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2)책봉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16:28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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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을 태자로 삼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의자왕의 애절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사택비가 운명의 끈을 놓았다.

사택비의 죽음을 바라보는 의자왕은 허망하다 못해 야속하기까지 했다.

아니 차마 믿기지 않는 모양으로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만 보았다.

본격적으로 장례 절차가 진행되자 의자왕은 한사코 그녀의 시신이라도 곁에 두고자 했다.

그러나 사택비의 경우 정실부인도 아니었고, 공식적으로는 돌아가신 아버지 무왕의 아내였던 관계로 세상의 이목으로 인해 궁궐 가까이 묘를 쓸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택비의 시신을 금마저(전북 익산)에 안치하고 나자 또 다른 현상이 찾아들었다.

사택비가 더 이상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세상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졌다.

장례 절차

그렇다고 현실이 그를 용인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고구려는 당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여파는 여하한 방식으로든 백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터였다.

특히 이웃한 신라의 보복은 단지 시간문제지 반드시 현실로 드러날 터였다.

스스로를 다잡지 못한 의자왕이 한날 저녁 수족들을 불러 모았다.


흥수를 비롯한 성충, 윤충 형제와 의직 등 의자왕의 최측근 신하들이었다.

그들이 자리 잡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술과 안주가 탁자를 가득 채웠다. 

“그동안 경들이 수고 많았소. 그런 연유로 그대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였소.”

“전하께서 실로 상심이 크시리라 생각되옵니다.”

성충이 묵직하게 말을 받았다.

그 말을 되새기던 의자왕이 흥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특히 군사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오.”

사택비에게 부정적이던 흥수였다.

그러나 기왕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택비의 장례를 선왕이었던 무왕에 견주어 소홀함 없이 진행시켰다.

“전하, 이미 지나간 일이옵니다. 그러니 이제는 향후의 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옵니다.”

“당연히 그리해야 하고 말고.”

힘없이 대답한 의자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들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옥체를 보존하소서.”

윤충이 급히 일어나 만류했으나 의자왕이 손을 저었다.

“오늘은 내가 죄인 된 심정이라오. 그러니 그대들은 가만히 있으시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쳐댔다.

“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준 경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서 그런다오. 그러니 부디 가만히들 계시오.”


말을 마친 의자왕이 자리에서 움직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왕이 그들 사이를 이동하며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차례로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잔이 채워지자 곁에 있던 흥수가 의자왕의 잔을 채웠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 경들에게 송구스럽소.”

말을 하는 의자왕의 눈가에 어리는 옅은 물기가 불빛에 반짝였다.

순간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경들은 내 이야기를 잘 새겨들으시오.”

말을 해놓고는 모두에게 잔 들 것을 권유했다. 

“짐이 이번에 아들 융으로 하여금 태자로 삼으려 하오.”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꺼낸 말에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의미인지 서로에게 묻듯이.

“큰 아들 융을 태자를 삼겠다 이 말이오.”

“전하!”

좁지 않은 공간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보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자왕이 벌써 태자를 거론하는 부분에 대해 쉬이 납득되지 않은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만 보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는 문제였다.

“짐이 보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전하!”

의자왕 사택비 잃고 시름에 잠겨
당-고구려 위협…중흥의 꿈 과연?

사택비가 숨을 놓을 시점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곁에서 함께했다.

그녀와 삶은 물론 죽음도 같이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본능이 작용했다. 

자신도 모르게 함몰되어가는 그 기이한 현상을 살피며 그녀의 의미를 되새겼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또한 그다지 유쾌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그녀는 삶의 전부로 다가왔었다. 

그 시간까지 살아오면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가고 오고 또 가고 또 오는 생명체의 순환을 살피며 그저 현실에 충실 하는 길이 삶의 방편이라 생각했었는데 사택비의 죽음이 주는 의미는 기존의 생각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자신의 생 역시 마감된다는 착각에 빠져들었었다.

단지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에 자신 역시 동반하고 있었고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는 확신까지 이르렀었다.

“짐을 너무 원망하지 마시오.”

거듭되는 신하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의자왕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흥수가 다시 피 끓는 듯한 소리로 말을 받았다.

“이보시게, 군사.”

“말씀 주십시오, 전하.”

“경이 가장 중시여기는 부분이 무엇이라 했는가?”

“당연히 우리 백제의 중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백제의 중흥을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합당하겠는가?”     

흥수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 의자왕과 흥수의 얼굴을 살피며 가볍지 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오면 향후 행보는 어찌 하시렵니까?”

순간 성충이 치고 나섰다.

“아들 융을 태자로 삼고 경들에게 잠시 조정 일을 맡기고자 하오.”

그 다음 말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훤했다.

의자왕으로서는 사택비와 연결의 끈을 어떻게든 잘라야 했다.

그래야만 홀가분하게 국정에 전념할 수 있을 터였다.

순행의 길

의자왕이 아들 융을 태자로 책봉하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 더불어 세상을 달리한 사택비의 극락왕생을 빌며 여러 죄수를 석방하고 자신의 운명이 잠들어 있는 금마저로 순행의 길을 떠났다. 

사택비의 무덤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사택비의 흔적을 지우려 애를 썼다.

그러나 지우려 하면 할수록 사택비의 환영은 현실이 되어 나타나 의자왕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를 거부하고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았다.

아버지를 배신한 교활한 여인, 그러고도 사랑을 운운했던 파렴치한 여인.

잠시 동안 그 생각에 빠져 치를 떨고는 했으나 이내 그런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택비의 체취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혹여 다른 여인에 심취하면 치유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롭게 궁녀를 들여 잠자리를 함께 하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치유는커녕 오히려 사택비의 환영을 더욱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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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