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쫓는 사람들

눈에 보일듯 말듯 손에 잡힐듯 말듯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변동 폭이 커 잘만 하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자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돈 냄새 맡은 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가상화폐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현금 없는 사회’의 상징물이다. 실물은 없지만 결제기능이 있고 주식처럼 거래소서 사고팔 수 있다. 가상화폐는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개발하면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도박처럼 접근

가상화폐 가격이 급증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채굴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채굴이란 가상화폐의 종류에 따라 작동 구조는 다르지만 특정 알고리즘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어렵고 복잡한 암호화된 수학적 문제를 풀게 되면서 생성된 가상화폐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금광서 광부들이 금을 캐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채굴’ 또는 ‘마이닝’이라 부른다. 가상화폐는 고급 사양의 PC로 어려운 수학문제와 같은 암호를 풀어야 채굴할 수 있다. 

10분에 한 번씩 바뀌는 64자리 숫자·알파벳 조합을 맞추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식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선 채굴에 용이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열풍은 PC방 창업 업계에까지 번지고 있다. 복수의 PC방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PC방 창업을 문의하는 이들 중 본사의 그래픽 카드 보유 현황을 집요하게 체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계약금을 정확히 내고 인테리어까지 본사 지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그들에게 의심을 거두지만 개업 이후 계속 그래픽 카드 AS 요청만 반복돼 사정을 알아보니 PC방이 채굴장으로 변해 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게 6개월 전부터다. 임대료가 싼 지방서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매물로 나오는 중소 지방도시 PC방 역시 이런 채굴 목적으로 매매를 타진하는 경우 또한 다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상화폐 채굴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그래픽 카드는 1060K 그래픽 카드로 3GB, 6GB 제품이 있는데 원 제품은 거의 안 나오고 시중에는 중고 물량만 거래되고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종전 제품을 다량 구비하고 있는데 원래 가격은 개당 27만원대지만 지금은 오히려 35만원 이상 호가한다. 한 PC방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이런 의도로 창업계에 물을 흐릴까봐 심히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돈 냄새를 맡은 해커들도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상화폐거래소가 해커들의 타깃이 되면서 계정을 해킹당한 투자자들이 최대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거래소는 금융기관이 아닌 단순 정보기술(IT)사업자로 분류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기 어렵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해커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가상화폐를 통해 금전을 취득하면서 추적까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계정 탈취뿐 아니라 직접적인 거래소 공격까지 이뤄지고 있다. 


전문 ‘채굴꾼’ 멀쩡한 PC방 소굴로
“이거 진짜 돈 되나?” 청소년들 서성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빗썸’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계정을 털어 금전을 취득한 것과 달리 내부 직원의 자택에 있는 개인용PC 내에 있는 3만여명의 회원정보를 탈취했다. 

이후 비트코인이 사라지는 등 금전적 피해부터 보이스피싱까지 회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을 비롯해 경찰 및 검찰까지 나서 수사에 나섰다. 

빗썸 측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회원들에게 10만원씩 보상키로 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로 조만간 해커들의 공격으로 인해 폭탄처럼 터질 것”이라며 “이미 공격정황이 보이고 있으며 빗썸뿐 아니라 다른 거래소도 모두 해커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8)군은 요즘 수업시간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500여만원을 투자한 가상화폐의 시세가 분 단위로 급등락을 반복해서다. 

김군은 “1주일 새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며 “불법 사설 토토(스포츠복권)도 해봤지만 가상화폐 투자가 더 짜릿한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은 “쉬는 시간마다 가상화폐 시세를 놓고 반 친구들과 얘기한다”며 “비트코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학원 수강료까지 ‘올인’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소년들이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까닭은 부모 동의를 받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계좌처럼 법정대리인과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할 필요가 없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7)군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해 대신 가상화폐에 몰래 소액을 투자 중인데 수익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크게 잃는 청소년이 속출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시세가 절반 가까이 급락한 지난 5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동생 병원비까지 넣었는데 크게 잃었다” “학원비를 날렸는데 부모님께 뭐라고 말해야 하나” 등의 사연이 줄지어 올라왔다.

국내서 가상화폐는 일반적인 상거래보다는 재테크 수단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폐의 몸값이 뛰면서 투자 대상으로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투자 주의보를 내릴 정도다.

가상화폐 투자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변동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거래가 몰릴 때 가격이 올랐다가 급락하는 식으로 변동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변동성은 객관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도 불투명하다. 다단계 투기세력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또 비트코인은 법정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 정부도 관련 거래가 안전한지 보증하지 않는다. 사기를 당해 손실을 크게 입는다고 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익명성 때문에 각종 범죄에서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패가망신 지름길

한 투자 전문가는 “미래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사용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투자 대상으로서 가상화폐는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맹목적인 신뢰나 ‘몰빵’ 투자는 지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투자자 보호 장치 등 규제가 미흡한 만큼 악용 사례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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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