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도 면죄부’ 소년범죄 딜레마

처벌이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솝 우화에 ‘북풍과 태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북풍과 태양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두고 누가 먼저 벗길 수 있는지 내기하는 내용이다. 먼저 나선 북풍이 있는 힘껏 바람을 일으키지만 나그네는 옷을 여미기만 한다. 반대로 태양은 뜨거운 열기로 나그네의 옷을 벗긴다. 특정 사안에 빗댔을 때 북풍은 강경책, 태양은 유화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소년범죄에 북풍과 태양의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소년범죄는 법적으로 미성년에 해당하는 사람의 범죄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19세 미만 소년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이중에서도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는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소년범죄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의미한다.

잔혹성↑

최근 소년범죄가 또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서 벌어진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10대 여고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그동안에도 소년범죄는 꾸준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인천서 일어난 사건은 그 파급력이 이전과는 달랐다. 

피해자가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는 점, 범행 과정이 지나치게 치밀했다는 점, 살해 방식과 시신 훼손 정도가 너무 잔혹했던 점, 범행 이후 피의자와 공범의 행위가 비상식적이었던 점 등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의자가 구치소와 법정서 보여준 행태가 사람들의 분노를 사면서 소년범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그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20년 정도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15년가량 징역형을 살면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 살인범의 경우 최고 형량을 받는다 해도 40대가 되기 전 신체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소년범 사형·무기형 선고 법안 발의
교권 침해한 학생 강제전학법 추진

2009년 미국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에서 15살 피의자가 최소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는 형량을 받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15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서도 외국처럼 소년범죄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소년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분노에 그쳤던 사회 분위기가 법안 발의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 의원이 발의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에는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도 형량 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법 제4조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는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형을 완화하고 있다. 


범행 당시 소년범이 정신적·사회적 미성숙 상태에 있었다는 점,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표 의원은 “일반 범죄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큰 강력범죄까지 형량 완화의 특칙을 적용하는 것은 강력범죄 처벌 강화라는 특별형법 제정 취지에도 배치된다”며 “형량 완화 특칙을 규정한 부분의 개정을 통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이 짧은 형기를 마친 후 보복 또는 재범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행으로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충격과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입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죄 처벌 강화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살인,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연령 때문에 법 규정상 혜택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이미 특례법에 살인이나 극도로 잔인한 사건의 경우 형량을 20년으로 상향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 있다. 소년범 형량에 대한 문제는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성인범죄처럼 강하게 처벌했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력한 처벌” 목소리 높아
전문가 “사회 구조 살펴야”

범죄뿐 아니라 소년들의 과도한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교 안에서도 들리고 있다. 지난 2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전학 보낼 수 있는 내용으로 발의된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선, 새 정부 출범, 인사청문회 등 정치 일정에 밀려 법안 처리까지 진전되지 않았다.

묵혀있던 법안은 지난 6월 대전의 한 중학교서 발생한 남학생 집단 자위행위 사건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대전 중학교 사건으로 교권 침해 방지에 대한 공감대가 모아졌다. 무너지고 있는 교단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학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는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교사를 향한 욕설 등의 폭언은 물론 책을 집어던지거나 때리는 등 폭행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여교사를 상대로 한 몰카, 성적 발언 등 성희롱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2015년 교권 침해 사례는 2만9127건에 이른다. 폭언·욕설이 1만8346건으로 제일 많았고, 폭행(507건)과 성희롱(449건)도 500여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 중 1364명은 학교를 옮겼다.


강제전학법을 두고도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등의 생각이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교권 침해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학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훈육보다는 문제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방법으로 손쉽게 해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경이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소년범죄나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하기 전에 사회 구조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년범이나 문제 학생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이진숙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등은 <중앙일보>와의 대담서 “어른들이 청소년 문제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며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그 소년을 어떻게 단죄할지만을 고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괴물 같은 아이를 양성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온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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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