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9)선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09:36:59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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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 내주를 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사택비가 의자왕의 가슴을 만지며 자신의 나신을 살펴보았다.

“그래서 미운가요?”

“밉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오. 부인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대답 대신 의자왕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정녕 그런 거요!”


“서방님, 서방님께서 이리도 저를 사랑해 주시는데 그럴 리 있겠어요.”

“그러면.”

“서방님께서 너무나.”

“너무나 뭐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는지 사택비가 슬그머니 의자왕의 가운데로 손을 뻗었다.

갑작스런 손길에 의자왕의 가운데가 힘차게 고개 들기 시작했다.

의자왕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리로 향했고 그제야 의미를 알겠다는 듯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자제해야 하는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서방님 품에서 마무리하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의자왕이 눈을 흘기며 가볍게 사택비의 엉덩이를 쓸자 사택비 역시 눈을 흘기며 온 힘을 다해 의자왕을 껴안았다. 

“그러면 부인 원대로 해주리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사택비를 안고 이동했다.

이상 징후

사택비의 몸의 이상 징후가 단순한 사랑 놀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이 야위어 가듯 모든 일에 서서히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고 급기야 몸에서 생기가 엷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인지한 의자왕이 만방으로 치료를 거듭했으나 차도는 보이지 않았고 서서히 사택비가 생명의 끈을 놓아가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의자왕의 안중에 궁궐의 일이 들어올 리 없었다. 

“서방님, 죄송해요.”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부인.”


사택비가 손을 뻗어 의자왕의 손을 잡자 의자왕이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지지리도 못난 제가 서방님 만나 정말로 행복했어요.”

사택비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말이 의자왕의 애간장을 녹였다.

“절대로 아니 되오. 나는 어쩌라고.”

말과 동시에 의자왕이 손을 사택비의 등 뒤로 움직여 가슴으로 안아들었다.

가녀린 여체가 눈을 파고들었는지 서서히 눈가에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저처럼 행복한 여자는 없을 거예요.”

“그런 사람이 행복을 버리려 하오.”

“결코 그럴 수는 없지요. 저는 죽어도 서방님을 놓을 수 없어요.”

사택비가 그윽한 시선으로 의자왕을 주시했다. 

“그럽시다. 우리 한 많은 이 세상 함께 마감합시다.”

“안 되지요, 서방님은 아직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조금 더 계시다가 오세요. 제가 먼저 가서 오매불망 서방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오. 내 부인과 함께 이 세상 마무리하겠소.”

낮지만 굵은 소리에 사택비가 가느다랗게 미소를 흘렸다.

“왜 그러오?”

“비록 제가 먼저 간다 해도 저는 항상 서방님 곁에 머물 거예요. 그러니 조금도 심려마세요.”

“그럴 수는 없소.”

기어코 의자왕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방님.”  

“말해보오.”

“저를 그리 일찍 보내시렵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서방님이 살아계시면 저 역시 사는 거고 서방님이 돌아가시면 저 역시 그런 것이거늘.”

의자왕이 가만히 그 말을 새기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일어났는지 사택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나요?”

돌아온 상리현장…당태종의 분노
일어선 양만춘…정예부대 이끌다 

“이대로 당신을 보낼 수는 없소. 아니 영원히 내 품에 가두어 둬야겠소.”

의자왕에 의해 사택비가 알몸이 되었다.

잠시 나신을 바라보던 의자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을 모두 벗어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사택비를 가지런히 눕혀 그 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포갰다. 

앙상한 여인의 몸 위로 단단한 의자왕의 몸이 겹쳐지자 사택비가 호흡이 곤란한지 잠시 몸을 뒤척이다 의자왕의 목을 힘차게 끌어당겼다.

그를 신호로 두 사람의 입이 포개지기를 잠시 의자왕이 정성스럽게 사택비의 몸을 어루만지고 자신의 중심을 사택비의 중심에 깊게 자리했다.

사신으로 왔던 상리현장이 돌아가서 이세민에게 고구려에서 당한 일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보고했다.

그를 전해들은 당태종은 차마 그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장엄에게 지난번보다 더 강도가 심한 내용의 글을 들려 사신으로 보냈다. 

보장왕과 함께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불같이 노해 사신에게 당장 당나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당태종의 위세를 업은 장엄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세웠다.

가소롭게 생각한 연개소문은 결국 그를 굴속에 가두어 버렸고, 그 일이 당에 알려지자 이세민의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장엄을 굴에 가두어 이세민의 분노를 자극한 연개소문이 즉각 선도해와 함께 북쪽 국경을 들러보고 평양성으로 돌아와 보장왕과 함께 주요 장군들을 소집했다.

물론 당나라와의 일전을 위한 조처를 강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자리에 중앙군을 지휘하고 있는 연정토를 비롯하여 안시성 성주인 양만춘, 북부욕살(褥薩, 지방장관)인 고연수, 남부욕살인 고혜진 그리고 전략에 능한 고정의 등이 참석했다.

자리가 정돈되자 보장왕이 참석자들의 노고를 일일이 치하하고 연개소문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이미 여러분이 주지하고 있다시피 이 자리는 당나라와의 결전을 앞두고 확고한 다짐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운을 뗀 연개소문이 잠시 사이를 두고 참석자들의 면면을 가만히 살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의 판도가 크게 왜곡되고 말았음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즉 지금의 당나라 놈들이 장악하고 있는 땅의 원래 주인은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지난 시절 우리의 선조들께서 고토를 회복하기 위해 무수히 피를 흘렸습니다. 그래서 금번에 당나라와 자웅을 겨루고 고구려의 혼을 살리며 아울러 우리 민족이 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에 진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를 실천하기 위해 내 직접 당나라의 수군기지인 내주로 가서 적을 타격하려 합니다.”

자웅을 겨루다

“당의 내주라면 한참 거리인데 어떻게 가시렵니까?”

양만춘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동반도 끝(대련)에서 바다를 건널 계획이오. 그곳에서 출발하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배로 말입니까?”

순간 고정의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막리지 대감께서 그에 대한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선도해가 차분하게 말을 건네자 고정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예병 오백을 거느리고 곧바로 내주를 치려하오.”

“오백이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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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