가 바로 그 주인공. 전북 이리여자고등학교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감한 한 대표는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영리목적이 아닌 순수한 봉사 의미서 대한민국의 특색을 살린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만들어 공개했다. 

순수한 봉사
일본색 배척

역사가와 동·서양화가, 국문학자와 고고학자 등 1000여명의 조언을 받아 완성된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 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왜색 짙은 일본 문화를 철저하게 배척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일본의 욱일기와 봉건영주를 상징하는 ‘광(光)’ 대신 ‘복(福)’자를 사용하고 설날 세배하는 어린이와 거북선, 한가위, 농악 등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를 그려 넣어 ‘우리 화투’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또 왜색화투의 놀이 용어인 청단, 홍단, 구사를 청실, 홍실, 황실이라고 바꾼 것도 돋보이는 센스. 


한 대표는 “광복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대표적인 성인놀이 카드인 화투는 대표적인 국치(國恥) 중 하나”라며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그림만 봐도 왜색 화투 퇴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퇴직 후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본부’를 만들고 10여 년 동안 일본 화투 퇴치운동을 전개해 온 그는 ‘대한민국 화투 독립만세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특허청에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상표 등록하는 등 왜색 짙은 화투를 퇴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그가 만든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기존의 화투와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자.

▲1월 화투 = 1월 화투는 백두산 천지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한국의 고유 명절인 설날 아침에 백두산 천지위에 떠오르는 태양 아래서 색동옷을 입은 어린이가 세배하는 모습을 그렸으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색동옷과 고유의 예절풍속인 세배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널리 알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 살든지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웃어른을 공경하고 효도를 생활화하며 예절 바른 생활을 하라는 의미를 나타냈다.

▲2월 화투 = 2월 화투는 봄을 알리는 매화꽃을 바탕으로 하고 우리나라의 나라 새(國鳥),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속담속의 손님 맞는 까치를 그리고 입춘대길이라는 글씨를 써 넣었다. 

우리나라에 24절기가 있음과 나라 새(國鳥) 까치의 의미를 알리고 ‘입춘(立春)을 맞이해 길운(吉運)을 기원’하고 ‘새 봄을 맞아 새해 설계를 하라’는 의미를 부여했으며 매화꽃 향기 바람을 타고 기쁜 소식과 반가운 손님이 일 년 내내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3월 화투 = 3월 화투는 원산지가 한국이며 향긋한 향기와 함께 봄의 시작을 알리는 활짝 핀 벚꽃을 바탕으로 하고 강남 갔던 흥부 제비가 부자 ‘박씨’를 물고 고향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웅비하는 모습을 그렸다.


일본화투 자리 잡은 지 100여년
건전한 놀이 ‘독립선언문’ 발표

외국의 초등학생들이 ‘제비의 선물(swallow's gift)’이라는 제목으로 배울 정도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의 선행과 악행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도록 해서 모든 사람이 흥부처럼 착하고 선하게 살아 일 년 내내 복을 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4월 화투 = 4월 화투는 수양버드나무가 푸르름을 더해가며 늘어져 있는 버드나무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이 순신 장군의 탄신 월인 4월에 임진왜란 때에 승전고를 울린 명량대첩 거북선을 그렸다. 

일본의 만행으로 가슴 아팠던 임진왜란과 나라를 잃었던 어려웠던 때를 상기하도록 하고 세계사에 빛나는 거북선의 위용을 널리 알리고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 정신으로 항상 나라를 생각하며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모든 일에 성실하게 임해 승전고를 울리는 생활로 보무도 당당한 Korean이 되기를 기원했다. 
 

▲5월 화투 = 5월 화투는 사군자 중에서 여름을 상징하는 난초꽃이며 풍류와 선비정신을 자랑하는 난초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 나타났다’는 전설 속의 태극나비를 그렸다. 

고고하고 멋을 지닌 지조 높은 선비와 절개 있는 여인의 마음으로 고아한 자태로 은은한 향을 내뿜는 난의 향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순수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가꾸며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면서 나라와 가정에 경사스러운 일이 일 년 내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수양버드나무에
전설의 태극나비

▲6월 화투 = 6월 화투는 꽃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향기 짙은 모란꽃을 바탕으로 하고 근면과 성실의 대명사인 꿀벌을 그렸다. 

향기롭고 정열적인 모란꽃에 ‘벌이 멸종하면 4년 내에 지구는 멸망한다’(아인슈타인)고 할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있으며,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 부지런한 꿀벌을 그려 질서정연한 가운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 온 가정에 정열적이고 향기 짙은 모란꽃과 같이 향기로운 삶, 행복한 삶을 살면서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뜻을 표현했다.

▲7월 화투 = 7월 화투는 건강의 일번지라고 할 수 있으며 신초(神草)로 알려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삼을 바탕으로 하고 우리 민족에게 숭앙과 용맹의 표상이며 영물인 백두산 호랑이를 그렸다. 

신초(神草)로 불리는 한국 인삼, 단군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동화에 자주 등장해 우리 민족에게 숭앙과 용맹의 표상이며 영물인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과 한국 인삼을 알리고 건강하고 용맹해야 험한 세상을 살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항상 건강하고 용맹스럽게 활동하여 자랑스러운 대한국인(大韓國人)으로 살라는 뜻을 나타냈다. 

