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타워 자살사건 전말

보험설계사는 왜 뛰어내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또 한 명의 보험설계사가 자살했다. 보험설계사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통해 실적을 쌓는 일을 주로 한다. 대인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직군이기도 하다. 50대 감정노동자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푸르덴셜 타워 21층서 양모씨가 투신했다. 푸르덴셜 생명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양씨의 죽음에 보험업계는 이내 술렁였다. 1996년 해당 보험사에 보험설계사로 입사한 양씨는 2001년부터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계약형태는 1년 단위의 위탁계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왜 죽었나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사측의 갑작스러운 해촉 이후 삶을 비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고인의 직장 동료들은 그가 해촉 당한 건 부당한 실적평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고인이 2년여 전부터 사측으로부터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았고, 부당한 평가를 받은 그가 임원과 면담했으나 얘기가 잘 풀리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해촉의 근거가 된 평가를 두고 사측과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이를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


해당 보험사 측은 말을 아꼈다. 보험사 측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찰에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고인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을 배려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장례 관련 비용은 사측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고인의 유족과 주변 인물을 통해 정확한 투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갑작스러운 보험설계사의 자살에 업계는 미묘하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보험설계사와 실적 압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전제하면서도 “지점장은 영업보다는 관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촉 당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지점장으로 일해
사측 해임 비관? 실적 압박?

일각에선 고인이 보험설계사의 권리 보장 등 산재한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고인의 지인 2명은 그에게서 유서 성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자에는 지인들에게 당부한 업무 협조 내용 등이 담겼다. 두 사람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보험설계사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 사측과 공방을 벌여온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지위가 불안정하다는 주장은 하루이틀 새 나온 게 아니다. 

보험설계사는 위촉과 해촉 과정서 보험사의 입김이 강하고 안전장치 또한 없기 때문에 고용 절벽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4월 보험업계 통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회사 21곳의 13개월 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평균 40.2%에 불과했다. 10명 중 4명만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60%는 자의 혹은 타의로 회사를 그만둔다는 뜻이다.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됐다는 강모씨는 “업계서 오래 종사한 선배 말로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면전서 망신 주거나 공식석상서 인신공격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대표는 “보험사들이 해촉할 때는 계약직 노동자로 취급하고 관리할 때는 자영업자처럼 내버려 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에도 보험설계사가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해 3월 인천의 한 아파트서 알리안츠 생명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했다. 조씨의 언니는 동생의 죽음 이후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 생명 본사 앞에서 보험설계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동생의 명예 회복을 외치며 홀로 시위를 진행했다.
 

사건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리안츠 생명은 원금 보장은 물론 연 1.0%의 확정이율을 제공,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연금보험 상품을 홍보했다.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이 상품에 대한 교육이 수차례 이뤄졌다. 

실적 좋은 보험설계사로 손꼽혔던 조씨는 이 상품을 상당수 고객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품 판매 이후였다.

수익 보장을 약속했던 상품서 원금 보장은커녕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고객들의 항의는 고스란히 조씨에게로 집중됐다. 조씨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급여는 물론 집의 담보 대출, 결혼 패물까지 처분해 고객들의 손해를 배상했지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견디다 못한 조씨는 결국 유서를 남기고 삶을 정리했다.

2012년에도 보험설계사 자살
법원 “강제 해촉 손해배상”

법원에선 지난 2014년 강제 해촉당한 보험설계사에게 보험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는 모 생명보험 소속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영업 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설계사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그가 사업단장의 부당·불공정 행위에 대해 탄원서 등을 제출하자 사측은 이씨를 무단결근과 보험 부당 모집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 해촉했다.

하루아침에 나앉게 된 이씨는 사측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며 소송을 진행했다. 1심은 보험사의 주장이 모두 인정돼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선 이씨가 내규를 위반하거나 부당 모집을 한 사실이 없고 무단결근이 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보험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다. 

당시 항소심을 담당했던 변호사는 “보험설계사의 강제 해촉은 흔한 일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정당한 사유나 절차 없이 함부로 설계사를 해촉하는 경우, 보험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아주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오토바이 배달원 등 50개 직군 약 230만명에 달하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고용·산재보험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설계사는 그 중에서도 51만여명으로 그 수가 가장 많다.

문 대통령의 공약으로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보험설계사들이 사회보험의 우산 밑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의 일방적인 부당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과 보험사 비용 증가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 설립?

보험인권리연대는 지난 6월 창립총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특수고용근로자들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많았다. 전국셔틀버스연대의 경우 노조로 인정받지 못해 처음부터 법외노조로 조직된 바 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근로자들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하면서 노조 설립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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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