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춘’ 홍-안 공조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10:39:56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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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대결집 서막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대선서 날을 세웠던 두 사람이 만났다. 문재인정부의 고공행진 속에 두 사람은 나란히 현 정부에 쓴 소리를 내뱉었다. 야권 공조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상황.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이 선거연대에 나설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격 회동했다. 지난 대선 때 각 당의 후보였던 두 사람은 대선 패배 3개월여 만에 당 대표로 다시 만났다. 안 대표가 홍 대표를 찾은 명분은 취임 인사차지만, 실질적으론 야권 공조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양당 대표 회동
정부와 대립각

이날 홍 대표는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운전대론을 들고 나왔는데 미국도, 일본도, 북한도 외면하고 있다”며 “레커차에 끌려가는 차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된다. 코리아패싱이 실제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며 동조했다. 

두 사람은 날로 거세지는 북한의 대남 위협에 문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이날 아침 북한 미사일 도발을 언급하며 “안보 위기, 경제 위기가 앞으로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며 “국회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도 “위기가 겹쳤는데 이 정부는 사법부까지 좌파 코드로 전부 바꾸려고 하니 참 그렇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이 힘을 합쳐서 이 정부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거론했다. 

두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8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촘촘한 야권 공조를 펴지 않으면 중도보수의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두 대표 전격회동…정부에 맹공 퍼부어
외교·안보 쓴소리…심상찮은 움직임들

앞서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진영은 이른바 붕괴됐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자유한국당은 9년 만에 여당 자리마저 내줬다.

또, 안철수 대표를 필두로 한 국민의당은 중도를 표방하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아우르려 했지만, 확장성 실패로 지난 대선서 쓴잔을 들이켰다. 대선이 끝나고 나선 정국을 강타한 ‘제보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점에 대선 패배 ‘책임론’ ‘정계은퇴론’ 등 외곽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됐던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국민의당은 분당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당대회 결과 친안(친 안철수)계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대표에 오른 안 대표지만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대선서 각을 세운 홍 대표를 먼저 찾아 방문한 것을 두고 반전계기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당내 분란과 혼선을 잠재우기 위해 ‘야권 공조’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특히 안 대표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안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안 대표가 ‘야권 공조’에 힘을 싣는 중요 이유 중 하나다. 


당 내홍 속
공조 분위기

지난달 27일 열린 국민의당 당 대표 경선서 안 대표는 결선투표 없이 5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첫 투표서 과반수 득표를 얻지 못했다면 결선투표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선서 90%에 가까운 지지율로 대선후보에 올랐던 것에 비해 당내 입지가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안 전 대표는 야권 공조를 통해 중도·보수 세력을 규합하고 문 정부에 날을 세워 선명 야당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 대표는 ‘중도통합’ 매시지를 꺼내 들면서 당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했다.
 

여소야대, 여야 4당 교섭단체 체재의 복잡한 정국 속에서 중도통합의 길로 좌우를 수렴해 중심에 서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31일 안 대표는 국회 행사서 “문제 해결 중심 정당으로서,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강한 야당의 길을 간다면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안 대표가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될 수 있는 야권연대나 정계개편 등의 정치 국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가 안 대표와 함께 야권공조 대열에 합류한 이유도 안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홍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서 2위를 기록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자유한국당 인물난 속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해 자유한국당 대표에 올랐다. 대선서 박 전 대통령 지지층 흡수 및 친박(친 박근혜)계 지원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홍 대표는 최근 박 전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부산지역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구할 방법이 없다”며 “정치인 박근혜를 자연인 박근혜로 풀어주자”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과의 유일한 끈을 끊어버리겠다는 셈이다.

홍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우리 당과 함께 엮어가지고 지방선거까지 박 전 대통령을 압박해야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볼 것"이라며 "한국당이 궤멸돼버리면 박근혜가 살아날 길도 없다"고 했다. 

홍 전 대표의 발언에 친박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때는 자가기 당선되면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할 수 있다고 했다가 얼마 전에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생중계하는 것은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냐”며 홍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를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변화를 보이며 변화를 꾀한 홍 대표는 특보단을 구성해 자기세력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10일 홍 대표는 원내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특보를 꾸렸다. 선임된 특보는 정책 특보 11명, 지역 특보 14명 등 25명이다.

