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KAI 키맨’ 추적

  •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0:11:26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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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농락한 생사불명 도망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KAI 키맨’ 손승범이 수사 도중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벌써 한 달째다. 그를 놓친 검찰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 홀연히 사라진 그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혐의를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개발비 등 원가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사기) 등과 관련해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하늘로 솟았나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등 국산 군사 장비를 개발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항공 관련 방산업체. KAI가 수리온·T-50·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 최대 수천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5년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계상하는 방식으로 24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금융계좌 압수수색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등 장기간 KAI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왔다.

일단 타깃은 하성용 전 사장 쪽이다. 검찰은 하 전 사장 재임 시절 대규모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 전 사장이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KAI의 협력업체 중 한 곳의 대표가 친인척 명의로 된 차명계좌 여러 개를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하 전 사장으로 흘러들어갔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 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적인 인물이 바로 손승범씨다. 나아가 KAI 의혹 키맨으로도 꼽힌다. KAI 인사담당 차장을 지내는 등 하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2007∼2014년 수리온 등 개발을 맡는 외부 용역회사를 선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손씨는 자신의 친척 명의로 법인을 설립해 수백억원대의 KAI의 일감을 몰아준 후 과대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를 받고 있다.

문제는 수사가 ‘머리’로 올라가지 못하고 ‘허리’서 멈춰 있다는 점이다. 사건 해결의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손씨의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1년 전부터 검거에 나선 검찰은 6월24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공개 지명수배했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검찰은 부랴부랴 손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처음 손씨의 도피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검거를 자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거반이 소재를 파악하고 위치를 추적 중이라 곧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언장담했던 검찰의 검거 소식은 지난 11일 현재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벌써 한 달째다.

그렇다면 홀연히 사라진 손씨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검찰 안팎에선 손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러 의혹과 관측이 나돌고 있는 것.


먼저 ‘해외출국설’이 제기된다. 손씨가 사라진 게 확인된 것은 지명수배 직전이다. 그보다 훨씬 전에 도망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손씨가 본격적인 검찰의 추적 직전 해외로 출국했다는 시나리오가 그래서 나온다.

수사 시작되자 도주해 한 달째 행방 묘연
밀항설, 비호설, 살해설…온갖 추측 난무

같은 맥락서 ‘밀항설’도 배제할 수 없다. 수배 이후 배로 몰래 외국으로 도망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밀항은 피의자들이 법망을 피해 달아나는 대표적인 수법. 

일본이나 중국, 홍콩,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단골’ 밀항지로 꼽힌다.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그 사례다.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간 기업인들도 한둘이 아니다. 만약 밀항했다면 그의 도피행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손씨가 해외로 출국한 출입국 기록은 없는 상태다. 손씨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검찰은 손씨가 국내에 도주 흔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해외출국설과 밀항설의 연장선상서 ‘비호설’도 힘을 받고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도피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서다. 손씨는 업계서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평소 고위 임원 등 거물급 인사와도 친분을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잠적이 길어지면서 ‘신변이상설’까지 부상하고 있다. 검찰이 잡을 수 없는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정 세력에 의한 ‘납치감금설’과 ‘살해설’이다. 나아가 검찰 추적은 물론 특정 세력의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살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안 잡냐 못 잡냐’는 논란 속에 일각에선 ‘성형설’마저 나돈다. 촘촘한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외모를 바꿨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이다. 영화 같지만 범죄자들이 추적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이나 체형을 바꾸는 일은 비일비재할 정도다. 

실제 서울 강남 한복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난 해남 ‘십계파’ 두목 박모씨는 쌍꺼풀 수술과 보톡스 시술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4년간 도피하다 체포된 바 있다. 외국에선 범죄자 성형은 흔한 일. 심지어 성전환까지 한다.

땅으로 꺼졌나

검찰은 각종 설을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누가 잠적하면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모두 억측일 뿐이다. 손씨는 국내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전국을 샅샅이 뒤지고 있으니 반드시 꼬리가 잡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꼬이는 KAI 수사

검찰의 KAI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검찰이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한 KAI 전 생산본부장(전무) 윤모씨에 대해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씨는 부장급 부하 직원 이모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과 2억원 등 현금 3억 원을 차명 계좌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2015년 KAI 협력업체 D사로부터 납품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총 6억원을 받았고, 이 중 절반을 윤 씨에게 상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두 번째 청구한 영장도 지체되고 있다. KAI 협력업체 대표가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KAI 협력업체 D사 대표 황모씨는 지난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KAI에 항공기 날개 부품 등을 공급해온 황씨는 D사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부풀린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거래 은행서 수백억원대 대출을 받은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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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