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요망> 평창올림픽 ‘남겨진 숙제’

‘바이애슬론 알아?’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질 겨울 축제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15개 종목서 102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일반인에게 생소한 종목이 많다. <일요시사>가 평창올림픽 경기종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지난달 2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G-200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언급하며 “6년 전 남아공 더반서 김연아 선수가 영어로 아주 세련되고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회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정부로선 반드시 성공시킬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도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벌써 코앞…
성공 요건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등 3개 도시서 17일간 진행될 평창올림픽은 설상 7종목, 빙상 5종목, 슬라이딩 3종목 등 총 15종목, 102경기로 구성됐다. 설상 61개, 빙상 32개, 슬라이딩 9개 등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인 102개의 금메달이 주인을 기다린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비교해 종목 수가 적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서 개최한 하계올림픽의 경우 28개 종목서 30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빙상 종목은 실내 얼음 위서 펼치는 경기다. 효자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왕 김연아로 대표되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이 있다. 설상은 문자 그대로 눈 위서 하는 것으로, 설상 종목에는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노르딕복합, 프리스타일 스키가 있다. 

슬라이딩은 도구를 사용해 레일서 미끄러지는 종목을 뜻한다.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이 있다.

빙상과 비교해 설상과 슬라이딩은 일반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하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제 예매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2월9일부터 4월23일까지 개폐회식을 비롯, 종목별 입장권 1차 온라인 예매 신청을 받았다. 

신청 기간 동안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는 배정 물량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신청자가 몰린 반면 설상과 슬라이딩 종목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전통의 메달밭인 쇼트트랙과 김연아의 활약으로 잘 알려진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과는 달리 설상이나 슬라이딩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다. 설상의 바이애슬론의 경우 1960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유래와 역사, 경기 방법은 물론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개막
15개 종목에 102경기 열전

바이애슬론은 둘을 뜻하는 바이(bi)와 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로, 서로 다른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다. 하계올림픽의 근대 5종과 비교해 동계 근대 2종 경기라 말하기도 한다. 


스키는 북유럽서 겨울철 이동수단으로 발달했다. 군대서도 스키는 전투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동수단으로 이용됐는데 여기에 사격이 합쳐져 군인들의 스포츠로 시작된 게 바이애슬론이다.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 지대서 양국의 수비대가 스키와 사격을 겨룬 것을 시초로 군인들 사이서 널리 행해졌다. 그러다 1958년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해 1960년 미국 스쿼밸리서 열린 제8회 대회부터 남자 경기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서 열린 제16회 대회부터 여자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바이애슬론 경기는 크게 개인, 스프린트, 계주, 추적, 단체출발로 나뉜다. 개인 경기의 경우 선수들은 30초 또는 1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주행 중 총 4차례의 사격을 실시하는데, 한 번에 5발씩 쏜다. 

사격 순서는 복사-입사-복사-입사의 순서다. 1발 실패할 때마다 1분의 벌점이 가산돼 주행 시간이 늘어난다. 스프린트는 30초~1분 간격으로 선수들이 출발해 주행 중 총 2차례 사격한다. 복사-입사의 순서로 한 번에 5발씩 쏘며,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150m의 벌칙 주로를 주행해야 한다. 벌칙을 수행하면 약 23∼30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추적 경기의 출발 순서는 스프린트와 개인 경기의 결과로 정해진다. 앞 주자와의 시간차만큼 뒤 주자는 늦게 출발한다. 뒤 주자가 앞 주자를 앞지르면 이기는 경기다. 
 

역시 주행 중 4차례 사격을 실시해,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150m의 벌칙 주로를 주행한다. 단체 출발은 동시에 출발해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계주는 남자 2명, 여자 2명으로 팀을 구성해 진행된다. 남녀 각각 7.5㎞, 6㎞를 주행한다. 사격은 남자는 2.5㎞, 5㎞ 주행 후, 여자는 2㎞, 4㎞ 주행 후 치러진다. 계주 경기의 경우 3발의 예비실탄이 더 주어지는데, 이마저도 표적을 다 맞추지 못했을 경우 벌칙 주로를 수행한다. 

