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 ⑥포천 비둘기낭

현무암 비경 속 ‘은밀한 폭포’

비둘기낭폭포는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만든다. 현무암 절벽과 동굴에 휩싸여 감춰진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포천 영북면에 자리한 비둘기낭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으며,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 유명하다.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은 국내서 처음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다. 선입견과 달리 폭포는 산자락 깊은 계곡 사이에 자리하지 않았다. 

비둘기낭폭포서 10여분 걸어가면 농사짓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서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일상의 삶이 펼쳐진다.
 

폭포는 불무산서 발원한 불무천의 말단부에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됐다. 길을 걷다가 숲 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포 주변으로 하식 동굴과 절리 등 수직 절벽이 채워졌다.

천연기념물 지정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 가지 사연서 비롯됐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최근 이곳서 비둘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밀하게 숨어 있어 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피 시설로 이용했다. 인근 군부대서 알음알음 휴양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폭포의 존재는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이 정착되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을 촬영한 점도 한몫했다.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이곳서 촬영했는데 폭포 초입에 관련 포스터를 전시해놨다.
 

비둘기낭폭포는 이어지는 협곡의 형세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현무암 협곡이 400m가량 연결되는데 깎여 나간 주상절리 협곡 높이가 30m 이상인 곳도 있다. 이 협곡은 절벽 지대를 병풍처럼 드리운 한탄강 협곡으로 연결된다. 

이 일대 현무암 협곡은 북한 평강군서 화산이 폭발할 때 흘러내린 용암대지가 비와 강물에 깎이며 형성된 것이다. 그 세월을 유추하면 수십만년이다. 폭포서 나오면 협곡과 한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한탄강이 아름답다.
 

최근 보존과 안전 문제로 비둘기낭폭포 앞까지 내려가는 것이 제한돼 전망대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일요일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과 3시에는 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폭포 탐방이 가능하다. 

비둘기낭폭포서 한탄강 지질 지대로 생태 탐방로가 연결되며 폭포 옆에 대규모 캠핑장도 조성됐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청량한 비경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등 촬영지


폭포 주변에 있는 마을은 한가로운 추억 여행을 부추긴다. 교동장독대마을은 팜 스테이와 다채로운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마당 장독대에선 정성껏 담근 장이 익어가고, 비 오는 날이면 원두막에 앉아 장독대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마을서 수확한 채소로 신토불이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폭포가 자리한 대회산리 비둘기낭마을 역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동장독대마을이 새롭게 단장됐다면, 비둘기낭마을은 투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서 정감이 간다.
 

교동가마소는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바통을 이은 곳이다. 마을 앞산을 에돌아 닿는 교동가마소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협곡 모양이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아 붙은 이름이다. 너른 현무암 바위가 도드라지며, 궁예가 옥가마를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서린 옥가마소와 작은 폭포가 있는 폭포소가 대비된다.

포천은 깊숙이 들어설수록 호젓하고 청량하다. 덜 알려진 계곡으로 교동가마소 인근의 지장산계곡이 있다.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지장냉골’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으로, 화산재가 떨어지며 굳은 응회암이 곳곳에 보인다. 정상에 오르는 길 따라 시원한 계곡이 이어지는데 올여름부터 차량 진입과 취사가 금지되어 한산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포천 나들이는 나무와 숲의 정원을 만나며 더욱 풍성해진다. 비둘기낭폭포서 산정호수 가는 길에 평강식물원이 있다. 식물 7000여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습지원, 연꽃정원 등 12개 테마 공간을 갖췄다.

식물 7000여종 서식

허브아일랜드는 허브 향과 함께 먹고, 자고, 치유하는 곳이다. 허브둘레길과 허브빵가게가 인기다. 국립수목원(광릉숲)은 산림 생태계의 보고로, 500년 이상 보전된 나무와 숲을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포천에 오갈 때 청량하고 그늘진 숲에서 산책을 즐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비둘기낭폭포→교동장독대마을→교동가마소→지장산계곡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허브아일랜드→비둘기낭폭포→교동장독대마을→교동가마소 
[둘째 날] 지장산계곡→평강식물원→포천아트밸리→국립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포천으로 떠나는 여행(포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pocheon.go.kr/ktour/index.do
- 한탄·임진강지질공원 http://hantangeopark.kr
- 교동장독대마을 http://www.gyo-dong.com
- 국립수목원 http://www.kna.go.kr
- 허브아일랜드 http://www.herbisland.co.kr
- 평강식물원 http://www.peacelandkorea.com

문의 전화
- 포천시청 관광과 031)538-3370
- 교동장독대마을 031)534-5211
- 국립수목원 031)540-2000
- 허브아일랜드 031)535-6494
- 평강식물원 031)532-1779


대중교통 정보
[버스] 포천시청에서 53번 버스(06:20~18:00), 대회산리(비둘기낭마을) 종점 하차, 약 50분 소요. 비둘기낭폭포까지 도보 5~10분. 
* 문의: 포천상운 031)534-7731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 IC→퇴계원·구리 방면 47번 국도→철원·운천 방향 37번 국도→대회산리

숙박 정보
-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5500
- 비둘기낭캠핑장: 영북면 비둘기낭길, 031)540-6501
- 운악산자연휴양림: 화현면 화동로, 031)534-6330
- 비둘기낭마을: 영북면 비둘기낭길, 031)536-9668 

식당 정보
- 참나무쟁이(한정식): 내촌면 금강로, 031)531-7970
- 함병현김치말이국수(김치말이국수): 내촌면 내촌로, 031)534-0732
- 청산별미(버섯샤부샤부):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 통나무집(한방보쌈): 일동면 화동로, 031)533-9834 

주변 볼거리
포천아트밸리, 산정호수, 백운계곡, 어메이징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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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