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이기는 여행 ②인제 미산계곡

아름다운 산 아래 맑은 계곡을 즐기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 인제군 기린면의 ‘린’을 딴 이름이다. 계방천과 자운천이 만나 시작되는 내린천은 깊고 높은 산자락을 따라 곡류 하다가 상남면서 상남천, 현리서 방태천을 더해 흐른다. 홍천서 인제로 접어드는 내린천을 미산계곡이라 한다.
 

미산계곡은 대개인동과 소개인동을 품은 미산마을을 지나 10km에 이르며, 인제서 가장 먼저 만나는 내린천 상류로 물이 맑고 깨끗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견지낚시 체험

미산마을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서 붙은 이름이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산, 방태산, 맹현봉 등 1200m가 훌쩍 넘는 산자락이 마을을 겹겹이 감싼다. 미산마을에선 리버 버깅(river bugging)을 즐겨보자. 

리버 버깅은 뉴질랜드서 개발된 수상 레포츠로, 급류를 이루는 계곡서 가능하다. 도입 당시 뉴질랜드 컨설턴트와 함께 전국의 유명 계곡과 강을 답사했는데 미산계곡이 가장 적합한 장소로 판단됐다고 한다. 미산마을이 우리나라 리버 버깅의 시발점인 셈이다. 
 

리버 버깅은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리버 버깅을 하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뒤집혀 버둥거리는 벌레의 날갯짓 같아 붙은 이름이다. 리버 버깅에 가장 중요한 장비를 리버 버그라 부른다. 


리버 버그는 1인승 공기 주입식 급류 보트로, 앞이 툭 터진 ‘U자형’이다. 리버 버깅에는 몸을 의지해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리버 버그와 두께 5mm 슈트, 구명동의, 헬멧, 발을 보호하는 슈즈와 추진력을 제공하는 오리발, 방향 전환용 장갑 등이 필요하다. 
 

장비를 착용한 뒤 약 5.5km 떨어진 승선장으로 이동한다. 물에 들어가면 리버 버그 타는 법, 물속에서 적응하는 법, 리버 버그가 전복될 경우 탈출하고 다시 타는 법 등을 반복적으로 배운다. 

특히 리버 버그 탈출 방법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급류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 버그가 뒤집히면 밸크로 테이프를 떼어 탈출함과 동시에, 리버 버그 손잡이를 잡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버 버깅은 30분 정도 강습을 거치면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급류가 무섭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도 강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급류에 빠지더라도 신속하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강습을 마치면 본격적인 급류 타기가 시작된다. 

초급 코스는 승선장서 소개인동까지 2.7km, 고급 코스는 소개인동을 지나 용바위까지 약 4km다. 미산계곡은 소개인동을 지나면 한 바퀴 크게 휘감아 감입곡류 하는데, 이곳에 용바위가 있다. 리버 버깅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험난한 곳이다. 
 

리버 버그는 출발 지점서 비교적 평온하게 움직인다. 어느 정도 가다가 하얀 포말이 계곡 전체로 퍼지면서 급류 구간이 시작된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리버 버그가 하나둘 급류를 향해 돌진한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급류를 타고 넘기도 하고, 리버 버그가 뒤집혀 떠내려가기도 한다. 뒤집힌 리버 버그서 탈출한 것도 잠시, 다시 리버 버그에 올라 두 번째와 세 번째 급류를 향해 출발한다. 리버 버깅은 초급 코스가 2시간 정도 걸린다.


수상 레포츠 ‘리버 버깅’ 즐길 수 있는 곳
계곡·숲이 함께 있는 ‘방태산자연휴양림’

미산마을에선 견지낚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미산계곡은 쉬리, 열목어 등이 서식하는 일급수다. 마을서 견지낚싯대와 바지장화, 수장대, 살림망 등 장비를 대여해주고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으로 안내하고 낚시 요령까지 알려준다. 

피라미와 갈겨니, 참마자, 꺽지, 버들치, 열목어 등이 잡히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플라이낚시는 아니어도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잡은 물고기로 튀김이나 매운탕, 조림까지 맛보니 일석이조다.
 

여름 수상 레포츠 하면 래프팅을 빼놓을 수 없다. 내린천은 급류가 많고 코스도 길어 우리나라 최고의 래프팅 명소로 꼽힌다. 기린면 현리의 기린솔섬유원지서 고사리쉼터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내린천수변공원서 고사리쉼터나 밤섬까지 약 7.5km가 래프팅을 가장 짜릿하게 즐기는 코스다. 
 

