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축제 ④평창백일홍축제

100만 송이 붉은 꽃바다

붉은 꽃바다가 사람들을 초대한다. 평창강 둔치 약 3만㎡에 가득 핀 백일홍을 즐기는 평창백일홍축제가 9월23일부터 10월8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효석문화제에 비해 2015년부터 시작된 백일홍축제는 새내기 축제에 가깝다. 하지만 100만송이 백일홍이 바람에 출렁이는 꽃물결이 입소문을 타고 해마다 더 많은 이들을 불러들인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백일홍은 국화과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처럼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이 넘도록 붉은 꽃을 피운다. 비슷한 시기에 붉은 꽃이 피는 배롱나무도 백일홍, 백일홍나무라 불리지만 둘은 전혀 다른 종이다. 

예술 단체들 참여

곧게 뻗은 줄기 꼭대기에 소담스런 꽃이 피는 백일홍은 관상용으로 사랑받으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덕분에 다양한 품종이 개량되어 종류마다 꽃의 크기와 색깔, 꽃잎의 숫자가 다르다. 언뜻 붉게 보이는 백일홍 꽃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간색, 주황색, 분홍색뿐 아니라 희거나 노란 꽃까지 알록달록하다. 야구공처럼 둥글게 핀 꽃이 있는가 하면, 원반처럼 납작하게 핀 꽃도 있다. 하루 종일 백일홍 꽃밭을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물론 평창백일홍축제에 백일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웃음꽃 만발하는 백일홍 피크닉’이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백일홍 꽃밭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먼저 눈길을 끈다. 붉은 꽃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트 모양 벤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백일홍 화관과 화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꽃밭 사이로 크고 작은 바람개비가 늘어선 ‘바람의 언덕’은 또 다른 기념 촬영 장소다. 우산 수백개가 터널을 이루는 ‘우산 거리’는 아직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색다른 운치를 더한다. 


색색의 우산 아래 백일홍 꽃길에는 예술이 흐른다. 축제 기간 동안 강원도의 예술 단체들이 참여하는 강원예술제, 흥겨운 음악이 함께하는 직장인밴드경연대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평창군예술동아리경연대회 등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꽃과 예술로 마음이 풍성해졌다면, 이제 맛있는 먹거리로 출출한 배를 채울 시간. 먹거리 부스에서는 강원도의 전통 음식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특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풍성한 농촌의 가을을 느끼는 탈곡 체험, 떡메 치기 체험 등도 준비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꽃밭 아래 평창강에서 벌어지는 송어 낚시 체험을 놓치지 마시길.

낮에는 알록달록한 백일홍 꽃밭 향연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네온의 거리

백일홍이 100일 동안 밤낮으로 피는 것처럼, 백일홍축제도 밤까지 이어진다. 흐뭇한 달빛 아래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은 꽃이 숨 막히게 아름답다. 연인과 함께하는 백일홍 밤마실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우산 거리는 네온이 눈부신 ‘빛의 거리’와 함께 축제의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평창백일홍축제를 충분히 즐긴 뒤에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내년 2월에 열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미리 맛보고 싶다면,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가 제격이다.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가 치러진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일반인도 가이드와 함께 스키점프대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아래가 훤히 보이는 스카이워크를 지나 스키점프대 출발 지점에 서보면 나중에 스키점프 경기 중계를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20km쯤 떨어진 오대산 월정사는 걷기 좋아하는 사람을 유혹하는 ‘천년의 숲길’로 이름난 곳이다. 사찰 입구인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1km에 걸친 숲길에는 수백년 된 아름드리 전나무가 치유의 기운을 뿜어낸다. 천년의 숲길을 따라 도착한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 48-1호), 석조보살좌상(국보 48-2호) 등 볼거리가 여럿이다. 좀 더 걷고 싶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오대산 선재길(약 9km)도 좋다.
가족 여행객은 폐교된 초등학교에 문을 연 무이예술관에 들러보자.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화가의 아틀리에가 되고, 뛰놀던 운동장은 조각공원이 되었다. 이곳에선 예술가의 작품과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목걸이·휴대폰 고리 만들기, 서양화·서예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옛 시장의 정취

평창의 속살이 궁금하다면 평창올림픽시장을 추천한다. 1955년 공식 개설된 평창의 전통 오일장이 올림픽을 기념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여름에는 감자와 옥수수, 가을에는 버섯과 메밀 등 철 따라 다양한 지역 특산물이 손님을 기다린다. 메밀부치기(부침개)와 수수부꾸미 등 전통 먹거리도 푸짐하다. 상설 시장이지만 끝자리 2·7일에는 오일장이 더욱 크게 열려 옛 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평창백일홍축제→평창올림픽시장→월정사 천년의 숲길→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평창백일홍축제→평창올림픽시장→월정사 천년의 숲길→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둘째 날] 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정강원(한식 체험)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평창문화관광 http://tour.pc.go.kr
- 평창백일홍축제 www.101hongfestival.co.kr
- 알펜시아리조트 www.alpensiaresort.co.kr
- 월정사 http://woljeongsa.org
- 무이예술관 http://mooee.kr
- 평창올림픽시장 https://olympicmarket.modoo.at

문의 전화
- 평창백일홍축제위원회 033)333-6033
- 평창군청 관광문화과 033)330-2466
-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033)339-0410
- 월정사 033)339-6800
- 무이예술관 033)335-6700
- 평창올림픽시장 033)332-251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평창,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00~19:0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새말 IC→방림삼거리에서 영월·정선 방면→하리삼거리에서 미탄·정선 방면→군청앞사거리에서 종부로 평창종합운동장 방면→평창백일홍축제장→불갑초등학교 앞 좌회전, 900m→왼쪽 좁은 길 2.5km→불갑사  

숙박 정보
- 캘리포니아모텔: 진부면 경강로, 033)332-8481, www.californiam.kr(굿스테이)
- 인터컨티넨탈알펜시아평창리조트: 대관령면 솔봉로, 033)339-0000, www.alpensiaresort.co.kr
- 아이원리조트: 대관령면 솔봉로, 02)528-6001, www.iwantresort.co.kr
- 베리온리조트: 봉평면 평온길, 033)335-8001, www.berion.co.kr
- 가을동화펜션: 봉평면 흥정계곡길, 010-5213-3200, https://pc700.modoo.at  

식당 정보
- 초가집옛골(메밀국수): 봉평면 기풍1길, 033)336-3360, www.yetgol.net 
- 수라(생선정식): 평창읍 평창중앙로, 033)333-3354
- 아우네(황태전골): 대관령면 장선길, 033)335-9884
- 이선생(중화요리): 대관령면 눈마을길 39, 033)336-5356 
- 오셨뜨래요? 메밀여행(막국수): 봉평면 동이장터길, 033)335-0146

주변 볼거리
의야지바람마을, 대관령삼양목장, 상원사, 봉평시장, 이효석문화마을, 정강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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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