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홍등가’ 대구자갈마당을 아십니까?

108년 성매매 역사 ‘드디어 끝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구 도원동 일대의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폐쇄를 미루던 대구시가 칼을 뽑았기 때문. 대구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수천만원의 자활비용을 지원하는 등 폐쇄 수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실제 완전 폐쇄까지는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대구시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 그 동안 수차례 폐쇄 압박에도 100년 이상 끈질기게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정비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성매매집결지서 생계를 유지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자활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전국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구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대규모 집창촌
역사의 뒤안길로?

현재 자갈마당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규모가 줄어 37개소 100여명의 종사자들이 영업 중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로 1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04년 3월22일 제정됐다. 

또 헌법재판소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각 지자체서 성매매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고 도시환경정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나서고 있다. 

집장촌은 성매매 산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성매매특별법의 주요 단속 대상이 됐다. 2004년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 등 200여 명은 단속 유예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 종사자들의 성노동권 존중과 생존권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성매매특별법 단속으로 여성 종사자들을 범죄자 또는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규정 짓고 당사자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일본인 자본가 가와이 아사오(河井朝雄)가 1930년 쓴 <대구물어(大邱物語)>를 1998년 번역한 <대구이야기>에 따르면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에 의해 성매매업소 집결지로 조성된 이후 108년 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 후기 대구는 서문시장, 약령시, 남문시장 등 큰 시장이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울은 이미 일본 상인의 유입이 많고 지대가 비싸졌고 부산 개항으로 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1900년대 초 큰돈을 벌고자 하는 일본 상인들은 내륙도시인 대구에 점차 진출했다. 
 

1903년 경부선 철도 부설을 시작하면서 대구에는 그 이전의 두 배나 되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다. 대부분 역을 중심으로 읍성 북쪽에 모여 살면서 주변 지역에 철도용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매입한 땅을 개발해 일본인 중심의 상권을 확장해 나갔다. 

일본인 거류민단은 철도용 부지뿐 아니라 읍성 북서쪽 일대(지금의 도원동 일대)에 유곽용 부지를 매입해 유곽을 조성한다. 상인, 철도 노동자 등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장촌을 만들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1908년 일제 의해 조성 후 지속
내년 아파트단지…폐쇄수순 가속

1908년 ‘야에가키조(八重垣町)’라는 유곽이 들어서는데 이것이 지금의 자갈마당이다. 야에가키조(八重垣町)란 일본 ‘수진전(秀眞傳)’ 화가(和歌)에 나오는 지명이다. 초고대왕이 신궁에 쳐들어가 일본 여왕 히미코를 굴복시키고, 천조대신의 왕비 12명 중 8명을 후비로 삼아 가둬 둔 곳이 이즈모(出雲)의 야에가키(八重垣)다. 


야에카키조(八重垣町)는 당시에도 주변에 자갈이 많아 자갈마당이라고 불렸다. 

자갈마당은 1916년 일본 공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해에 유곽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다. 권상구 시간과연구소 소장은 “야에가키조란 마초적 남성 정복자들이 여성을 가둬 대상화시키던 일본 전설에 나오는 것”이라며 “이 이름이 훗날 ‘도원동(桃園洞)’으로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에 의한 여성 종사자의 성매매 피해는 당시에도 존재했다. 1929년 6월19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야에카키조(八重垣町)의 창기 6명이 학대를 당하고 화장품과 의복값을 주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포주 때문에 집단 파업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면서 일본인 상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자갈마당은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1946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자갈마당은 꾸준히 영업을 한다. 1950년대 이승만 정부는 자갈마당 근처의 큰 연못을 메우고 시장으로 바꾸려 했지만 이내 실패했다. 
 

1961년 박정희정부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법 시행령이 8년이나 지난 1969년서 제정되는 등 성매매 피해 근절 노력보다 윤락행위 특정 지역을 설치하고 관광특구를 지정해 집장촌을 관리하면서 오히려 특정 지역의 성매매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듭된 실패
이번엔 성공?

자갈마당이 지금과 같은 유리방 형태가 된 것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이었다. 당시 자갈마당뿐 아니라 부산 완월동, 인천 옐로하우스, 서울 미아리 등 각 지역의 집장촌은 환경개선작업을 실시한다. 

좁은 길 대신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 뚫리고, 넓은 유리창안에 여성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유리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조명을 단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러한 윤락가 정비사업으로 집장촌은 대형화되고 유리방으로 정비하지 못한 소규모 업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1991년 정부는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출입제한구역’을 발표한다. 사창가, 유흥가 등에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자갈마당 역시 청소년출입제한구역에 포함됐다. 

현재 자갈마당 인근은 대구예술발전소 등 문화시설이 들어섰고 순종황제어가길 등 중구 도심재생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성매매업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각종 민원이 폭증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서 대구시의회의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유명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 폐쇄 여부에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조례에는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위한 생계유지비·주거이전비·직업훈련비 등의 지원과 성매매 실태 조사, 자립 지원 시설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등의 지원이 확인되면 환수조치 등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지원하는 기간은 10개월이며 생계유지비 월 100만원, 훈련비 300만원, 주거이전비 700만원 등 1인당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출산정책처럼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제도적 정치 마련없이 예산만 투입해서는 예산만 낭비하고 타지역으로의 성매매 유입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주민”
커지는 저항

또 대구시는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CCTV와 LED 경고시설을 설치한다. LED 경고시설에는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한글, 외국어 등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자갈마당 주변 보안등을 교체하거나 추가 설치한다. 집결지 안 빈집 실태를 조사해 주차장, 쌈지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과 함께 성매매 영업 단속도 강화한다. 경찰은 현재 주 1회 이상 수시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7∼9월 집중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시는 올해 연말까지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한다.

대구시가 올 연말까지 자갈마당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자갈마당 지주와 포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무료 급식소 설치,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도원동 일대를 게토(ghetto, 노숙인 등 빈곤층이 모여 사는 거주지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포주·지주들은 골목에 100여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이들은 갹출한 돈으로 대형 냉장고, 밥솥, 식기세척기까지 갖추고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마다 급식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주와 포주들은 최근 ‘도원동 2-3번지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이른바 ‘고사작전’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도 준비 중이다. 성매매 수익보다는 주택 개발에 따른 수익이 더 많다고 보는 지주들이 중심이 돼 자갈마당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1만4000여㎡ 규모인 자갈마당에는 70명 남짓의 지주가 있고 세를 주거나 본인이 직접 영업하는 곳은 절반가량이다.

종사자들의 거세지는 반발
최대 2000만원 지원 논란

하지만 지주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속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들은 대구시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서 “본격적 민간 개발을 추진할 테니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대책 없는 고사작전 웬 말이냐. 생존권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는 내년 10월께 자갈마당 인근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단지 들어섬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이 자갈마당 폐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도심 재정비 추진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터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우리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돈을 빼앗았느냐. 남의 물건을 훔쳤느냐”며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어두운 사회 한 구석서 먹고 살기 위해 배운 것이 없어 서럽게 이슬 맞고 돈벌이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대구시와 중구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성노동자 대표로 나선 한 여성은 “우리도 인생에 가고자 하던 길이 이 길은 아니다”며 “대구시와 중구청은 우리와 간담회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도 대구시민”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우리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아파트가 들어서면 정문 앞에 누워 우리의 생존권을 요구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폐쇄”
상당한 진통

대구시와 중구는 올해 연말까지 무조건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집결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비자발적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을 위해 상담소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지만 성매매업소 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폐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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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