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도 면죄부’ 소년범죄 딜레마

처벌이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솝 우화에 ‘북풍과 태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북풍과 태양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두고 누가 먼저 벗길 수 있는지 내기하는 내용이다. 먼저 나선 북풍이 있는 힘껏 바람을 일으키지만 나그네는 옷을 여미기만 한다. 반대로 태양은 뜨거운 열기로 나그네의 옷을 벗긴다. 특정 사안에 빗댔을 때 북풍은 강경책, 태양은 유화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소년범죄에 북풍과 태양의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소년범죄는 법적으로 미성년에 해당하는 사람의 범죄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19세 미만 소년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이중에서도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는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소년범죄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의미한다.

잔혹성↑

최근 소년범죄가 또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서 벌어진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10대 여고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그동안에도 소년범죄는 꾸준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인천서 일어난 사건은 그 파급력이 이전과는 달랐다. 

피해자가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는 점, 범행 과정이 지나치게 치밀했다는 점, 살해 방식과 시신 훼손 정도가 너무 잔혹했던 점, 범행 이후 피의자와 공범의 행위가 비상식적이었던 점 등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의자가 구치소와 법정서 보여준 행태가 사람들의 분노를 사면서 소년범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그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20년 정도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15년가량 징역형을 살면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 살인범의 경우 최고 형량을 받는다 해도 40대가 되기 전 신체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소년범 사형·무기형 선고 법안 발의
교권 침해한 학생 강제전학법 추진

2009년 미국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에서 15살 피의자가 최소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는 형량을 받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15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서도 외국처럼 소년범죄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소년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분노에 그쳤던 사회 분위기가 법안 발의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 의원이 발의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에는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도 형량 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법 제4조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는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형을 완화하고 있다. 


범행 당시 소년범이 정신적·사회적 미성숙 상태에 있었다는 점,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표 의원은 “일반 범죄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큰 강력범죄까지 형량 완화의 특칙을 적용하는 것은 강력범죄 처벌 강화라는 특별형법 제정 취지에도 배치된다”며 “형량 완화 특칙을 규정한 부분의 개정을 통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이 짧은 형기를 마친 후 보복 또는 재범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행으로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충격과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입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죄 처벌 강화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살인,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연령 때문에 법 규정상 혜택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이미 특례법에 살인이나 극도로 잔인한 사건의 경우 형량을 20년으로 상향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 있다. 소년범 형량에 대한 문제는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성인범죄처럼 강하게 처벌했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력한 처벌” 목소리 높아
전문가 “사회 구조 살펴야”

범죄뿐 아니라 소년들의 과도한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교 안에서도 들리고 있다. 지난 2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전학 보낼 수 있는 내용으로 발의된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선, 새 정부 출범, 인사청문회 등 정치 일정에 밀려 법안 처리까지 진전되지 않았다.

묵혀있던 법안은 지난 6월 대전의 한 중학교서 발생한 남학생 집단 자위행위 사건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대전 중학교 사건으로 교권 침해 방지에 대한 공감대가 모아졌다. 무너지고 있는 교단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학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는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교사를 향한 욕설 등의 폭언은 물론 책을 집어던지거나 때리는 등 폭행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여교사를 상대로 한 몰카, 성적 발언 등 성희롱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2015년 교권 침해 사례는 2만9127건에 이른다. 폭언·욕설이 1만8346건으로 제일 많았고, 폭행(507건)과 성희롱(449건)도 500여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 중 1364명은 학교를 옮겼다.


강제전학법을 두고도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등의 생각이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교권 침해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학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훈육보다는 문제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방법으로 손쉽게 해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경이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소년범죄나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하기 전에 사회 구조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년범이나 문제 학생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이진숙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등은 <중앙일보>와의 대담서 “어른들이 청소년 문제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며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그 소년을 어떻게 단죄할지만을 고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괴물 같은 아이를 양성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온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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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