▲8월 화투 = 8월 화투는 대한민국의 나라 꽃(國花)인 무궁화 꽃을 바탕그림으로 하고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의 보름달, 강강수월래 춤, 삼족오를 그렸다. 


유네스코에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강수월래와 한가위, 무궁화 꽃을 널리 알리고 추석을 맞아 멀리서 고향을 그리워 하거나 고향을 찾아 친지들을 만나고 조상을 숭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운데 항상 조상님과 웃어른을 존경하고 나라꽃 무궁화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했다. 

▲9월 화투 = 9월 화투는 가을꽃의 대표이며 전국에 향기 짙게 피어있는 국화꽃을 바탕 그림으로 천연기념물이며 어릴 때에 즐겨 쫓던 고추잠자리를 그렸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꽃으로 ‘밝고 순수하고 고상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꽃에 천연기념물인 고추잠자리를 그려, 국화꽃이 핀 계절에 시를 읊거나 산수를 즐기기면서 고귀한 삶을 누리며 어릴 때에 소꿉친구들과 함께 뒷동산서 고추잠자리를 쫓던 즐거운 고향의 추억을 그리도록 표현했다. 

▲10월 화투 = 10월 화투는 전국의 산하에 아름답게 펼쳐진 오색 단풍을 바탕그림으로 하고 천고마비의 말을 그렸다. 

전국 방방곡곡에 울긋불긋 붉게 타오르는 오색찬란한 단풍산행과 건강관리를 하기에 적합한 계절에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오색단풍을 즐기는 산행을 하면서 나무에서 마지막 잎 새가 떨어지듯 한 해 동안 쌓인 모든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건강을 챙기며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뜻을 나타냈다.
 

▲11월 화투 = 11월 화투는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며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를 바탕그림으로 하고 대한민국 고유의 한국농악(풍년농악)과 부조리 척결의 대명사인 마패를 그렸다.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며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에 유네스코에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국농악과 마패를 그려 한국농악을 널리 알리고 마패의 위용과 진가를 음미하며, 세계 어느 곳에서 살더라도 항상 청렴한 모범생활을 하는 가운데 올해의 풍년 수확을 만끽하며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하면서 풍악을 울리면서 한국과 시골의 정취,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12월 화투 = 12월 화투는 지조와 절개의 대명사인 대나무를 바탕그림으로 하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 춤을 한복을 입고 멋있게 추는 모습과 진돗개와 무지개를 그렸다. 

대나무와 같이 지조와 절개를 가지고 ‘대쪽 같은 사람’으로 불의나 부정과 타협하지 않는 군자로 곧고 바르게 살고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흥겹게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며 즐거운 가운데 한 해를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새해를 멋있게 설계하라는 뜻을 나타냈다. 

▲행운의 열쇠(조커) = 행운의 열쇠 화투는 특허청에 등록된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상표에 행운의 열쇠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행복의 문’ ‘건강의 문’ ‘사랑의 문’이라는 글씨를 써넣었다. 
풍요로운 가운데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뜻을 나타냈다.  

풍년농악에
마패 넣어

신 대표는 중·고등학교서 학생을 가르칠 때부터 ‘화투는 일본 것이고 일본서 들어온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왜색화투를 몰아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교육해왔다. 

하지만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교육자 입장서 사행심이 많은 화투를 만든다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장서 퇴직하고 나서야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 본부’와  ‘한국화투연구소’를 만들고 일본화투를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신 대표는 한국화투를 연구하기 위해 기존에 나와있던 한국 화투를 찾아보게 됐다. 인터넷 검색과 화투 인쇄 공장을 찾아가 확인한 기존의 한국화투는 대부분 일본화투의 모방으로, 일본화투와 내용을 비슷하게 만들었거나 일본문화를 배제하지 못한 화투가 많았고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자연, 문화, 역사 등을 가미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특히 ‘광(光)’자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아쉬움은 컸다. 

각계 1000여명 자문 얻어 완성
문화·역사·자연·풍속 활용

한 화투 인쇄 공장 사장에게 “기존의 한국화투라고 만든 화투는 인쇄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순수하게 한국을 담은 화투는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뚜렷한 한국화투가 없는 것을 확인한 신 대표는 고령의 나이에 컴퓨터 기초부터 배우면서 한국화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장 10년여의 시간과 노력 끝에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과정서 신 대표가 가장 많은 들었던 말은 “너 미쳤냐?” “네 나이가 몇 살인데?” “교육자가 사행심이 많은 화투를 만드느냐?”였다. 하지만 “한국을 담아서 신토불이 한국 화투를 만들어라” “화투서 일본 냄새를 모두, 철저히 제거하라” 등의 말들은 신 대표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10년간 노력
특허청 등록

신 대표는 “일본화투가 한국 땅에 들어와 자리 잡은 지 100여년이 되었으니 한국화투의 보급에도 10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나 혼자만의 힘으로 국내의 외침만으로는 어렵다. 국내·외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동참할 때에 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 세계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ktikti@ilyosisa.co.kr>

 

[한기택 대표는?]

▲이리여고 교장 외 4교 교장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전라북도교육청 장학관·과장
▲도덕성회복국민운동 부총재 역임 
▲코리아교육연구소 대표
▲한국화투연구소 대표 
▲청실홍실 우리화투 대표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 본부 대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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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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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