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이수그룹의 이면

소리 소문 없이…이유 있는 승승장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수그룹이 대표 계열사인 이수화학을 앞세워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이 시황 호전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고, 골칫거리였던 건설부문과 바이오사업이 흑자로 전환했다. 
 

1996년 4월 지주사 형태의 그룹 체제를 본격화한 이수그룹은 2000년 1월 현 김상범 회장 체제로 들어섰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은 이수그룹은 이수화학과 PCB 부품 제조 판매사 이수페타시스 등을 포함해 11개 계열사를 휘하에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줄줄이 실적↑
연이은 낭보

최근 이수그룹은 연이은 낭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계열사 실적개선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데다 사업다각화 작업도 점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계열사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은 이수그룹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데 가장 공헌한 건 이수그룹의 모체인 이수화학이다. 

이수화학은 최근 2015년까지 LAB(합성세제원료, 연성알킬벤젠) 수급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실적 하향세가 뚜렷했다. 2011∼2013년 사이 LAB가 호황을 보이자 경쟁업체들이 대거 증설에 나섰고 이 때문에 수급 균형이 깨졌다. 


공급량이 늘면서 LAB의 가격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마진폭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도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LAB 판가는 크게 떨어졌다. 반면 원재료 하락 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고 마진폭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결국 이수화학은 2013년 연결기준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전년대비 6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이후에도 좀처럼 부진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영업손실 357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억원도 채 안 되는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더욱이 이 기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자그마치 2000억원에 이르렀다. 

반등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100억원, 영업이익은 600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2015년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1000% 이상 늘었다. 2015년 이수화학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712억원, 5400만원이었다. 

이수화학의 순항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수화학은 2분기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152억8600만원, 순이익 88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기 대비  144.74%, 247.45%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은 4122억 8000만원으로 전기대비 1.78% 늘었다.

이수화학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건 주력 제품인 LAB에 대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된 덕분이다. 2분기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4달러로 전분기 대비 7.8% 하락한 가운데, 2019년까지 증설 공백으로 인해 LAB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수화학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밟히는
수상한 흔적
 


이처럼 잘 나가는 이수화학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심에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이수화학에 의존하는 이수엑사켐이 위치한다.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서 제품을 매입한 뒤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유통 회사다. 2015년 기준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으로부터 990억원 어치의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면서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이수화학 제품 861억원 어치를 사들여 매출 1344억원, 매출총이익 204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심지어 이수엑사켐에 대한 그룹사 차원의 봐주기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별도기준 1분기 매출채권은 123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8억원 감소했다. 
 

전체 매출채권서 이수엑사켐의 몫이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 1분기 이수엑사켐이 갚아야 할 매출채권은 약 570억원이다. 

이 같은 기조는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전체 매출채권이 41%, 지난해엔 역대 최고인 56%가 이수엑사켐의 몫이었다. 이수화학의 전체 매출서 이수엑사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9%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액수다. 

이수엑사켐의 매출액 비중은 2013년 8.1%, 2014년 8.9%로 8%대를 유지하다 2015년 9.5%, 2016년 9.6%로 소폭 상승했다. 

연이은 계열사 호실적 함박웃음
조직적인 이수엑사켐 밀어주기

전체 매출채권서 이수엑사켐의 몫이 많은 이유는 매출채권 회전기일(receivable turn over period)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와 올 1분기 이수화학의 매출채권 회전기일은 40∼50일이다.  

반면 이수엑사켐을 대상으로 한 매출채권 회전기일은 무려 256일로 다른 고객사와 편차가 컸다. 이수엑사켐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사들의 경우 1∼2개월이면 제품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데 반해 이수엑사켐의 경우엔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데 9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매출채권회전율(기말 매출채권잔액이 1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액으로 회전되는 속도)’을 기준으로 봐도 이수엑사켐이 매출채권 상환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수화학의 전체 매출채권 회전율은 2015년 7.8회, 2016년 7.3회, 지난 1분기 9회다. 이수엑사켐으로 한정할 경우 매출채권회전율은 2015년 1.9회, 2016년 1.4회, 지난 1분기 1.4회에 그친다. 


