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0 친환경차 '로드맵'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8.29 08:24:07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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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걱정 없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현대차가 궁극의 친환경차인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친환경차를 2020년까지 현재 14종에서 31종으로 대폭 확대하는 그룹 차원의 친환경차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문을 연 ‘수소전기하우스’서 진보된 연료전지시스템을 바탕으로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어 63컨벤션센터서 열린 ‘차세대 수소전기차 미디어 설명회’를 통해 그룹 차원의 ‘친환경차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 받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기술 수준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고,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미래 무공해 친환경차 시대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인 미래 무공해 친환경차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기존 파워트레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요소를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공개
미래 자동차 주도…내년 초 출시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수소전기 파워트레인에 대한 현대차의 헤리티지와 리더십을 상징한다”며 “이번에 공개한 신차를 통해 수소전기차 분야의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청정 에너지원 수소로 운영되는 수소사회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전략 발표를 맡은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미세먼지 등 심각한 환경문제로 친환경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에 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전기차, 수소전기 등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혁신
최고의 상품성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지금까지 쌓아온 친환경차 전기동력시스템 기술력, 한 단계 진보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그리고 미래 자동차 기술 등 지금까지 최고 기술력이 집대성됐다. 

핵심 기술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효율, 성능, 내구, 저장 등 4가지 부문서 모두 기존 투싼 수소전기차 대비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냄으로써 최고 수준의 친환경성과 상품성을 확보했다.

먼저 연료전지의 성능 및 수소이용률의 업그레이드, 부품의 고효율화를 통해 차세대 수소전기차 시스템 효율 60%를 달성, 기존 55.3% 대비 약 9% 향상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를 국내 기준 580km 이상의 항속거리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 연료전지시스템 압력 가변 제어 기술 적용으로 차량의 최대 출력을 기존 대비 약 20% 이상 향상, 163마력(PS)을 달성해 동급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성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시스템의 핵심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등 기술 국산화와 더불어 수소전기차에 최적화된 핵심부품 일관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전기화학적 반응을 하는 연료전지의 특성상 추운 지방에서의 시동성은 수소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다.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영하 30도서도 시동이 걸릴 수 있도록 냉시동성을 개선했다. 

아울러 10년 16만km 수준의 연료전지 내구 성능 기술을 적용해 일반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내구성을 갖춘다. 수소 탱크 패키지 최적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저장 밀도를 확보했다.

내년 초 공식 출시되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개발 중인 최첨단 미래 기술이 적용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원격 자동 주차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첨단 편의·안전 사양을 갖춰 주행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친화 디자인
공력효율 극대화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와 첨단 기술 간의 균형 잡힌 조화를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현대차는 효율을 강조했던 기존 친환경차의 디자인을 넘어 차세대 수소전기차 탄생에 걸맞은 차별화된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장거리 수소전기차와 함께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는 자신감 넘치는 라이프스타일과 당당한 SUV의 캐릭터를 디자인에 부여했다.
 

특히 ▲2피스 공력 휠 ▲D필러 에어터널 ▲전동식 도어 핸들 등 첨단 디자인과 공력 기술이 융합된 요소들을 새롭게 적용해 공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전면의 공기 흐름은 프론트 범퍼의 에어커튼을 지나 역동적 디자인과 공력효율을 동시에 구현한 2피스 공력 휠을 따라 후면으로 흘러간다. 측면은 사이드 미러를 통과한 공기의 흐름이 D필러 에어터널을 통과하도록 디자인됐다.

“기술 역량 총동원해 개발”
차종 다양화로 대중화 앞장

현대차는 최초로 전동식 도어 핸들을 적용해 공기역학성능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구현했다. 전면부 디자인에는 수소전기차의 첨단 이미지에 걸맞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수평선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좌우를 가로지르는 얇은 컴포지트 헤드램프는 미래와 현재의 시각적 끝을 보여주며 가장 앞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상징한다.

현대차의 디자인 시그니처인 캐스캐이딩 그릴은 컴포지트 라이트와 함께 어우러져 고유의 강한 개성을 갖춘 전면부 디자인이 완성됐다. 측면부 디자인은 긴 보닛과 짧은 프론트·리어 오버행으로 구성되어 다이나믹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지붕이 떠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를 통해 미래지향적이면서 날렵해 보이는 효과를 연출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첨단 이미지를 연출했다. 현대차 최초로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대시보드 아키텍처를 구현했다. 아울러 넓은 수평형 레이아웃의 대시보드와 하이포지션 콘솔을 적용해 독창적인 탑승감 확보와 공간감 극대화에 주력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현대차그룹이 2020년까지 선보이겠다고 밝힌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HEV) 10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1종 ▲전기차(EV) 8종 ▲수소전기차(FCEV) 2종 등 총 31종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부산모터쇼에서 발표했던 28종 개발 계획과 비교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종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14종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2배 이상으로 늘려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적극 기여하고 2020년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판매 2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하이브리드(H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라인업 강화에 주력한다. 2011년 독자 개발해 운영 중인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을 기반으로 4륜구동, 후륜구동 등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중형, 준중형 차급 위주의 라인업을 SUV, 대형 차급으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친환경차인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성능 향상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1회 충전 주행거리 191km로 도심 주행에 적합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성공적으로 출시,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써온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통해 구현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바탕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개발에 주력한다.

단계적으로는 2018년 상반기에 1회 충전으로 390km 이상 주행 가능한 소형 SUV 코나 기반의 전기차를 공개한다. 향후 1회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차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가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신규 개발해 주행거리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최적의 성능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나아가 2021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 전기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수소전기차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연료전지시스템의 소형화, 경량화, 고출력화 등 상품성 향상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세단 기반의 수소전기차도 선보여 수소전기차 대중화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수소전기버스 또한 올해 4분기에 공개하고, 내년 초 고객들이 직접 수소전기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판매기반 구축
내년 초 시연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한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울산시와 함께 수소택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광주에선 스타트업 제이카가 해당 지자체와 함께 수소전기차의 주행 성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수소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대를 보급한다는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보조를 맞춰 차량 보급 확대에 매진할 계획이다. 최근 원자력과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청정 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히는 수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수소는 계절·날씨에 제한을 받는 태양광, 풍력 에너지의 공급 경직성과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캐리어로서,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수소를 저장 수단과 전기 재생산수단으로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고성능 공기필터가 탑재돼 차량 운행 시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효과도 갖추고 있다.

2020년까지 31종 출시
2017년 대비 2배 늘려

수소전기차 1대가 연 1.5만km 운행할 때 성인 2명이 연간 마시는 공기의 양이 정화되는 효과가 있다.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등 수소전기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갈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인 수소 에너지의 경쟁력을 적극 알리고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미래 수소 사회를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내년 1월 라스베가스서 열리는 CES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의 차명과 주요 신기술을 공개, 자율주행뿐 아니라 탑승자와 차량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HMI(Human-Machine Interface)’신기술을 선보인다. 

내년 초 수백km 고속도로 구간서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함으로써 자율주행과 친환경이 결합된 미래의 카라이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이와 함께 수소전기차 카셰어링 등 다양한 시승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소전기차의 우수한 성능을 보다 쉽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현대차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선보이고, 새로운 수소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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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