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9 총선에서 낙선 또는 불출마한 뒤 여의도와 거리를 둬온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정계 복귀설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야당의 실세 및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준비중이다.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가 그들. 이들 거물급 원외인사들의 1차 목표는 원내 진출. 일단 원내에 복귀해 ‘MB 저격수’로 나서면서 차기 대권의 디딤돌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여의도 정가에는 벌써부터 내년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여당은 MB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이반현상이 날로 심해지자 정국 현안을 돌파하고 인적 쇄신을 포함한 재정비를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MB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인적 쇄신과 당 운영의 전면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월 재보궐 선거 여야 집중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 여야 모두 관심이 높다. 현재 18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된 총선사범은 총 1천8백7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총선 당선자가 모두 1백명이고, 이중에서 민주당 정국교, 친박연대 김노식(보석 석방), 창조한국당 이한정, 무소속 김일윤 의원 등 4명의 현역의원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처럼 당선 무효 의원들이 무더기로 나올 경우 여야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달 8일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정동영 전 장관, 손학규·정대철 전 대표 등 원로 인사 12명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면서 인적 쇄신에 나섰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당직에서 물러난 후 여의도 정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정치일선에 이름을 올린 것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염두에 둔 정치적 시운전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 측은 “민주연대 측의 요청이 있었고, 당이 개혁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동참한 것이다”라며 “정 전 장관은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중이며, 내년 초쯤 중국 칭화대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정치무대에 컴백할 가능성은 적다”며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선거에 나설 경우 정 전 장관은 자신의 고향인 전북 지역과 서울지역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민주당 김세웅 의원(전주 덕진)과 무소속 이무영 의원(전주 완산)이 1심에서 각각 당선무효형인 벌금 5백만원과 3백만 원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곳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재선거가 이뤄질 수 있는 지역으로 관심의 대상에 올라 있다.
손 전 대표도 지난 대선과 총선 실패로 정치 2선으로 물러난 상황이지만 여전히 ‘정계 복귀’ 불씨는 살아 있다. 손 전 대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측근들의 반응은 “무조건 출마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손 전 대표 진영은 일단 지난 총선에서 출마해 패했던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와 전직 경기지사 프리미엄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수원 장안을 놓고 출마 여부를 타진 중이다. 이 두 지역구 현역의원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박종희 의원(수원 장안)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통합의 밀알’을 자임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근태 전 장관은 ‘민주연대’ 추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장관은 민주연대를 통해 MB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당 내부를 향해서도 선명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이미 정치활동을 재개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도봉갑 지역위원장을 다시 맡으며 지난 7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한반도재단’ 사무실을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옮기면서 재정비했다.
김 전 장관 측근은 “김 전 의장은 이번 학기에 한양대 행정 자치대학원에서 초빙교수 자격으로 한국정치론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다”며 “정계 복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만약 서울 종로가 재보선 지역에 포함된다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손·김 ‘전략공천설’
따라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동영-손학규-김근태’로 이어지는 ‘재보선 3인 플랜’을 만들어 침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MB 저격수로 나서면서 차기 대권의 발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의 민주당 지지율이 고착화되어 있는 것은 당 정체성의 모호함과 함께 스타급 간판주자가 없기 때문이라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민주당의 간판스타를 만들어서 당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안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 거물을 수도권에 전략공천하여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