스스럼없는
오너 회사 지원 

공교롭게도 이수엑사켐은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의 100% 개인회사다. 김 회장과 이수엑사켐은 그룹 지주회사인 ㈜이수 지분을 각각 67.4%, 32.5%씩 들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이 ㈜이수 지분을 100% 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상범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건설’로 이어지는 단단한 지배구조가 구축됐다는 뜻이다. 

2000년 들어 3남이었던 김 회장이 적통 후계자로 낙점되자 곧바로 1인 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 작업이 진행된다. 그 즈음 김 회장 개인회사 2곳이 설립된다. 석유화학제품 판매업체 엑사켐과 자동차 부품·윤활유 판매업체 아이엠에스가 그 주인공이다. 

양 사는 2005년 합병되면서 현재의 '이수엑사켐'으로 재탄생했다. 

공통적으로 두 회사는 모두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다. 아이엠에스는 이수화학(3.46%)과 이수건설(4.49%), 이수세라믹(3.87%), 이수전자(3.09%) 지분을 갖고 있었고, 엑사켐은 이수화학과 이수세라믹의 주요 주주였다. 


이수그룹이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서 두 회사는 그룹 지배구조 꼭대기로 올라서게 된다. 당시 이수그룹은 이수건설을 사업회사(이수건설)와 투자회사(㈜이수)로 나눈 후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삼았다.
 

엑사켐과 아이엠에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들은 지주회사 ㈜이수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이 됐다.

실제 엑사켐은 보유하고 있는 이수화학 주식 44만 9830주와 이수세라믹 주식 37만 9830주를 현물출자해 ㈜이수 주식 559만7219주(8.9%)를 취득했다. 아이엠에스도 이수세라믹 주식 12만6908주를 현물출자한 대가로 ㈜이수 지분 717만5931주(11.39%)를 확보한다.

김 회장도 직접 나서서 ㈜이수 지분을 늘린다. ㈜이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수건설 주주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수건설-㈜이수 간 지분 맞교환에 응하면서 ㈜이수 지분을 크게 늘린다. 

당시 그는 보유 중이던 이수건설 지분 24만 5618주(24.73%)를 모두 내주고 대신 ㈜이수 지분 502만 2871주(79.7%)를 확보한다.

다른 이수건설 주주들은 지분 맞교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지분율 만큼 지주사인 ㈜이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계열사 간 상호 보유 해소를 위해 실시한 유상감자에 참여해 지분을 모두 현금화한다. 

그 결과 이수그룹 지주사 주주는 김 회장과 김 회장의 개인회사만 남게 됐다. 완벽한 1인 지배체제가 완성된 순간이다. 

이후 이수건설 부실 뇌관이 터지면서 이수그룹 지배구조는 다시 한 번 요동친다. 이수건설 자금 지원 부담 탓에 ㈜이수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자 2009년 들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와 증자, 출자전환 등이 이뤄진다. 당시 이수엑사켐이 자금 지원 총대를 멘다. 
 

이수엑사켐은 ㈜이수에 빌려준 차입금 317억원과 미지급이자 33억원에 대해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한다. 350억원을 받는 대신 ㈜이수 주식 350만주를 취득하는 조건이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15억원을 지원했다. 

출자전환과 증자 단독 참여로 이수엑사켐 지분 67.4%를 보유한 ㈜이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김 회장 개인 지분율은 기존 79%에서 32%로 희석된다. 이 지분구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수화학의 이수엑사켐에 대한 채권 회수가 더딘 이유를 이수그룹 지배구조와 연결시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수화학의 다른 고객사와 달리 이수엑사켐은 상대적으로 채권 상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수엑사켐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토대로 김 회장의 돈줄 역할 역시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 20억8000만원을 배당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김 회장에게 돌아갔다. 

최근 6년으로 범위를 넒히면 김 회장이 이수엑사켐을 통해 확보한 배당금의 총합은 5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수엑사켐서 주주들에게 지급한 모든 배당금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김 회장 몫이었다. 

일감 몰아주고
배당도 척척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2008년 89억원 수준이었던 이익잉여금은 매년 순이익이 쌓이면서 수백억대로 불어났고 추가 배당 여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수엑사켐이 수직계열화 주축 계열사로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김 회장의 현금창고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