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바마’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젊은 세대 총집합 “나를 따르라!”

3선 중진인 송영길(인천 계양구을)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국의 오바마’를 자신의 대표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새롭고 힘찬 야당 정치인으로서 광폭 행보를 내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와 남북문제, 정부 여당 등 범여권의 사정정국 조성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정책 수정 요구를 하는 등 새로운 정치 풍토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학생운동·노동운동한 전남출신, 진보적인 삶 추구
하와이 출신으로 인권변호사 전력 오바마와 유사
노동자들의 인권 옹호와 권리옹호 위해 노력 경주
새로운 정치 풍토 조성에 앞장서 정치권 이목 집중
 

미국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의 변화는 물론 세기적 전환을 이루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흑백혼혈로 하와이출신에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과 문화의 벽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이부동 정치세계 추구
오바마와 닮은 꼴

오바마는 한국의 386세대와 같은 세대인 1961년생이다. 진보적인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형성된 사람이다.
송영길 의원은 오바마와 관련, “여러 가지 공감대가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대표적인 서적인 <과감한 희망>이라는 책을 이미 읽었는데 많은 공감이 간다고 답변했다. 같은 정치인으로서도 자신의 삶과 여러 가지 유사점도 있는 것 같다는 것.
송 의원 역시 차별받는 남도 땅 고흥반도에 태어나 1980년 5월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겪었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쳤다. 사법연수원시절에는 오바마 당선인이 하버드대학 로리뷰의 편집장을 했던 것처럼 사법연수지 편집장을 했다.

인권변호사로서의 삶도 유사하다. 하와이 출신인 오바마 변호사가 교회단체와 함께 적은 월급으로 일리노이주에 와 지역사회봉사운동을 했던 것도 유사하다. 그때가 1985년이라고 한다.
송 의원 역시 1985년 감옥에서 나와 아무런 연고가 없던 인천에 내려와 배관용접공부터 노동자생활을 시작했다. 인천기독교 민중교육연구소를 설립해 노동자들의 인권 옹호와 권리옹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송 의원의 오바마에 대한 공감은 지난 이라크전 때 형성됐다. 그는 부시대통령의 선제공격 전략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쟁직전 이라크를 방문해 전쟁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의회가 이렇게 무력하게 부시의 전쟁추진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
여러 가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힐러리조차도 공포와 협박의 대중적 분위기에 영합해 이라크전에 찬성한 모습에 실망한 적이 있었다. 이에 비해 오바마는 일관되게 이라크전을 반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진 바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진보의 생각을 보수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당파를 넘어 미국 전체를 아우르면서 진보세력을 항상 소수세력이 아니라 미국의 주류세력으로 만드는 뛰어난 통합의 언어와 정치를 추구한 것이 매력적이다. 송 의원이 추구하고자하는 화이부동의 정치세계와 일치하는 면이 보인다. 
지난 7월 송영길 의원은 당 최고위원에 출마해 전당대회를 위한 합동연설회를 여러 차례 치르면서 자신이 ‘한국의 오바마’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 민주당이 국회를 주도하게 되면서 송 의원은 쿠바출신 메넨데스 상원의원의 초청으로 2007년 1월, 미 상원의원 개원식 참석 및 한미FTA점검, 대북문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미FTA로 이미 안면이 있는 의원들을 비롯해 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과 대선 후보인 오바마를 만나게 됐다.
오바마는 흑백 혼혈에 하와이 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적 격차와 본토와의 차별의식을 극복하고 일리노이주에서의 승리를 거쳐 미국을 통합시키는 리더로 성장했다.

그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경제를 살리겠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등 공허함을 품고 있는 그런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진정성으로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던 무당파들이나 젊은 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에게 담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5천년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데다가 영호남 지역갈등과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송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승리와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386정치인으로서 우리 젊은 세대가 변화와 희망을 통해 분단의 벽을 뚫고 동서의 지역구조의 벽을 뚫어보자는 취지에서 ‘한국의 오바마’라는 표현을 쓰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그러한 진정성이 당원들에게 전달되어 최고위원에서 1위를 할 수 있었고 5명의 최고위원 중 386세대가 3명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희망 통해
장벽 넘는다”

경제부문과 한미 FTA 경제적으로 신자유시대에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라는 기조가 바꿔지고 공공성이 강조되는 면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갈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이 노동자들과 농민, 노동자연합체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위기 극복과 실물경제회복, 재정적자, 무역적자 등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문제의 해소,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재수립 등의 과제가 눈앞에 존재한다.
한미 FTA의 경우 여러 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오바마는 한미 FTA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등 몇몇 부분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페루 FTA비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을 당시에 오바마는 찬성표를 던졌던 것처럼 FTA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FTA는 당시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고, 그동안 한미 FTA협상을 진행해오면서 미 민주당 상ㆍ하의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지원해 개성공단 한국산제품인정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냈으며 지금까지도 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또한 비준을 담당하고 있는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인 찰스 랭겔 의원과 상원 세입세출위원장인 막스 보커스 의원은 한미 FTA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한미 FTA 비준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과 충돌되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집권다수당인 미국 민주당 의원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논의를 통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 FTA 선제비준 문제다. 이미 펠로시 하원의장이 오바마 등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이다. 11월4일 선거이후 11월17일경 레임덕 세션이 열릴 수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경기부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오바마 당선 후
한국과 민주당에 미칠 영향


