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괴담 '소문과 진실'

사람 죽거나 혹은 고장 나거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지난해 4월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한눈에 보는 서울>에 따르면 지하철과 철도는 서울시민이 가장 애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문제는 대중교통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하철서 고장사고는 물론, 사망사고까지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지하철 4호선은 그 빈도가 잦아 ‘4호선 괴담’이 나올 정도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은 노원구 당고개역서 도봉구의 창동역, 쌍문역을 거쳐 서초구의 남태령역을 잇는다. 서울 지하철 4호선에다가 남태령~금정 구간의 과천선과 금정~오이도 구간의 안산선을 모두 아울러 수도권 지하철 4호선으로 부른다. 서울 노원구의 당고개역을 기점으로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종점 오이도역까지 48개 역으로 구성돼있다.

투신사고 발생

올해 들어 4호선에서만 3건의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초지역서 2건, 중앙역서 1건 등 3건 모두 안산선 구간서 일어났다. 안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초지역서 50대 남성이 열차가 들어서는 순간 몸을 날려 투신했다. 이 사고로 서울 방면 당고개행 열차 20여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해당 역에 있던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전했다. 목격담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했고, 곧이어 “사상사고로 정차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투신 남성은 A4 용지 1장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역시 안산선 구간인 중앙역서 사상사고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50대 남성이 2일 오전 8시4분경 승강장에 진입하는 열차에 몸을 던져 숨졌다. 

이 남성은 사망 전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남겼다. 글에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4호선 상·하행선은 모두 운행이 중단됐다. 중앙역 사고는 출근길에 발생해 승객들의 불편이 컸다.

올 들어 사망사고만 2건
고장 사고도 6건에 달해

초지역의 경우 3월에도 사상사고가 있었다. 지난 3월11일 오후 3시28분경 3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사고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는 해당 남성이 선로에 서 있는 것을 목격한 후 급하게 멈췄다고 진술했다.

안산선 구간서 연이어 발생한 사상사고는 스크린도어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초지역과 중앙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없다. 초지역은 2014년 12월에도 60대 여성이 열차 진입 중 뛰어내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2년 넘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4호선은 고장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만도 높다. 지난달 24일 사당역서 출발하는 당고개행 열차가 선로변환기 고장으로 14분간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후속 열차가 역내로 진입하지 못해 200여명의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같은 달 10일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중에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출근길 승객들의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이 사고는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오전 7시16분 상계역서 멈춰서면서 일어났다.


사고가 난 날은 월요일이었던 만큼 승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서울메트로는 열차 고장으로 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해 학교나 회사 등에 제출할 수 있는 지연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SNS에는 잦은 열차 고장을 성토하는 글이 폭주했다.

5월20일에는 열차 제동장치의 문제로 운행이 30분가량 지연됐다. 이날 오후 4시33분께 사당 방향으로 향하던 4호선 열차가 동대문역서 멈췄다. 해당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하차했고 열차는 회송기지로 향했다.

4호선 고장 사고는 지난 4월에도 있었다. 4월12일 오전 10시경 오이도행 열차가 선로 전환기 상의 문제로 범계역서 멈추는 사고가 났다. 이날 사고는 “4호선 고장으로 산본~금정에서 20분 이상 지연 중”이라는 글이 SNS에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날 SNS에는 “4호선 허구한 날 고장” “고장 안내방송이 늦게 나왔다” “직원 한 명만 사고 소식을 전했다” 등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열차 고장으로 승객들의 발이 묶인 사고는 1월에도 발생했다. 겨울철 퇴근 시간에 일어난 사고라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1월13일 오후 5시46분께에는 4호선 창동역 하행선 사당행 열차가 고장 났다. 

열차가 고장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객실 내 승객 150여명은 모두 하차해 다른 이동 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로 일부 구간서 35분가량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서울메트로는 해당 열차의 동력 공급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잦은 사고에 승객 불만 ‘폭발’
부품 노후화·스크린도어 부재

4호선 안산역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이용객 9명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5월28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오후 1시30분경 안산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췄다가 뒤로 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하던 이용객 9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레일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체인 결손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뒤로 밀린 후 보조 브레이크가 작동하다 멈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호선의 잦은 고장 원인으로 부품의 노후화를 꼽는다. 지난해 4호선서 일어난 대형사고도 오래된 부품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1월7일 오후 7시25분쯤 4호선 한성대입구역~성신여대입구역 사이서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났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800여명은 차량 문을 열고 선로를 걸어 한성대입구역으로 대피했다. 승객들이 선로로 내려오면서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은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장기간 사용한 고속도차단기 부품의 절연 성능이 떨어져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열차는 1994년 3월 도입돼 지난해 기준으로 23년 동안 운영한 상태였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1월 2·3호선 노후 전동차 620량에 대해 837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체 작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2·3호선 교체를 마친 뒤 4호선 열차도 교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승객 발 묶여

국토교통부 역시 올 연말까지 모든 광역철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일 4호선 중앙역에서 승객 투신사고가 발생하는 등 2012년부터 최근 5년 새 총 25건의 승객 추락·투신사고가 발생했다”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면 승객의 선로 추락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추락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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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