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마필관리사 죽음 이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09:52:31
  • 호수 1132호
  • 댓글 0개

마사회는 어떻게 움직였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5월27일 박경근 사망. 8월1일 이현준 사망. 2명의 마필관리사가 잇달아 자살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다.
 

박경근·이현준 2명의 마필관리사가 잇달아 자살하면서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표적이 된 마사회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개인 마주가 조교사에게 말을 위탁하고, 조교사가 개인사업자로서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시스템. 

유족들은 “목숨을 끊은 것은 다단계 착취구조 때문”이라며 “마사회가 직접 고용했다면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부 논의 진행

마필관리사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공운노)도 “마사회의 착취구조가 마필관리사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마사회 경영진 퇴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작업중지(경마중단 등) 등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 사태에 마사회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마사회는 먼저 유족과 면담하고 적극적인 수습 의지를 표명했다. 유족 측의 요구사항에 대한 전향적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이어 경마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사망자들이 근무했던 부경경마장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내부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또 유족이 위임한 공운노와 근로조건 개선방안 등에 대해 협상 중이다. 

마사회는 진통 끝에 노조(2명)·마사회(2명)·외부전문가(2명) 등 6명이 모인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서 협의체 1차 회의를 갖고 논의를 시작했다. 회의는 11월까지 매주 수요일에 열기로 했다.

앞서 마사회는 공운노와 함께 마필관리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우선 조치사항에 대해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양측은 고용 안정과 임금투명성 강화 등에 대한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했다.
 

마사회 측은 “최근 일련의 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 임직원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결 방안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수습 의지…대책 마련에 분주
노·사·전 협의체 구성해 주 1회 회의

이번 사태로 마필관리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2년 2조8000억원이었던 국내 말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말 산업 관련 기업은 2278개(전년 대비 11%↑)로, 총 1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도 생겨났다. 

전국의 승마장은 2014년 395개소서 지난해 479개소로 21% 이상 최근 대폭 늘어난 데다 승마인구가 5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말 산업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된 후 말 산업이 급속히 팽창했기 때문.

실제 말 산업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 불황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미 상원의원 존 보나킥은 회의서 “미국의 일자리 문제의 답은 말 산업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마 선진국인 독일에선 ‘말 3마리가 1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통계가 보고된 바 있다.

국내 말 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1만67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했다. 이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경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수와 조교사, 조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마필관리사, 재활승마 산업의 핵심인 재활승마지도사 등이 있다. 
 

또한 경주마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말 수의사와 말 관리사, 경주용 말굽을 만드는 장인인 장제사 등이 있다. 경주마 기수는 전국에 총 133명이 활동하고 있다. 조교사는 104명, 조교사에 의해 고용된 마필관리사는 전국에 1014명이 있다. 

이외에도 1000여명의 말 관리사와 재활승마지도사, 말 수의사, 장제사들이 있다.

이중 마필관리사는 학력 제한이 없고 자신이 땀흘린 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최근 말 관련 사업의 성장으로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원래 한국마사회 소속의 경마장인 렛츠런파크 서울·부산경남·제주에서만 있었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 승마장과 말 생산 목장 등이 들어서면서 마필관리사를 찾는 곳이 늘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어린 말들을 경주마로 훈련시키는 전문인이다. 경주마 훈련서부터 사료 먹이기, 말의 건강 상태 확인 등을 책임진다. 

조교사를 대신해 출마 등록, 혈액채취와 약물검사를 돕고 체중과 장구 착용상태를 확인한다. 현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있는 32여명의 조교사 가운데 약 50% 이상이 마필관리사 출신이다.

보수는 다양하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조교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마필관리사는 경력 1년에 최저 3000만원부터 최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기도 한다.

말관리사는?


평균 연봉은 5352만원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차장급보다 많다. 정해진 급여 외에 마방 성적에 따라 경주상금을 나눠 받는 상여금이 있어 고액 연봉이 가능하다. 국내 마필관리사 연봉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경마 선진국보다 높아 20여명의 외국인 트렉라이더(훈련전담 마필관리사)들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서 활동 중이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말 산업 유망 직종

▲조교사 = ‘말의 아버지’라 불리며 경마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조교사 1명이 보통 20∼40마리의 말을 마주로부터 위탁받는다. 말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 상태까지 관리하며 어떤 말에 어떤 기수를 태울 것인지 결정한다. 실제 경주에선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 사령탑을 맡는다. 다른 스포츠의 총감독과 같은 역할인 셈이다.

▲기수 = 말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마와 관련된 직업 중 ‘경마의 꽃’. 하지만 원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키 168cm이하, 몸무게 49kg이하 등 일정 기준의 신체조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마사회 경마아카데미에 입학해 2년 과정 수료 후 2년의 수습기수 기간을 거쳐야 한다. 

경마아카데미는 평균 경쟁률 약 10대 1을 기록한다. 평균 소득도 대기업 중견간부에 못지않고 항상 언론에 화제를 몰고 다니며 스타급 연예인 대접을 받는다.


▲장제사 =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엔 80여명밖에 없는 희귀 직업이다. 한국마사회가 공인하는 장제사는 65명뿐이고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한국마사회 장제사 양성과정의 자체 자격시험이 폐지돼 국가자격시험 통과자만 장제사 활동이 가능하다.

▲재활승마지도사 = 유소년 승마와 재활승마가 국내서도 인기를 모으면서 관심을 끄는 직종 중 하나다. 승마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치료를 지도하는 전문가들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활승마지도사’자격증 취득 후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승마교육을 할 수 있다. 재활승마지도사, 승마지도사는 한국마사회 말산업인력개발원에 개설된 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다. 매년 초 한국마사회 공고를 통해 모집·선발한다.

▲말덴티스트 = 이색적인 말 산업 관련 직업으로 말 덴티스트, 말 아티스트, 말 미용사, 말 웰빙관리사 등도 있다. 이중 말 덴티스트는 경주마 전문 치과의로서 경주마 치아관리 및 발치 등이 업무. 호주와 같은 국가에선 관련 학과 및 자격증이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전문적으로 특화되지 않아 수의사들이 겸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