한미 FTA가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 그 짧은 기간에 콜럼비아, 파나마 건도 계류되어 있는 마당에 한마 FTA가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의회의 선제비준이 미국에 압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척헤이글 상원의원이 얼마 전 민주당을 방문해 정세균 대표와 만난 과정에서 한국의 선제비준이 미국의회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경로로 확인해 봐도 선제 타결이 압박이 될 요소가 없다. 오히려 한-EU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농촌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대책, 자생력대책도 다듬어야 한다. 영화산업 진흥방안도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의약산업분야의 제네릭 출시연기로 인한 피해문제도 법적절차를 보완해야 한다.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은 항상 국내 적용원칙과 국외 적용원칙의 이중성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얼마나 최소화될지 지켜볼 사안이다. 국내산업보호와 의료보험제도 개선 그리고 빈민, 하층민들의 사회부조, 일자리 창출 등이 주요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주당은 미국의 세계 최강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유연한 외교를 강조하고 동맹보다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부시 정부의 외교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집권할 경우 이 부분에 있어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관계가 긴밀함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부시정부와 대북관계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한 것과 다르게 부시는 우리측과 전혀 협의 없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동북아 외교에서 북한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각축이 활발해져 우리가 의도적으로 소외당할 가능성이 컸다.

오바마가 당선됨으로써 북미 직접대화 등의 과정에서 북의 통미봉남의 전략과 맞물려 한국의 위상이 여러 가지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유엔총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준 6·15와 10·4 선언을 승계하고 이를 이행 실천하는 과정에서 남북대화, 신뢰 분위기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중대과제다.
개성공단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탈출구다.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가 되어있는 한국경제를 다시 중흥 도약시키는 새로운 계기다. 금강산 관광도 즉시 재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분단의 극복과 동서지역의 통합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사회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 386세대는 평화적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위해 두 정권을 지지하고 뒷받침했다. 그러나 주도하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로 실망도 많이 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도 받았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우리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실력을 길러야 한다.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더욱더 국민 속으로 민중 속으로 세계 속으로 나아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 오바마가 당선됐더라도 미국은 역시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남북대화, 신뢰 복원이
중대과제다”

단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정치가 군산복합체의 하수인이 되어 세계문제를 군사적 대응으로 하는 잘못된 정책이 전환되는 것이다. 오바마가 주장한 대로 외교적 노력과 경제적 협력, 동맹국과 동맹 강화를 통해 세계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도 6자회담과 그 속에서 북미직접대화를 통해 포괄적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 당선이 1970년대 40대 기수론에 영향을 미쳤듯이 오바마 당선이 한국정치의 퇴영적 군사독재잔존세력과 구세대로의 회귀를 막고 새로운 세대로의 권력이동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송영길 의원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통해 “5천년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은 지금도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거의 단절돼서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 의원은 북한의 통미봉남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가 6·15 선언, 10·4 선언을 승계하고 이를 실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북대화와 상호 신뢰 분위기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 삐라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삐라 내용을 보면 선데이서울처럼 지저분한 이야기와 김정일 암살설을 비롯해서 안 좋은 이야기, 수준 낮은 이야기들을 써 놨던데 통제가 안 돼냐”며 행정안전부를 질책했다.
또 “3만 명이 넘는 개성공단 남북한 근로자들에게는 (삐라 살포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자제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이런 단체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그는 “‘5+2 지역 구조’로 지역과 수도권의 차별 격화, 편파수사와 공안탄압으로 위기 상황에 국민 통합을 해야 할 정부가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천억 달러 지급보증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에 대한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야당에 대한 사정 칼날에 대한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해 영장이 청구됐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유죄든 무죄든 그 내용은 재판에서 다퉈질 것이다. 그런데 왜 야당 최고위원을 구속하려고 하는 것인가. 현역인 김재윤 의원도 여러 가지 무죄가 다뤄지고 있다. 정치적 공백기에 중국과 미국에서 유학하는 과정에서 아는 친구로부터 돈을 받을 것이 그렇게 죽을 죄인가”라며 김 최고위원 영장 청구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해 조사해 보니 재산이 3억1천만원 정도 되고, 채무가 9천3백만원 정도 된다. 집을 빼고 나면 특별한 현금이나 예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 5월부터 미국에 체류 중이고, 존스홉킨스대학 부설 국제관계대학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변화해야 할 현안들
386세대 역할에 달려 있다”

이어 “뉴저지에 있는 매크로프로민스 지역은 최소한 월세가 3천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세와 생활비를 합치면 두 부부의 한 달 생활비는 최소한 8천 달러에서 1만 달러가 정도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환율로 보면 매달 1천2백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인데 국회의원은 그만두면 퇴직금도 없고, 연금도 없다. 특별한 수입도 없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미국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 검찰은 그 수입원을 조사해서 정치자금 위반 혐의를 수사할 용의 있는가”라며 검찰의 여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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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