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홍등가’ 대구자갈마당을 아십니까?

108년 성매매 역사 ‘드디어 끝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구 도원동 일대의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폐쇄를 미루던 대구시가 칼을 뽑았기 때문. 대구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수천만원의 자활비용을 지원하는 등 폐쇄 수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실제 완전 폐쇄까지는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대구시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 그 동안 수차례 폐쇄 압박에도 100년 이상 끈질기게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정비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성매매집결지서 생계를 유지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자활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전국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구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대규모 집창촌
역사의 뒤안길로?

현재 자갈마당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규모가 줄어 37개소 100여명의 종사자들이 영업 중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로 1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04년 3월22일 제정됐다. 

또 헌법재판소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각 지자체서 성매매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고 도시환경정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나서고 있다. 

집장촌은 성매매 산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성매매특별법의 주요 단속 대상이 됐다. 2004년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 등 200여 명은 단속 유예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 종사자들의 성노동권 존중과 생존권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성매매특별법 단속으로 여성 종사자들을 범죄자 또는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규정 짓고 당사자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일본인 자본가 가와이 아사오(河井朝雄)가 1930년 쓴 <대구물어(大邱物語)>를 1998년 번역한 <대구이야기>에 따르면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에 의해 성매매업소 집결지로 조성된 이후 108년 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 후기 대구는 서문시장, 약령시, 남문시장 등 큰 시장이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울은 이미 일본 상인의 유입이 많고 지대가 비싸졌고 부산 개항으로 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1900년대 초 큰돈을 벌고자 하는 일본 상인들은 내륙도시인 대구에 점차 진출했다. 
 

1903년 경부선 철도 부설을 시작하면서 대구에는 그 이전의 두 배나 되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다. 대부분 역을 중심으로 읍성 북쪽에 모여 살면서 주변 지역에 철도용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매입한 땅을 개발해 일본인 중심의 상권을 확장해 나갔다. 

일본인 거류민단은 철도용 부지뿐 아니라 읍성 북서쪽 일대(지금의 도원동 일대)에 유곽용 부지를 매입해 유곽을 조성한다. 상인, 철도 노동자 등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장촌을 만들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1908년 일제 의해 조성 후 지속
내년 아파트단지…폐쇄수순 가속

1908년 ‘야에가키조(八重垣町)’라는 유곽이 들어서는데 이것이 지금의 자갈마당이다. 야에가키조(八重垣町)란 일본 ‘수진전(秀眞傳)’ 화가(和歌)에 나오는 지명이다. 초고대왕이 신궁에 쳐들어가 일본 여왕 히미코를 굴복시키고, 천조대신의 왕비 12명 중 8명을 후비로 삼아 가둬 둔 곳이 이즈모(出雲)의 야에가키(八重垣)다. 


야에카키조(八重垣町)는 당시에도 주변에 자갈이 많아 자갈마당이라고 불렸다. 

자갈마당은 1916년 일본 공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해에 유곽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다. 권상구 시간과연구소 소장은 “야에가키조란 마초적 남성 정복자들이 여성을 가둬 대상화시키던 일본 전설에 나오는 것”이라며 “이 이름이 훗날 ‘도원동(桃園洞)’으로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에 의한 여성 종사자의 성매매 피해는 당시에도 존재했다. 1929년 6월19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야에카키조(八重垣町)의 창기 6명이 학대를 당하고 화장품과 의복값을 주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포주 때문에 집단 파업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면서 일본인 상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자갈마당은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1946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자갈마당은 꾸준히 영업을 한다. 1950년대 이승만 정부는 자갈마당 근처의 큰 연못을 메우고 시장으로 바꾸려 했지만 이내 실패했다. 
 

1961년 박정희정부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법 시행령이 8년이나 지난 1969년서 제정되는 등 성매매 피해 근절 노력보다 윤락행위 특정 지역을 설치하고 관광특구를 지정해 집장촌을 관리하면서 오히려 특정 지역의 성매매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듭된 실패
이번엔 성공?

자갈마당이 지금과 같은 유리방 형태가 된 것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이었다. 당시 자갈마당뿐 아니라 부산 완월동, 인천 옐로하우스, 서울 미아리 등 각 지역의 집장촌은 환경개선작업을 실시한다. 

좁은 길 대신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 뚫리고, 넓은 유리창안에 여성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유리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조명을 단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러한 윤락가 정비사업으로 집장촌은 대형화되고 유리방으로 정비하지 못한 소규모 업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1991년 정부는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출입제한구역’을 발표한다. 사창가, 유흥가 등에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자갈마당 역시 청소년출입제한구역에 포함됐다. 

현재 자갈마당 인근은 대구예술발전소 등 문화시설이 들어섰고 순종황제어가길 등 중구 도심재생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성매매업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각종 민원이 폭증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서 대구시의회의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유명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 폐쇄 여부에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조례에는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위한 생계유지비·주거이전비·직업훈련비 등의 지원과 성매매 실태 조사, 자립 지원 시설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등의 지원이 확인되면 환수조치 등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지원하는 기간은 10개월이며 생계유지비 월 100만원, 훈련비 300만원, 주거이전비 700만원 등 1인당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출산정책처럼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제도적 정치 마련없이 예산만 투입해서는 예산만 낭비하고 타지역으로의 성매매 유입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주민”
커지는 저항

또 대구시는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CCTV와 LED 경고시설을 설치한다. LED 경고시설에는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한글, 외국어 등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자갈마당 주변 보안등을 교체하거나 추가 설치한다. 집결지 안 빈집 실태를 조사해 주차장, 쌈지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과 함께 성매매 영업 단속도 강화한다. 경찰은 현재 주 1회 이상 수시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7∼9월 집중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시는 올해 연말까지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한다.

대구시가 올 연말까지 자갈마당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자갈마당 지주와 포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무료 급식소 설치,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도원동 일대를 게토(ghetto, 노숙인 등 빈곤층이 모여 사는 거주지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포주·지주들은 골목에 100여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이들은 갹출한 돈으로 대형 냉장고, 밥솥, 식기세척기까지 갖추고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마다 급식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주와 포주들은 최근 ‘도원동 2-3번지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이른바 ‘고사작전’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도 준비 중이다. 성매매 수익보다는 주택 개발에 따른 수익이 더 많다고 보는 지주들이 중심이 돼 자갈마당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1만4000여㎡ 규모인 자갈마당에는 70명 남짓의 지주가 있고 세를 주거나 본인이 직접 영업하는 곳은 절반가량이다.

종사자들의 거세지는 반발
최대 2000만원 지원 논란

하지만 지주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속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들은 대구시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서 “본격적 민간 개발을 추진할 테니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대책 없는 고사작전 웬 말이냐. 생존권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는 내년 10월께 자갈마당 인근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단지 들어섬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이 자갈마당 폐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도심 재정비 추진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우리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돈을 빼앗았느냐. 남의 물건을 훔쳤느냐”며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어두운 사회 한 구석서 먹고 살기 위해 배운 것이 없어 서럽게 이슬 맞고 돈벌이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대구시와 중구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성노동자 대표로 나선 한 여성은 “우리도 인생에 가고자 하던 길이 이 길은 아니다”며 “대구시와 중구청은 우리와 간담회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도 대구시민”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우리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아파트가 들어서면 정문 앞에 누워 우리의 생존권을 요구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폐쇄”
상당한 진통

대구시와 중구는 올해 연말까지 무조건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지만 성매매업소 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폐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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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