이 같은 특보단 구성의 표면적 명분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당직을 정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홍 대표의 ‘자기사람 심기’로 해석하며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특보단 명단을 놓고 “홍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친홍(친 홍준표) 성향의 한 최고위원은 “원래 특보단 임면권은 당 대표 고유 권한”이라며 간섭하지 말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당 대표에 오른 홍 대표가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자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커진 모양새다. 

이처럼 두 대표는 각각 친박계 및 반안계 반발로 당내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당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야권 공조를 통해 문 정부를 압박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선거 앞두고 
연대 나선다?


공조의 구체적 그림으로는 ‘선거연대’가 꼽힌다. 하지만 두 대표는 회동서 선거연대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비공개 회동서 배석한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선거연대와 관련해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원칙적으로 정면돌파다. 선거연대는 생각 없다’고 말했고, 홍 대표도 ‘우리도 그렇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 대변인은 “홍 대표가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늘 상황이 변한다’고 말했다”며 여운을 남겼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선거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서로 스스로 주도권을 쥐는 ‘동상이몽’식 통합·연대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경우 자강론을 앞세워 주도권 쟁탈전이 한창이다. 

다만 야3당 중 선거연대에 첫 운을 띄운 것은 한국당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야3당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단일후보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야3당만이라도 단일후보를 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꽤 많다. 수도권만이라도 선거연대를 해보자는 개인적인 제안”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현재 추세라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싹쓸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런 측면서 지방선거 연대는 야권 입장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라며 정 원내대표의 제안을 긍정 평가했다. 

지방선거 연대 화두
한 ‘반색’ 바른 ‘난색’

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은 연대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현재는 촛불 혁명의 산물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 대개혁을 할 정기국회다. 따라서 도둑질도 너무 빠르고, 우물가에 가서 숭늉 내놓으라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3당 단일화 이야기를 한 것은 상당히 엽기적이다. 지금 정치적 상식서 너무 벗어났다"며 "그건 역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경우 한국당과 각을 세워 보수적자 대결을 벌이는 만큼 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막상 연대를 하게 된다면 한국당에 흡수되는 그림도 그려지기 때문에 섣부르게 연대에 나서기 어려운 모양새다. 현재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야2당이 지난 대선처럼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막상 지방선거에 다다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문재인정부의 국정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민주당이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서 현 흐름이 내년 6월까지 이어진다면 야3당은 존폐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국민-바른 NO
한국당 YES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에 흐르는 야권공조 분위기에 대해 “운동권 중심의 핵심 참모들이 틀어쥔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요구하는 바가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합당이나 통합의 이전 단계로서 3당이 정책 공조를 하고 흐름을 같이 하면서 선거공조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혜훈 금품수수 의혹

지난달 31일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사업가 A씨로부터 명품 의류 등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YTN은 이날 ‘이 대표가 20대 총선에 당선될 경우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서 그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업가 A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A씨는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근거로 이 대표 소개로 대기업 부회장급 임원과 금융기관 부행장을 만나고, 조찬 약속을 잡아주거나 연락처를 적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제시했다. 

해당 의혹에 이 대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공식 입장을 내 해명한 데 이어 오후에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서 열린 연찬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먼저 이 사업가와의 관계에 대해 “(그가) 정치원로를 통해 ‘언론계·정치권 인맥이 두터운 동향인인데 자원해 돕고 싶다’며 (나한테) 접근해 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선 “수시로 연락해 개인적으로 쓰고 갚으라고 해 중간중간 갚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지속하다 오래 전에 전액을 다 갚았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다만 “의도를 갖고 접근해온 사람을 분별하지 못하고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서 생긴 일로, 실례를 끼쳐 여러 가지로 유감이다”고 사과했다. 정치권은 깨끗한 보수를 강조해온 바른정당 현직 대표가 청탁이나 대가 관계가 의심되는 부적절한 금품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 돼 앞으로 이 대표의 입지가 현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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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