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2)책봉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16:28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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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을 태자로 삼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의자왕의 애절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사택비가 운명의 끈을 놓았다.

사택비의 죽음을 바라보는 의자왕은 허망하다 못해 야속하기까지 했다.

아니 차마 믿기지 않는 모양으로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만 보았다.

본격적으로 장례 절차가 진행되자 의자왕은 한사코 그녀의 시신이라도 곁에 두고자 했다.

그러나 사택비의 경우 정실부인도 아니었고, 공식적으로는 돌아가신 아버지 무왕의 아내였던 관계로 세상의 이목으로 인해 궁궐 가까이 묘를 쓸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택비의 시신을 금마저(전북 익산)에 안치하고 나자 또 다른 현상이 찾아들었다.

사택비가 더 이상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세상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졌다.

장례 절차

그렇다고 현실이 그를 용인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고구려는 당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여파는 여하한 방식으로든 백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터였다.

특히 이웃한 신라의 보복은 단지 시간문제지 반드시 현실로 드러날 터였다.

스스로를 다잡지 못한 의자왕이 한날 저녁 수족들을 불러 모았다.


흥수를 비롯한 성충, 윤충 형제와 의직 등 의자왕의 최측근 신하들이었다.

그들이 자리 잡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술과 안주가 탁자를 가득 채웠다. 

“그동안 경들이 수고 많았소. 그런 연유로 그대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였소.”

“전하께서 실로 상심이 크시리라 생각되옵니다.”

성충이 묵직하게 말을 받았다.

그 말을 되새기던 의자왕이 흥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특히 군사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오.”

사택비에게 부정적이던 흥수였다.

그러나 기왕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택비의 장례를 선왕이었던 무왕에 견주어 소홀함 없이 진행시켰다.

“전하, 이미 지나간 일이옵니다. 그러니 이제는 향후의 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옵니다.”

“당연히 그리해야 하고 말고.”

힘없이 대답한 의자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들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옥체를 보존하소서.”

윤충이 급히 일어나 만류했으나 의자왕이 손을 저었다.

“오늘은 내가 죄인 된 심정이라오. 그러니 그대들은 가만히 있으시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쳐댔다.

“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준 경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서 그런다오. 그러니 부디 가만히들 계시오.”


말을 마친 의자왕이 자리에서 움직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왕이 그들 사이를 이동하며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차례로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잔이 채워지자 곁에 있던 흥수가 의자왕의 잔을 채웠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 경들에게 송구스럽소.”

말을 하는 의자왕의 눈가에 어리는 옅은 물기가 불빛에 반짝였다.

순간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경들은 내 이야기를 잘 새겨들으시오.”

말을 해놓고는 모두에게 잔 들 것을 권유했다. 

“짐이 이번에 아들 융으로 하여금 태자로 삼으려 하오.”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꺼낸 말에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의미인지 서로에게 묻듯이.

“큰 아들 융을 태자를 삼겠다 이 말이오.”

“전하!”

좁지 않은 공간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보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자왕이 벌써 태자를 거론하는 부분에 대해 쉬이 납득되지 않은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만 보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는 문제였다.

“짐이 보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전하!”

의자왕 사택비 잃고 시름에 잠겨
당-고구려 위협…중흥의 꿈 과연?

사택비가 숨을 놓을 시점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곁에서 함께했다.

그녀와 삶은 물론 죽음도 같이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본능이 작용했다. 

자신도 모르게 함몰되어가는 그 기이한 현상을 살피며 그녀의 의미를 되새겼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또한 그다지 유쾌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그녀는 삶의 전부로 다가왔었다. 

그 시간까지 살아오면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가고 오고 또 가고 또 오는 생명체의 순환을 살피며 그저 현실에 충실 하는 길이 삶의 방편이라 생각했었는데 사택비의 죽음이 주는 의미는 기존의 생각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자신의 생 역시 마감된다는 착각에 빠져들었었다.

단지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에 자신 역시 동반하고 있었고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는 확신까지 이르렀었다.

“짐을 너무 원망하지 마시오.”

거듭되는 신하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의자왕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흥수가 다시 피 끓는 듯한 소리로 말을 받았다.

“이보시게, 군사.”

“말씀 주십시오, 전하.”

“경이 가장 중시여기는 부분이 무엇이라 했는가?”

“당연히 우리 백제의 중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백제의 중흥을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합당하겠는가?”     

흥수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 의자왕과 흥수의 얼굴을 살피며 가볍지 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오면 향후 행보는 어찌 하시렵니까?”

순간 성충이 치고 나섰다.

“아들 융을 태자로 삼고 경들에게 잠시 조정 일을 맡기고자 하오.”

그 다음 말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훤했다.

의자왕으로서는 사택비와 연결의 끈을 어떻게든 잘라야 했다.

그래야만 홀가분하게 국정에 전념할 수 있을 터였다.

순행의 길

의자왕이 아들 융을 태자로 책봉하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 더불어 세상을 달리한 사택비의 극락왕생을 빌며 여러 죄수를 석방하고 자신의 운명이 잠들어 있는 금마저로 순행의 길을 떠났다. 

사택비의 무덤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사택비의 흔적을 지우려 애를 썼다.

그러나 지우려 하면 할수록 사택비의 환영은 현실이 되어 나타나 의자왕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를 거부하고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았다.

아버지를 배신한 교활한 여인, 그러고도 사랑을 운운했던 파렴치한 여인.

잠시 동안 그 생각에 빠져 치를 떨고는 했으나 이내 그런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택비의 체취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혹여 다른 여인에 심취하면 치유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롭게 궁녀를 들여 잠자리를 함께 하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치유는커녕 오히려 사택비의 환영을 더욱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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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