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0)침입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17:01
  • 호수 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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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영토로 유인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확신에 찬 연개소문의 표정에 모두 오백을 외치며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순간 선도해가 고구려와 당나라의 지형이 그려있는 지도를 펼쳤다.

이어 연개소문이 지형과 타격 지점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말 그대로 기습 타격입니다. 당나라의 수군 기지를 공격하고 곧바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양만춘이 가만히 그 말을 새기다가 미소를 머금었다.

“막리지께서 손수 움직이시어 당나라 오랑캐 놈들을 자극해서 고구려 영토로 유인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바로 말하였소. 당나라로서는 전혀 의외의 상황을 만들고 그들의 침입을 유도하여 고구려 영토 깊숙이 끌어 들일 참입니다. 그리고 우리 영토에서 적의 주력을 박살내고 끝까지 몰아붙여 저들을 끝장내겠소.”    

“만약 저들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면?”

전운 감돌다

고정의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들은 반드시 침공할 것입니다.”

“확신이라도 있습니까?”

“일종의 자존심이지요. 당태종이 본토까지 침범 당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본인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를 정벌하고자 할 것이오.”

“하기야, 들리는 바에 의하면 당태종이란 인물이 자존심이 강하다 합디다.”

선도해의 설명에 고정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결국 막리지께서 이번 참에 당태종을 잡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다.”

“당태종뿐만 아니오. 방금 이야기한 대로 지금이 고구려 혼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그 과정에서 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을 제물로 삼겠다는 의미요.”

연개소문이 주요 지휘관들에게 차후에 전개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해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최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요동반도로 이동했다.

그곳에 이르러 잠시 휴식 겸해서 바람의 흐름을 살피고는 한날 오후 드디어 배를 띄웠다.   

육지를 벗어나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자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멀미를 예방하고자 배와 배를 연결시켰다.

그 상태에서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며 가기를 하루가 흐르자 멀리서 산동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각 그곳에 멈추어 밤이 되기를 기다리다 조심스럽게 육지로 접근했다.

해변에 닿자 곧바로 당의 수군기지로 정찰병을 보냈다.

밤이 깊은 시각 정찰병이 적의 동태를 전했다.

고구려 군의 침입은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나대고 있고 병장기의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이 쉽사리 이해되었다.

수군, 그저 명맥만 유지하는 그들이 행여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듯했다.

보고를 접한 연개소문이 해안을 따라 당의 수군기지로 이동했다.

기지 가까이 도착하여 살피자 정찰병의 말 대로 그야말로 흥청망청했다. 

그 자리에서 적의 막사를 주시했다.

장군기가 흐릿한 불빛에 휘날리는 모습을 살피고 선도해와 중간 지휘관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신호에 따라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장군기가 흔들리는 막사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당나라 군사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 현상에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막사 가까이 이르자 문 앞에 앉아 졸고 있던 보초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연개소문을 주시하다 일어섰다. 

“누구요!”

평소 낯이 익지 않은 연개소문의 출현에 적이 경계를 품은 듯 자세를 바로 했다.

“날세.”

뚜렷하지 않은 목소리로 답한 연개소문이 급히 병사에게 다가섰다.

병사가 가까이 다가선 연개소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자 고개를 돌려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는 바로 칼을 뽑아 병사의 목을 찔렀다. 

고구려-당나라…일촉즉발 상황 
움직인 연개소문…과연 결과는?

막 뭐라 말을 하려던 병사의 입에서 마치 술을 마셔 트림 하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를 살피며 다시 신속하게 칼로 병사의 심장을 찌르고는 쓰러지는 병사의 어깨를 잡아 방금 전 앉아서 졸던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미 황천길에 들어선 병사를 바라보며 가벼이 혀를 차고 막사의 문을 슬그머니 젖혔다.

저만치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자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 다가갔다.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고는 놈으로부터 술 냄새가 진동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혀를 차며 두 손으로 칼을 바로 세워 칼끝을 목젖에 올렸다. 

가만히 놈이 호흡하는 모습을 살피다가는 숨을 들이 쉬는 순간에 그대로 칼을 밀어 넣었다.

잠시 뼈에 걸려 멈칫하던 칼이 이내 목을 관통하고 침대 바닥에 닿았다. 

코 고는 소린지 목에 구멍이 나며 나는 소리인지 괴상한 소리가 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를 살피며 칼을 뽑아 다시 심장을 향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품에서 ‘대 고구려 막리지 연개소문 방문’이라 적힌 종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급히 막사를 벗어났다.

막사를 벗어나 주위를 살피자 검은 그림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연개소문이 하선하며 병사들에게 주문했었다.

기습타격인 만큼 소리 내지 말고 한 놈씩만 죽이고 신속하게 집결 장소로 이동하라고. 

어둠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집결장소에 도착하자 이미 임무를 완수한 여러 병사들이 선도해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노고를 치하하고 빨리 배로 이동하라 지시했다.

“대감, 속이 후련합니다.”

군사들과 함께 바다로 나왔을 때 동풍이 불고 있었다.

선도해가 마치 바람에 얼굴을 내밀듯이 코를 벌름거리며 연개소문 곁으로 다가섰다.

“마찬가지요.”

“이제는 이세민이 직접 침공을 감행하겠지요?”

“당연히 그리해야 하는데.”

“마음에 걸립니까, 대감.”

선도해가 바다를 향하던 얼굴을 연개소문에게 돌렸다.

“워낙에 쥐새끼라 말이오.”

“그러면!”

선도해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책사. 우리가 이 날을 기다려 온 시간이 얼마요.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감행하여 반드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합시다.” 

유신의 비애

김유신이 급히 말을 달려 춘추의 집에 도착했다.

슬금슬금 붙기 시작한 지소와의 사랑이 흡사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런 연유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압량주에서 경주까지 달려가 지소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집에 들어서자 춘추와 문희가 마중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려 보았으나 자신이 오면 멀찌감치서 말발굽 소리를 듣고 마중 나왔던 지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신이 급히 말에서 내려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섰다.

“오라버니, 축하해요.”

“처남, 아니 이제는 사위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여하튼 축하드립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들이신가?”

“오라버니, 무슨 일이겠어요?”

“무슨 일인데. 혹시 지소와 관련해서…….”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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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