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4)필살선덕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1:06:01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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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항성 주고 신라 얻는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 당분간 그들의 저항은 없다는 말일세.”“저항은커녕 낯 들고 다니기도 힘들 걸세.”

알천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말을 하다말고 유신이 모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말씀하시게.”


“이제 내실을 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처남.”

“비록 당나라에 의지해 이 순간을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역시 차후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네.”

“그렇지. 언제까지 당나라에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야.”

“그 시작에 알천 대감의 역할이 지대하지요.”

알천을 바라보는 유신의 얼굴에 비장감이 가득했다.

양동 작전


“새해가 되기 전에 당항성을 쳐야하지 않겠소?”

의자왕이 군사 흥수를 포함하여 장군들을 소집하고 운을 떼었다.

“당연하옵니다, 전하. 빨리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이른 시일에 당항성을 점령해야 합니다.”

성충이 말을 받자 곁에 있는 윤충, 은상, 의직 등 장군들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군사, 고구려와의 협공은 어찌되었는가?”

의자왕의 질문에 흥수가 앞으로 나섰다.

흥수가 극비리에 고구려에 입국하여 선도해를 만났다.

“고구려는 언제 군사를 움직일 계획입니까?”

“물론 백제군과 함께입니다.”

“백제는 제가 돌아가면 바로 군사를 일으켜 당항성으로 진격할 작정입니다만.”

순간 선도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왜 그러십니까?”


“귀 사절단이 돌아간 후 우리 내부에서 회의를 하여 다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입장 정리라니요!”

“방식을 달리 한다는 이야기지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당항성은 백제의 영토가 될 게 아닙니까?”

“그 말씀은?”


“양동 작전을 감행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당항성을 함께 취한다 해도 우리가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만…….”

“그래서 백제는 당항성을 치고 고구려는 신라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국경 근방의 성을 치기로 하였습니다.”

“하면 발을 빼겠다는 말입니까?”

“발을 빼는 게 아니라 상생이지요. 고구려가 신라를 쳐서 병력이 이동할 수 없도록 조처를 취하고, 백제는 손쉽게 당항성을 점령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백제는 당항성을 그리고 우리는 신라의 영토를 얻자는 의미입니다.”

흥수가 생각에 잠겨 침묵을 지켰다.

“그러니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선도해의 말에 흥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흥수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군사,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입니다. 어차피 당항성의 경우 고구려에서 관리하기 힘드니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기고. 대신 고구려는 신라의 군사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면서 영토를 취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흥수 고구려 입국…생각 잠긴 선도해
고구려 협조·자력 공격 ‘양자택일’ 

윤충의 반문에 흥수가 차근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어째 이상하게 들립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의직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무엇이 말입니까?”

“물론 결과야 같을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찜찜합니다.”

“찜찜하다니, 말해보게.”

의자왕이 의직을 주시했다.

“고구려가 우리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자는 의도로 들려 그러하옵니다.”

모두가 의직의 말을 되새기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소신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 입장만 내세울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은 같은데 방식이 변경되었다는 말입니까?”

“전하, 반드시 그런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직의 반문에 이어 성충이 나섰다.

“말해보시오, 장군.”

“당항성과 다른 지역과의 비중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충이 말해보라는 듯 흥수를 주시했다.

“그 부분 인정합니다. 당나라에서 볼 때 조공 거점인 당항성과 여타 지역과는 다른 의미를 주지요. 하오나 잠시 돌려 생각하면, 즉 우리는 우리대로 또 고구려는 고구려대로 득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흥수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결국 당나라와 우리 간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의자왕이 나직하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로 그렇습니다, 전하.”

답을 한 성충의 얼굴이 어둡게 변해갔다. 

“좋소, 그러면 결과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고구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닌데, 아니 한편 생각하면 그들의 생각이 옳소. 그들이 먹지도 못할 일에 군사를 출정시킬 리 만무하지 않겠소.”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흥수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해갔다.

“생각해보니 짐이라도 고구려의 입장을 취하겠소.”

비록 답은 그리했지만 의자왕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하겠는가?”

“전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의직이 다시 나섰다.

“그런 경우 고구려의 협조는 별도로 하고 우리는 순수하게 자력으로 당항성을 쳐야 합니다.”

흥수가 의자왕의 결심을 구하겠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고구려와의 동맹은.”

의자왕의 탄식에 가까운 소리에 모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간 밖으로부터 당나라 사신이 입궐했음을 알려왔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의자왕이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성충과 흥수를 대동하고 사신을 접견했다.

“신은 사농승(司農丞, 당나라 재정의 책임 장관) 상리현장으로 황제의 조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긴 한숨

당나라의 사신이 당당하게 자신의 소개와 아울러 용건을 밝혔다.

“항상 폐하의 황은에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조서라니요.”

잠시 면면을 훑던 상리현장이 곧바로 의자왕에게 조서를 건넸다.

조서를 받아 든 의자왕이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고 한 순간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내용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마치 생소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성충에게 조서를 넘겼다.

흥수가 바짝 달라붙어 함께 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신이 이곳에 오기 전 신라에서 사신이 다녀갔습니다.”

“그게 무슨 관계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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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