각 팀 첫 주자들은 동시에 출발하며, 두 번째 주자부터 교체 지역으로 들어온 앞 주자와 신체 접촉 후에 이어 출발한다. 혼성 계주는 계주와 경기 방식이 동일하지만 주자 출발 순서가 여자-여자-남자-남자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각급 대표 출신 선수들의 귀화를 추진하며 바이애슬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엔 안나 프롤리나와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가 영입됐고, 올해 초 에카테리나 아바쿠모바, 티모페이 랍신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식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 팀에 합류했다.

빙상 인기↑
다른 종목은?

동계올림픽서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손꼽히는 프리스타일 스키도 세부 사항을 알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공중곡예를 통해 예술성을 겨루는 스키 경기인 프리스타일 스키는 모글, 에어리얼, 스키 하프파이프, 스키 크로스, 스키 슬로프스타일 등 세부종목으로 구분된다. 

1960년대 미국, 변화를 갈망하던 젊은이들 사이서 유행했다. 1966년 미국 뉴햄프셔주 바틀릿의 아티타시서 알파인스키와 곡예를 결합한 형태의 대회가 처음 열렸고,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일반적으로 모글(턱)은 자연적으로 생기거나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눈이 패여 한곳에 쌓이면서 만들어지지만 프리스타일 스키 모글 경기에선 인위적으로 모글을 만들어 경기를 치른다. 

평균 경사 28도, 표고차 110m, 코스 길이 250m, 최소 코스 너비 18m로 이뤄진 슬로프에 인위로 만든 턱 지형서 진행된다. 코스 중간 부분에 2번의 점프 섹션이 있다. 턴 기술(60%)과 점프 공중동작(20%), 시간(20%)이 점수에 반영된다.
 

에어리얼 경기는 기계체조의 도마 종목과 유사하다. 스키를 신고 점프대를 도약해 공중 동작을 펼쳐 우열을 가린다. 싱글, 더블, 트리플 3가지 점프대 중 1가지를 선택해 공중 동작을 선보인다. 

싱글은 뒤로 1바퀴, 더블은 뒤로 2바퀴, 트리플은 뒤로 3바퀴 회전이 기본 동작이다. 선수들은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옆으로 한 바퀴, 두 바퀴 회전 등 화려한 공중 연기를 선보인다.

프리스타일 스키크로스는 4명이 1개 조를 구성, 뱅크·롤러·스파인·점프 등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된 코스서 경주하는 경기다. 올림픽 코스 규격은 표고차 130∼250m, 1050m의 길이, 평균 경사 12도, 슬로프 넓이 40m, 트랙 너비 6∼16m가 확보돼야 한다. 

아찔하고
스릴 넘쳐


스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선수는 두 번 연기할 수 있고, 이 중 높은 점수로 순위가 결정된다.

스키 슬로프스타일은 레일, 테이블, 박스, 월 등 각종 기물들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서 열리는 경기로, 선수들은 본인이 연기할 기물을 선택할 수 있다. 올림픽에선 표고차가 최소 150m, 평균 12도 이상 경사의 슬로프, 최소 너비 30m, 6개 이상의 섹션, 3개 이상 점프대를 갖춰야 한다. 선수들은 2번 연기하고 그 중 높은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프리스타일 스키는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고 민첩한 동양인들이 화려한 개인기로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 종목은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 평창올림픽서 선전이 기대된다. 프리스타일 스키에는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설상서 매우 어려운 종목으로 분류되는 노르딕 복합도 평창올림픽의 또 다른 볼거리다. 노르딕 복합은 90m 스키점프 점수와 15㎞ 크로스컨트리 스키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경기다. 

