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들어간 원세훈 전 국정원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11:06:14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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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칼끝은 MB로 향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또 구속됐다. 법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2심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4년간 공판 끝에 드디어 ‘막장’이 보이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만 남았다.
 

국가정보원 ‘댓글부대’를 조직해 2012년 대선과 총선에 개입하고,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여론전을 벌인 혐의(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댓글부대 조직
대선·총선 개입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과정서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은 12월11일 국정원의 직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인 문재인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민주당 당원과 기자들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추정되는 해당 직원의 오피스텔을 방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20여명의 인원이 오피스텔 복도 앞을 점거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측은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치 현안과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는 것은 불법선거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오피스텔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정원이라고 추정되는 여성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 또한 정식 수색영장이 없는 상태인 만큼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면 현행범에 해당되므로, 즉시 문을 열게 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국정원 직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문을 열지 않았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조사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밤 사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일명 국정원 댓글녀 혹은 국정원 댓글 알바라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국정원 대변인은 12일 새벽, 기자와 당원이 지키고 있던 오피스텔 복도서 “국정원 직원 개인 컴퓨터 등에 대해 이르면 12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이 입장 발표 후 댓글 알바로 의심받은 국정원 직원은 “정치 중립을 지키고 있으며 대선 관련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속, 석방…4년8개월 끝 결국 구속
파기환송심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다음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당 인물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하게 했다. 일주일 뒤 수서 경찰서는 댓글 알바 논란에 휩싸인 해당 국정원 직원을 소환조사했다. 


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대선후보에 관련된 글의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중간발표를 했다. 여론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을 내세우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IT전문가나 네티즌들은 웹캐시 등 댓글 증거를 확보하며 인터넷에 공개하는 한편, 경찰 측에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사 당국은 댓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6개 포털사이트와 32개 언론사에 통신자료 내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3년 1월3일 수사당국은 국정원 직원이 99회 걸쳐 대선에 관련한 댓글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국정원 직원을 재소환하며, 조사당국은 기존 중간 브리핑과 달리 해당 국정원 직원이 정치성향 댓글 49개를 달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냥 세봐도 100개는 넘는다”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부실수사 의혹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했다. 국정원은 이에 맞서 민주당에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와 현직 직원인 정씨를 직무상 기밀누설에 따른 국가정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2월2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수사에 착수했다.

4월1일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국내 정치 관여 및 직권남용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 18일 수서 경찰서는 국정원 직원 김씨 외 3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원 전 원장을 수사할 특별수사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은 없었다. 이에 당시 수서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원 수사에 윗선이 개입됐다”고 내부고발을 했다. 불이 발등에 떨어진 검찰과 경찰은 이종면 전 국정원 3차장을 시작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발표했다.

모르쇠 일관
판결에 반발

당시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에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모두 적용해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중간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법무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리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과 법무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벌인 것이다. 

이후 채 검찰총장은 혼외자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했으며 팀별수사팀은 외압을 받는다.

국정원은 지속적으로 댓글 개입에 대해 대북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선에 관련된 것이 1281회, 정치 관련은 435회, 대북심리전인 북한과 종북에 대한 것은 143회에 불과했다.


7월1일 여당과 야당은 7월2일부터 45일로 계획된 국정원의 국정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부분은 대선 개입 의혹 일체, 전현직 직원의 비밀누설문제, 국정원 여직원(감금 주장)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이다. 

하지만 특별위원의 선정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갈등하며 15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 이와 비슷한 시기 ‘NLL 논란’이 불거진다. 하지만 민심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물타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찰은 10월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이 트위터 및 SNS 상에서 활동한 심리전단 5팀 소속이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곧바로 원 전 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하고 추가 기소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선거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정치와 대선 개입 의혹이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이 시작된 지 1년1개월 만인 2014년 7월14일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11일 서울중앙지법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요 공소내용.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행위자의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검찰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2015년 2월 2심에선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시켰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트위터 계정 716개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다. 트윗한 갯수도 27만4800회에 달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원심이 175개 계정 및 트윗·리트윗 글 11만여건만 증거로 인정한 것과 비교하면 채택된 증거가 훨씬 늘어난 셈이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들을 근거로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결론냈다. 