상남면 소재지서 남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내려가, 오솔길과 데크를 300m 정도 지나면 용소폭포가 나온다. 폭포 아래 용이 머무른 소가 있어 붙은 이름으로, 상남폭포라고도 불린다. 

가뭄이 들면 이곳서 독특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에게 간절히 비는 게 아니라 용을 노하게 하는 방법이다. 폭포에 개의 피를 흘리면 용이 부정한 피를 씻어내려고 뇌성벽력을 치며 큰비가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폭포 입구서 안쪽으로 깊이 팬 용소폭포의 전경이 보이고, 전망대에 오르면 물줄기가 휘감아 돌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상남면 북쪽에 자리 잡은 기린면에도 시원한 여름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기린면 현리서 조침령을 넘어 양양으로 418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418번 지방도는 방태산과 곰배령 사이에 난 길로, 그 주변에 진동계곡과 아침가리, 연가리가 있다.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아침가리는 연가리와 함께 ‘삼둔사가리’라 불릴 정도로 오지 중 오지다. 방동교서 방동약수를 거쳐 조경교(6km)까지 걸어간 뒤 조경교 아래로 진동계곡 합수 지점(6km)까지 아침가리가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가기도 하고 물을 건너기도 하는데 시원한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침가리 트레킹을 하려면 갈아입을 옷과 등산화가 필수다. 총 12km로 6~7시간이 걸린다. 

아침가리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도착 지점인 진동1리에 쉴 곳을 마련하고 진동계곡이나 아침가리 초입서 물놀이를 해도 좋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계곡이 있다.

아침가리와 가까운 곳에 연가리가 있다. 진동1리 마을회관서 조침령 쪽으로 약 3.6km 가면 연가리 표지판이 있고, 마을 안쪽으로 내려가면 진동계곡과 합류하는 연가리를 만난다. 아침가리보다 규모가 작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쉴 만한 물가를 찾아보자. 


총 12km의 트래킹코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계곡과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 야영장, 산책로가 이어진다. 휴양림 시설이 계곡과 나란히 자리해 여름에는 이단폭포와 산책로만 다녀와도 좋다. 

산책로는 구룡덕봉과 주억봉 등 방태산 등산로 초입에 있어 더위를 피하기 좋다. 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에 철분과 탄산, 망간 등이 함유되어 톡 쏘는 방동약수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미산계곡(리버 버깅)→용소폭포→아침가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용소폭포→미산계곡(리버 버깅)→미산계곡 즐기기(견지낚시, 물놀이)→숙박 
[둘째 날] 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아침가리→연가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제문화관광 http://tour.inje.go.kr
- 내린천리버버깅 http://www.misanriverbug.co.kr
- 미산마을 http://misan.invil.org
- 내린천래프팅협동조합 http://www.nrcoop.com
- 방태산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문의 전화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
- 내린천리버버깅 010-7165-8055
- 미산마을 033)463-9036
- 내린천래프팅협동조합 033)462-5887
-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 화천목재문화체험장 033)441-992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인제,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4회(06:30~19:50) 운행, 1시간30분~2시간 소요. 인제서 현리행 버스 하루 15회(06:45~19:40) 운행, 약 1시간15분 소요. 현리서 홍천행 버스 하루 3회(06:30, 12:30, 17:50) 운행, 미산1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인제시외버스터미널 033)463-2847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IC→인제IC교차로서 상남 방면 31번 국도로 우회전→오미재 넘어 상남삼거리서 직진, 상남우체국 끼고 446번 지방도 내린천로로 좌회전, 10.8km 직진→미산계곡

숙박 정보
- 부린촌 :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8055
- 미산마을 녹색센터 : 상남면 개인약수길, 033)463-9036, 
http://misan.invil.org 
- 아침뜨락황토마을 : 기린면 두루미길, 033)462-2955, 
http://www.mgarden.co.kr
- 방태산자연휴양림 : 기린면 방태산길, 033)463-8590, http://www.huyang.go.kr
- 마의태자권역 다목적센터 : 상남면  김부대왕로, 033)461-0228, http://www.마의태자.net 

식당 정보
- 부린촌(능이백숙):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8055 
- 미산막국수(막국수):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0539
- 운게정(송어회): 상남면 개인약수길, 033)463-2544
- 용추골순대(명태조림) : 기린면 조침령로, 033)462-1384
- 고향집(두부전골):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 오류동순메밀막국수(막국수):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1948

주변 볼거리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나르샤파크, 짚트랙, 인제아이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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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