북유럽, 특히 노르웨서 발달했고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뛰어난 기술과 대담성을 필요로 하는 스키 점프와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를 모두 치러야 한다.

동계올림픽에선 남자 부문 3종목만 진행된다. 개인 경기의 경우 스키점프를 먼저 뛴 후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를 진행한다. 출발 순서는 스키점프 경기 결과서 좋은 기록을 받은 순으로 결정된다. 
 

팀 경기는 4명이 각각 스키점프를 뛰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5㎞씩 탄다. 스키점프 기록이 가장 좋은 팀이 제일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부터는 스키점프 기록을 기준으로 1점당 1.33초씩 늦게 출발한다. 계주처럼 한 선수가 5㎞를 돌고 터치라인 내에서 다음 선수에게 인계해 마지막 선수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팀이 우승이다.

설상·슬라이딩 국내 인지도↓
선수들 메달 사냥 위해 구슬땀

슬라이딩 3종목은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이다. 봅슬레이의 경우 유명 예능프로그램서 다루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루지는 프랑스어로 썰매를 뜻한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산악지방의 썰매 놀이서 유래된 이후 스포츠 경기로 발전했다. 

루지는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활주해 시간을 겨루는 경기다. 1964년 제9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 각각 한 명 또는 두 명씩 출발하며, 개인 종목은 이틀에 걸쳐 4번 주행한 기록을 합산한다. 2인승은 하루에 2번, 팀 릴레이는 하루에 1번 주행한 기록을 더하는 방식인데 1000분의 1초까지 기록을 잰다. 

경기 방식은 썰매에 앉아 출발선 양쪽의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밀고 당기는 동작을 반복해 탄력을 받아 출발한다. 안전확인 신호(Track is Clear)가 떨어진 후 30초 안에 출발해야 한다. 루지는 3대 썰매 경기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다음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순이다.
 

우리나라 루지 국가대표 선수들은 가상현실 시뮬레이션(VR)을 활용해 훈련에 매진 중이다. VR을 이용한 훈련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리는 슬라이딩 종목은 영상에 따라 주행자세, 방향 전환, 무게 중심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루지가 하늘을 보고 누워 발부터 나간다면 스켈레톤은 엎드린 자세로 머리가 먼저 나가는 종목이다. 1928년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중단과 복귀의 부침을 겪고 2002년부터 다시 정식종목이 됐다. 

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 썰매를 이용하던 것에서 유래된 터보건의 한 가지다. 처음 스포츠 경기로 발전한 곳은 스위스로, 1906년 오스트리아서 첫 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종목 불모지서
선수들 맹훈련

고속질주의 위험성 때문에 정식종목서 빠졌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남녀 개인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서 총 4차례 활주해 그 시간을 합산한 것으로 순위를 매긴다. 

커브를 돌 때의 압력은 중력의 약 4배에 이르고 평균 시속은 100km에 달한다. 어깨와 무릎을 이용해 방향을 조종한다. 남자 경기의 경우 썰매와 선수의 중량을 합쳐 115kg을 넘을 수 없다. 여자는 92kg을 초과하면 안 된다. 무게가 부족할 경우 썰매에 납을 부착해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창올림픽 메달 전망

우리나라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서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등 메달 20개 이상, 종합 4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 종합 5위에 오른 2010 벤쿠버동계올림픽이다.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서 우리나라가 따낸 금메달 26개 중 21개를 책임진 전통의 메달밭이다. 쇼트트랙은 지난 4월 남녀 대표선수 5명을 뽑아 훈련을 거듭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심석희와 최민정이 건재하고 이유빈, 김예진 등 유망주가 힘을 보탠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빙속 여제 이상화는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한다. 매스스타트의 간판 이승훈과 여자 장거리 김보름, 남녀 단거리 모태범과 박승희도 메달권이다. 윤성빈을 필두로 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메달을 노린다. 포스트 김연아를 노리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간판 차준환, 여자 싱글의 최다빈도 기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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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