그러나 운명은 또 엇갈렸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판결 직후 원 전 원장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그로부터 2년 뒤 2017년 8월 원 전 원장은 또 다시 구속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달 30일,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우선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찬반 의견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됐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것.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한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으로서 개인과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 의사 표현의 자유 등 헌법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직 대통령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정치인의 지위를 겸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 지지를 옹호하는 내용의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치인인 대통령과 소속 여당에 대한 지지 행위로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2012 서막
2017 막장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등 대선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일 이후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18대 대선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모하거나 문재인·이정희·안철수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서 ‘야당 승리하면 국정원 없어진다’는 취지로 발언해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할 것을 국정원 전체에 지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던 이메일 첨부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나머지 증거물로도 원 전 원장의 유죄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작성한 트윗 28만8000여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게시글에 찬성·반대 클릭한 행위 1200건, 기타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2027회가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작성하는 게시물이나 댓글 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구체적인 지시를 직접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간부급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활동 내역을 보고 받았다는 점에서 순차적 공모(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원 전 원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 배호근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중립의무 외면
정치 사안 개입 인정

배 변호사는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을 수용했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여러 가지 증거와 법리에 따른 이야기는 전혀 감안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파기환송 전보다 심하게 올라갔다. (재판부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면 (판결이) 적정하게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1951년 경상북도 영주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경기도 개성군 출신의 의사이자 재력가로 경상북도 영덕군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선대의 고향인 영주군 풍기읍에 정착했다. 아버지 대에 다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로 이주했다.

1967년 서울 중앙중학교, 1970년 2월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0년 3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으며, 1973년 10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에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야간반으로 전과해 낮에는 서울특별시청서 주로 근무했다. 군대는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실상 면제됐다.

서울시청서 계속 일하다가 2003년 서울시청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그해 10월 30일 차관급인 서울특별시 행정제1부시장이 됐다. 

행정1부시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등 중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인사, 재정 등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겨 신임을 얻었다. 2006년 6월 이 전 대통령의 시장 퇴임 때까지 임기 4년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 후 2007년 초에는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예비후보 상근특보로 발탁됐다.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대통령후보 특보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2008년 2월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2009년 2월, 전임 김성호 원장의 뒤를 이어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됐다. 이때 야당에선 정실인사 혹은 그의 전문성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가 국가정보 분야와 거리가 먼 지방행정분야서 일해온 관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즉각 상고 의사
대법 판결 주목

국가정보원장 항목을 참조하면 알 수 있듯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중정부장-안기부장-국정원장은 군, 검찰 아니면 외교관 출신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약 4년 넘게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적극 주도한 의혹을 사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세훈 사건 일지

▲2012년 

-12월11일 : 경찰·선관위·민주당, 국정원 여직원 김씨 댓글 현장 적발
-12월12일 : 민주당,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김씨 고소
-12월16일 : 경찰 “지지·비방 발견 안 돼”중간수사 발표
-12월19일 : 박근혜 대선 승리

▲2013년 

-2월3일 : 경찰, 관할 권은희 수사과장 전보조치-
3월18일 : 민주당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국정원 내부문건 공개
-4월1일 : 민주당,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등 고발
-4월18일 :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 구성
-4월30일 : 검찰, 국정원 압수수색 
-6월14일 : 검찰, 원세훈 등 불구속 기소 
-9월6일 :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
-9월13일 : 채동욱 총장 사의
-10월18일 : 검찰,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직무배제
-11월11일 : 수사외압 의혹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2014년 

-7월14일 : 검찰, 1심 재판부에 원세훈 징역 4년 구형
-9월11일 : 1심, 원세훈에 징역 2년6월에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 선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단 
-9월15일 : 원세훈, 유죄 판결 불복 항소
-12월29일 : 검찰, 항소심 재판부에 원세훈 징역 4년 구형

▲2015년 

-2월9일 : 2심, 원세훈에 징역 3년·자격정지 3년 선고 및 법정구속. 국정원법·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 인정 
-2월12일 : 원세훈, 대법원에 상고 
-7월16일 : 대법원 전원합의체,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10월6일 : 법원, 원세훈에 보석 허가

▲2017년 

-5월9일 : 문재인 대선 승리
-7월24일 : 파기환송심 결심. 검찰, 원세훈에 징역 4년·자격정지 4년 구형
-8월14일 : 국정원 개혁발전위, 민간인 댓글부대 관계자 30명 검찰에 수사 의뢰
-8월28일 : 법원, 원세훈 사건 변론재개 불허 및 선고 생중계 불허
-8월30일 : 파기환송심, 원세훈에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선고 및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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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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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