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홍등가’ 대구자갈마당을 아십니까?

108년 성매매 역사 ‘드디어 끝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구 도원동 일대의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폐쇄를 미루던 대구시가 칼을 뽑았기 때문. 대구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수천만원의 자활비용을 지원하는 등 폐쇄 수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실제 완전 폐쇄까지는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대구시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 그 동안 수차례 폐쇄 압박에도 100년 이상 끈질기게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정비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성매매집결지서 생계를 유지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자활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전국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구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대규모 집창촌
역사의 뒤안길로?

현재 자갈마당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규모가 줄어 37개소 100여명의 종사자들이 영업 중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로 1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04년 3월22일 제정됐다. 

또 헌법재판소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각 지자체서 성매매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고 도시환경정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나서고 있다. 

집장촌은 성매매 산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성매매특별법의 주요 단속 대상이 됐다. 2004년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 등 200여 명은 단속 유예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 종사자들의 성노동권 존중과 생존권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성매매특별법 단속으로 여성 종사자들을 범죄자 또는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규정 짓고 당사자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일본인 자본가 가와이 아사오(河井朝雄)가 1930년 쓴 <대구물어(大邱物語)>를 1998년 번역한 <대구이야기>에 따르면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에 의해 성매매업소 집결지로 조성된 이후 108년 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 후기 대구는 서문시장, 약령시, 남문시장 등 큰 시장이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울은 이미 일본 상인의 유입이 많고 지대가 비싸졌고 부산 개항으로 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1900년대 초 큰돈을 벌고자 하는 일본 상인들은 내륙도시인 대구에 점차 진출했다. 
 

1903년 경부선 철도 부설을 시작하면서 대구에는 그 이전의 두 배나 되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다. 대부분 역을 중심으로 읍성 북쪽에 모여 살면서 주변 지역에 철도용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매입한 땅을 개발해 일본인 중심의 상권을 확장해 나갔다. 

일본인 거류민단은 철도용 부지뿐 아니라 읍성 북서쪽 일대(지금의 도원동 일대)에 유곽용 부지를 매입해 유곽을 조성한다. 상인, 철도 노동자 등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장촌을 만들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1908년 일제 의해 조성 후 지속
내년 아파트단지…폐쇄수순 가속

1908년 ‘야에가키조(八重垣町)’라는 유곽이 들어서는데 이것이 지금의 자갈마당이다. 야에가키조(八重垣町)란 일본 ‘수진전(秀眞傳)’ 화가(和歌)에 나오는 지명이다. 초고대왕이 신궁에 쳐들어가 일본 여왕 히미코를 굴복시키고, 천조대신의 왕비 12명 중 8명을 후비로 삼아 가둬 둔 곳이 이즈모(出雲)의 야에가키(八重垣)다. 


야에카키조(八重垣町)는 당시에도 주변에 자갈이 많아 자갈마당이라고 불렸다. 

자갈마당은 1916년 일본 공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해에 유곽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다. 권상구 시간과연구소 소장은 “야에가키조란 마초적 남성 정복자들이 여성을 가둬 대상화시키던 일본 전설에 나오는 것”이라며 “이 이름이 훗날 ‘도원동(桃園洞)’으로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에 의한 여성 종사자의 성매매 피해는 당시에도 존재했다. 1929년 6월19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야에카키조(八重垣町)의 창기 6명이 학대를 당하고 화장품과 의복값을 주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포주 때문에 집단 파업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면서 일본인 상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자갈마당은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1946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자갈마당은 꾸준히 영업을 한다. 1950년대 이승만 정부는 자갈마당 근처의 큰 연못을 메우고 시장으로 바꾸려 했지만 이내 실패했다. 
 

1961년 박정희정부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법 시행령이 8년이나 지난 1969년서 제정되는 등 성매매 피해 근절 노력보다 윤락행위 특정 지역을 설치하고 관광특구를 지정해 집장촌을 관리하면서 오히려 특정 지역의 성매매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듭된 실패
이번엔 성공?

자갈마당이 지금과 같은 유리방 형태가 된 것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이었다. 당시 자갈마당뿐 아니라 부산 완월동, 인천 옐로하우스, 서울 미아리 등 각 지역의 집장촌은 환경개선작업을 실시한다. 

좁은 길 대신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 뚫리고, 넓은 유리창안에 여성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유리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조명을 단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러한 윤락가 정비사업으로 집장촌은 대형화되고 유리방으로 정비하지 못한 소규모 업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1991년 정부는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출입제한구역’을 발표한다. 사창가, 유흥가 등에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자갈마당 역시 청소년출입제한구역에 포함됐다. 

현재 자갈마당 인근은 대구예술발전소 등 문화시설이 들어섰고 순종황제어가길 등 중구 도심재생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성매매업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각종 민원이 폭증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서 대구시의회의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유명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 폐쇄 여부에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조례에는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위한 생계유지비·주거이전비·직업훈련비 등의 지원과 성매매 실태 조사, 자립 지원 시설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등의 지원이 확인되면 환수조치 등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지원하는 기간은 10개월이며 생계유지비 월 100만원, 훈련비 300만원, 주거이전비 700만원 등 1인당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출산정책처럼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제도적 정치 마련없이 예산만 투입해서는 예산만 낭비하고 타지역으로의 성매매 유입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주민”
커지는 저항

또 대구시는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CCTV와 LED 경고시설을 설치한다. LED 경고시설에는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한글, 외국어 등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자갈마당 주변 보안등을 교체하거나 추가 설치한다. 집결지 안 빈집 실태를 조사해 주차장, 쌈지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과 함께 성매매 영업 단속도 강화한다. 경찰은 현재 주 1회 이상 수시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7∼9월 집중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시는 올해 연말까지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한다.

대구시가 올 연말까지 자갈마당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자갈마당 지주와 포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무료 급식소 설치,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도원동 일대를 게토(ghetto, 노숙인 등 빈곤층이 모여 사는 거주지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포주·지주들은 골목에 100여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이들은 갹출한 돈으로 대형 냉장고, 밥솥, 식기세척기까지 갖추고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마다 급식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주와 포주들은 최근 ‘도원동 2-3번지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이른바 ‘고사작전’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도 준비 중이다. 성매매 수익보다는 주택 개발에 따른 수익이 더 많다고 보는 지주들이 중심이 돼 자갈마당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1만4000여㎡ 규모인 자갈마당에는 70명 남짓의 지주가 있고 세를 주거나 본인이 직접 영업하는 곳은 절반가량이다.

종사자들의 거세지는 반발
최대 2000만원 지원 논란

하지만 지주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속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들은 대구시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서 “본격적 민간 개발을 추진할 테니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대책 없는 고사작전 웬 말이냐. 생존권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는 내년 10월께 자갈마당 인근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단지 들어섬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이 자갈마당 폐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도심 재정비 추진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우리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돈을 빼앗았느냐. 남의 물건을 훔쳤느냐”며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어두운 사회 한 구석서 먹고 살기 위해 배운 것이 없어 서럽게 이슬 맞고 돈벌이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대구시와 중구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성노동자 대표로 나선 한 여성은 “우리도 인생에 가고자 하던 길이 이 길은 아니다”며 “대구시와 중구청은 우리와 간담회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도 대구시민”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우리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아파트가 들어서면 정문 앞에 누워 우리의 생존권을 요구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폐쇄”
상당한 진통

대구시와 중구는 올해 연말까지 무조건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지만 성매매업소 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폐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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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