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미스터리’ 청와대 캐비닛 음모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39:27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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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잡으려고…진짜 타깃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서 전 정부의 문건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문건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지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이 미칠 예정이다. 이밖에 과거 국정농단에서 검찰의 칼끝을 피해간 인물들도 이번 문건으로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민정비서관실서 생산한 문건 300종을 발견했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나오는 문건들
박·이 겨냥?

청와대에 따르면 문건은 내용별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자료 등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내역, 고 김영한 민정수석 자필 메모 등을 언급해 해당 문건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자료의 사본을 검찰에 넘기고 원본은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7일 정무수석실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또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민정수석실서 문건 발견 뒤 추가 점검 도중 발견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13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 등에 있는 캐비닛 3곳서 이전 정부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도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이전정부 청와대 문서와 관련해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해당 공간은 이전 정부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504개의 문건이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전 정부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측은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해당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공개한 게 어떤 정치적 고려가 담겼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14일 최초 공개…민정실·정무수석실 탈탈
하필, 왜 지금? 단순히 국민 알권리 차원?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캐기는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한국당이 고발한 대상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박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받는다.

한국당이 청와대를 고발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정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청와대 대변인을 고발한 것은 “얼토당토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둑이라는 행위가 잘못이지 도둑질 한 사람의 이름을 밝혔다고 해서 개인정보 누설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측이 고발까지 불사하며 열을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건 공개 시점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일 문건을 발견한 뒤 11일이 지난 발표의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했고, 해외 순방을 비롯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신난 민주당
뿔난 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 문건 발견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서를 철저히 분석해 박근혜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에 인계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권이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했다면 당연히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었어야 될 것들”이라며 “여전히 가려진 국정 농단의 전모를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실서 발견된 문건을 두고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목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요한 증거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황교안 직무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냈는지, 수십만건의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수십년동안 열람을 금지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한 대통령기록물이 국정 농단을 입증할 중요 자료로 인식하고 있다. 우선 특검에 넘긴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청와대가 넘긴 문건과 마찬가지로 분석 및 검찰 이첩을 거쳐 공소유지와 추가수사에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증거채택에는 재판 일정과 문건 내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 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증거 제출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위·변조는 없는지 규명하고 원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 작성 여부를 따진 뒤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앞으로 국정농단 재판서 추가문건 내용에 따라 ‘안종범 수첩’과 같이 정황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보수단체 지원 
방산비리 의혹

재판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은 청와대 문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 20일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돼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1부는 최순실게이트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주축이었다. 현재 특수1부는 특검이 넘긴 민정비서관실 문서와 메모 내용 분석에 주력하고 있는데 정무수석실 문건, 국정상황실, 안보실 문건도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전망이다. 


민정실과 정무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와 내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사의 방향도 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정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메모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해당 문건은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유지와 관련해 보강 자료로 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2015년 3월2일부터 지난해 11월1일까지 생산된 정무수석실 문건은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외에 새로운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가 확연히 드러난 점도 민정실 문건과의 차이점이다. 정무수석실 문건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으로 확인됐다. 

정무수석실 문건 중에는 지난해 4·13총선에 보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여권과 보수진영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 수사와도 연결된다.

전·전전 정권 정조준…방산비리까지 턴다
이병기·이원종 노심초사…우병우 끌려가나?

또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가능성에 두고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칼날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자리한 이 전 수석은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관여 정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 대상서 빠졌다. 해당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성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해 관련성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토대로 전 정부의 ‘방산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당 문건이 반부패·사정 드라이브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민정수석실서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열고, 사정기관별 역할 분담, 방산비리 관련 정보공유,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리온 헬기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민정실과 정무수석실서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을 매개로 전 정부에 대한 사정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직·간접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당국으로 이뤄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키도 했다. 

거센 사정 바람
적폐청산 본격화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가 문재인정부 초반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 전 수석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기록물 누설?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을 두고 기록물 누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법리 검토를 마친 끝에 기록물 누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기록물 누설이 되려면 비밀 문건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문건은 생산과 동시에 비밀등급이 부여되지 않아 비밀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전임 대통령만 지정할  권한이 있고, 전임 대통령 본인이나 허락된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번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해당되지 않아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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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