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축제 ②경상남도 함양군

꽃무릇 즐기며 산삼한 뿌리 꿀꺽

9월이면 함양상림(천연기념물 154호)에 붉은 융단이 깔린다. 꽃무릇이 피기 때문이다. 초록이 우거진 숲과 붉은 꽃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9월8일부터 17일까지 이곳서 함양산삼축제와 함양물레방아골축제도 열린다. 올가을에는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있는 함양의 축제 속으로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들어앉은 함양은 예부터 오지로 통했다. 전체 면적 중 산지가 78%를 차지하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15군데나 된다. 도시에 비해 공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토양은 몸에 좋은 게르마늄을 품어 산삼을 비롯한 약초가 자라기 적당하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함양산삼축제는 함양의 산삼을 맛보고 즐기는 건강 축제다. 산삼이라고 하면 가격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이들이 대부분. 함양산삼축제에 가면 저렴한 산삼부터 고가의 산삼까지 한자리서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올해 축제는 ‘산을 느끼고 삼을 만나고 삶을 즐기자’라는 주제 아래 산삼골과 산삼숲, 산삼아리랑길, 심마니 저자거리 등 네 가지 테마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천년의 숲’ 상림공원

대표 프로그램은 ‘황금산삼을 찾아라’와 ‘산삼 캐기 체험’이다. 황금산삼을 찾아라는 상림공원 앞에 조성된 황금삼밭에서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며 황금산삼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산삼 캐기 체험은 관광객이 상림공원 건너편 필봉산에 있는 산삼을 직접 채취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산양삼 떡 만들기, 산삼 꿀단지 담기 등 산양삼을 이용한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함양군은 산양삼을 재배하는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산삼왕선발대회를 개최한다. 전국의 산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산삼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는 덤이다. 부스도 심마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초가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며 산삼을 접하고, 어른들은 저잣거리서 옛 추억에 빠진다. 또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향토 음식을 개발해 축제서 선보일 예정이다.
 

함양산삼축제가 건강 축제라면, 물레방아골축제는 문화 예술 축제다. 5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는 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이라는 축제를 진행하다가, 2003년 크고 작은 축제를 통합해 물레방아골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보고 즐기고 화합하고’라는 주제 아래, 전국지리산트로트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예술 경연과 주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물레방아는 함양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함양 산천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에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도네’라는 민요도 전해진다. 함양이 물레방아골이 된 배경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있다. 

연암은 청나라에 다녀와 <열하일기>를 썼는데 여기서 물레방아를 소개했다. 이후 1792년경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재직할 때 물레방아를 실용화한 것. 


물길을 이용한 물레방아는 농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풍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연암의 실학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함양서 물레방아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추계곡 입구에는 지름 10m, 폭 2m 로 거대한 물레방아와 연암 박지원의 동상이 있는 연암물레방아공원이 조성됐다. 
 

산삼축제와 물레방아골축제가 열리는 상림공원은 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천년의 숲’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남다른 기품이 느껴진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를 지낸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함양산삼축제가 건강 축제라면
물레방아골축제는 문화예술축제

당시에는 10리(4km) 숲길이었으나 중간 부분이 파괴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 현재 1.6km 둑을 따라 낙엽활엽수 120여 종이 자란다. 우거진 숲속 오솔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때가 씻기는 듯하다. 

사계절 다른 풍광을 보여줘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이다. 상림에는 함화루와 사운정, 최치원 신도비, 이은리 석불 등 함양의 소중한 유적도 있다. 
 

상림공원서 축제를 즐긴 뒤에는 함양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자. 함양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비가 많았다. 선비 문화를 엿보기 위해 먼저 가볼 곳은 함양 남계서원(사적 499호)이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홍살문을 지나 풍영루에 오르면, 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남계서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개평한옥마을이 있다. 일두 정여창 선생이 태어난 함양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 풍천노씨대종가(경남문화재자료 343호), 함양개평리하동정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361호), 함양오담고택(경남유형문화재 407호) 등 유서 깊은 고택이 여럿이다. 

이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일두고택으로, 솟을대문 아래 걸린 편액을 보면 집안에 충신과 효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일두고택은 경남 지방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개평한옥마을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드라마 〈토지〉가 이곳서 촬영된 후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선비문화탐방로를 추천한다. 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여개나 있다. 선비문화탐방로는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에 지난 화림동계곡에 있는 정자를 따라 걷는 길이다. 

거연정서 영귀정, 동호정을 지나 농월정에 이르는 6km 구간과 농월정서 월림마을, 광풍루까지 이어지는 4.1km 구간으로 나뉜다.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


선비문화탐방로가 시작되는 거연정은 남강천 암반 위에 세운 정자로, 당시 정자 건축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을 희롱하며 논다’는 뜻의 농월정은 앞에 펼쳐진 거대한 너럭바위가 인상적인 정자로,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긴 곳이다. 2003년 화재로 전소됐다가 2015년 복원, 예전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숲과 계곡을 거닐다가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가을 여행이 완성될 것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걷기 여행]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남계서원→선비문화탐방로 
[전통주 체험 여행]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솔송주)→남계서원→두레마을(머루와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남계서원→선비문화탐방로 
[둘째 날] 오도재→지리산제일문→벽송사→서암정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함양군 문화관광 http://tour.hygn.go.kr
- 함양산삼축제 http://www.sansamfestival.comhttp://blog.naver.com/hygnsansam
- 함양물레방아골축제 http://blog.naver.com/hywm2012" target="_blank">http://watermill.hygn.go.kr, http://blog.naver.com/hywm2012

문의 전화
-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55
- 상림공원 관광안내소 055)960-5756
- 함양산삼축제 055)964-3353
- 함양물레방아골축제 055)964-7785
- 남계서원 055)960-6114
- 일두고택 055)962-707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11회(07:00~23:59)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8회(07:30~ 23:50) 운행, 3~4시간 소요. 부산-함양, 부산서부버스터미널서 하루 직통 6회(07:00~17:0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 ti21.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예매 http://txbus.t-money.co.kr 부산서부버스터미널 1577-8301 버스타고 http://www.busta go.or.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함양 IC 

숙박 정보
- 함양일두고택: 지곡면 개평길, 055)962-7077, 
http://www.ildugotaek.kr(명품고택)
- 정일품명가: 지곡면 개평길, 1577-8958, 
http://www.jung1poom.kr(한옥스테이)
- 용추자연휴양림: 안의면 용추휴양림길, 055)963-8702, 
http://www.yongchoo.or.kr
- 호텔라온: 함양읍 함양로, 055)962-1234, https://raonhotel.modoo.at
- 다볕자연학교: 서하면 봉전길, 055)964-3773, http://dagreen.or.kr 

식당 정보 
- 예당(새싹삼소고기버섯전골·새싹삼산채비빔밥): 함양읍 상림3길, 055)963-1600
- 옥연가(연잎밥): 함양읍 상림3길, 055)963-0107
- 늘봄가든(오곡정식): 함양읍 필봉산길, 055)962-6996, http://nbgarden.com
- 옛날금호식당(갈비탕·갈비찜): 안의면 광풍로, 055)964-8041
- 안의원조갈비집(갈비탕·갈비찜): 안의면 광풍로, 055)962-0666

주변 볼거리
함양 용추계곡, 함양약초과학관, 하미앙 와인밸리, 오도재, 서암정사, 벽송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