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도 면죄부’ 소년범죄 딜레마

처벌이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솝 우화에 ‘북풍과 태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북풍과 태양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두고 누가 먼저 벗길 수 있는지 내기하는 내용이다. 먼저 나선 북풍이 있는 힘껏 바람을 일으키지만 나그네는 옷을 여미기만 한다. 반대로 태양은 뜨거운 열기로 나그네의 옷을 벗긴다. 특정 사안에 빗댔을 때 북풍은 강경책, 태양은 유화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소년범죄에 북풍과 태양의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소년범죄는 법적으로 미성년에 해당하는 사람의 범죄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19세 미만 소년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이중에서도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는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소년범죄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의미한다.

잔혹성↑

최근 소년범죄가 또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서 벌어진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10대 여고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그동안에도 소년범죄는 꾸준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인천서 일어난 사건은 그 파급력이 이전과는 달랐다. 

피해자가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는 점, 범행 과정이 지나치게 치밀했다는 점, 살해 방식과 시신 훼손 정도가 너무 잔혹했던 점, 범행 이후 피의자와 공범의 행위가 비상식적이었던 점 등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의자가 구치소와 법정서 보여준 행태가 사람들의 분노를 사면서 소년범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그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20년 정도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15년가량 징역형을 살면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 살인범의 경우 최고 형량을 받는다 해도 40대가 되기 전 신체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소년범 사형·무기형 선고 법안 발의
교권 침해한 학생 강제전학법 추진

2009년 미국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에서 15살 피의자가 최소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는 형량을 받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15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서도 외국처럼 소년범죄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소년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분노에 그쳤던 사회 분위기가 법안 발의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 의원이 발의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에는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도 형량 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법 제4조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는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형을 완화하고 있다. 


범행 당시 소년범이 정신적·사회적 미성숙 상태에 있었다는 점,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표 의원은 “일반 범죄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큰 강력범죄까지 형량 완화의 특칙을 적용하는 것은 강력범죄 처벌 강화라는 특별형법 제정 취지에도 배치된다”며 “형량 완화 특칙을 규정한 부분의 개정을 통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이 짧은 형기를 마친 후 보복 또는 재범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행으로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충격과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입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죄 처벌 강화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살인,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연령 때문에 법 규정상 혜택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이미 특례법에 살인이나 극도로 잔인한 사건의 경우 형량을 20년으로 상향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 있다. 소년범 형량에 대한 문제는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성인범죄처럼 강하게 처벌했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력한 처벌” 목소리 높아
전문가 “사회 구조 살펴야”

범죄뿐 아니라 소년들의 과도한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교 안에서도 들리고 있다. 지난 2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전학 보낼 수 있는 내용으로 발의된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선, 새 정부 출범, 인사청문회 등 정치 일정에 밀려 법안 처리까지 진전되지 않았다.

묵혀있던 법안은 지난 6월 대전의 한 중학교서 발생한 남학생 집단 자위행위 사건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대전 중학교 사건으로 교권 침해 방지에 대한 공감대가 모아졌다. 무너지고 있는 교단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학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는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교사를 향한 욕설 등의 폭언은 물론 책을 집어던지거나 때리는 등 폭행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여교사를 상대로 한 몰카, 성적 발언 등 성희롱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2015년 교권 침해 사례는 2만9127건에 이른다. 폭언·욕설이 1만8346건으로 제일 많았고, 폭행(507건)과 성희롱(449건)도 500여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 중 1364명은 학교를 옮겼다.


강제전학법을 두고도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등의 생각이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교권 침해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학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훈육보다는 문제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방법으로 손쉽게 해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경이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소년범죄나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하기 전에 사회 구조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년범이나 문제 학생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이진숙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등은 <중앙일보>와의 대담서 “어른들이 청소년 문제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며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그 소년을 어떻게 단죄할지만을 고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괴물 같은 아이를 양성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온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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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