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킨텍스 사장 연임 논란

뇌물 먹었는데 자격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킨텍스가 임창열 사장 연임을 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선임 절차 상 문제가 불거지자 킨텍스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임 사장이 물의를 일으켰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격 논란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임창열 킨텍스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경기 고양시 소재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는 임 사장이 지난달 22일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서 연임을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킨텍스(KINTEX)의 3대 주주인 경기도, 고양시, KOTRA는 임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한 것. 이들 3기관은 각각 지분을 33.3%씩 갖고 있다.

공개모집 생략

2005년 킨텍스 설립 이래 사장이 연임된 사례는 처음이다. 임 사장은 9월1일부터 2020년 8월31일까지 킨텍스를 이끌어간다. 킨텍스 측은 임 사장의 연임 결정은 2014년 9월 취임 이후 지난해 설립 이후 첫 흑자 달성과 국제행사 발굴 등의 성과가 주주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장 연임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뇌물 수수로 실형을 받은 사실을 두고 사장 선임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임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70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통상산업부장관(1997년)을 거쳐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1997∼1998년), 경기도지사(1998∼2002년) 등을 거쳤다.


문제는 임 사장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벌어졌다. 1998년 5월 경기은행장으로부터 경기은행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고 금감위원장에게 퇴출시키지 말 것을 요청해 알선 수재로 기소됐다. 

재판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듬해 10월 열린 1심에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2심 고등법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런데 대법원서 상고심 파기환송 이후 임 사장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원으로 확정됐다.

물론 임 사장의 연임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34조 1항 1조에 따르면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기관장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형법’ 제303조 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기관장이 될 수 없다. 

임 사장의 형이 확정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임원 선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설립이래 처음…임창열 3년 더 맡기로
도지사 시절 알선 수재…선임과 무관?

임 사장 본인도 당시 법원의 판단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서 임 사장은 경기은행 퇴출저지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당시 6·4 지방선거 선거지원금으로 받았고, 전액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다며 이 부분은 검찰과 법원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킨텍스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인 만큼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임 사장의 자격 논란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킨텍스 측은 “임 사장 연임 과정서 과거 이력이 고려되었는지 여부는 사측이 주요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며 “임 사장 역시 현재 해외에 있기 때문에 답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강조한 그의 경영성과를 두고도 말이 나왔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전시업계는 임 사장의 연임을 두고 반발했다.

킨텍스가 공공성을 무시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중소업계에 부담을 전가해 경영성과를 올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임 사장 재직기간 중 전시장의 실질임대료는 해마다 8%씩 올랐다. 직전 사장 평균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흥행이 보장된 일부 전시회에 공동주관으로 참여해 수익을 가로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례로 킨텍스의 ‘빅3’로 꼽히는 전시회인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SOEUL FOOD)의 경우 작년까지 34년동안 KOTRA가 개최했는데,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민간업체와 공동주최를 공모했다. 

애초 식품관련협회가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식품업계가 물러나면서 킨텍스가 참여하게 됐다. 당시 전시회 개최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킨텍스는 투명한 절차없이 참가비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매출로 먼저 잡는 방식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업계에선 킨텍스가 작년 올린 매출 603억원 중 80억원 안팎이 이런 방식인 것으로 추정했다.


법적 절차? “문제없다”
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

선임 과정에서의 문제도 일각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공개모집 과정을 생략하고 임 사장의 연임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임원 임용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킨텍스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법인 정관의 사장 연임 조항을 근거로 임원추천위를 구성하지 않았다는 것. 

정관 30조 2항에 따르면 이사는 성과계약 이행실적, 경영실적 평가 결과, 직위별 직무수행요건 및 자격 요건 등을 고려해 연임이 가능하며, 이 경우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라 공개모집을 생략할 수 있다.

정관에 따라 사장 연임이 가능하고 주주총회 결정에 따라 공개모집을 생략할 수 있는 만큼 임원추천위를 구성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임원추천위 운영 규정에 따르면 각 임원의 임기 만료 2개월 전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임 사장의 연임이 결정된 시기는 지난달 22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였다. 


따라서 6월 31일 임원추천위가 꾸려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뒷말이 나왔다. 킨텍스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

논란이 고조되자 연임이 확정된 직후 임 사장이 직접 기자들과 브리핑을 열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고양시청 기자실서 간담회를 갖고 공모절차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이 생략된 상태로 연임이 확정된 것과 관련해 “이는 정관이나 법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뒷말 무성

권오인 경제실천연합 사무총장은 “킨텍스와 같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의 사장 선임에 도덕성 여부도 경영능력만큼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연임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임창열 킨텍스 사장 연임’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9월11일자 홈페이지 경제면 초기화면에 “임창열 킨텍스 사장 연임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 연임이 결정된 임창열 사장이 과거 뇌물수수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논란이 되었으며, 전시업계가 임 사장의 연임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임창열 사장은 공무원의 지위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없으며, 킨텍스의 임대료는 연간 8%가 아닌 연평균 2% 인상된 것으로 이로 인한 매출 증가분도 50억원이 아닌 4.55억원으로 밝혀졌고,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공동주관으로 인한 킨텍스의 매출 또한 80억원이 아닌 24억원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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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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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