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 ③진도 운림산방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비 오는 날 진도에 있다면 운림산방으로 가야 한다.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쓸쓸한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연못에 물 듣는 소리, 상록수림 속 휘파람새 소리, 이웃 절집의 목탁 소리가 들린다. 비를 맞으며 피어오른 수련을 보노라면, 100여 년 전 이곳에서 지낸 화가가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구름 운(雲)에 수풀 림(林).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허유)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남종화’의 중심지
 
1808년 진도읍 쌍정리서 태어난 허련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20대 후반에는 해남 대둔사의 초의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30대 초반에는 그의 소개로 한양에 가서 추사 김정희의 제자가 됐다. 추사는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며 허련을 아꼈고, 그 또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해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는다. 이때가 1857년, 소치가 49세 때 일이다. 그는 운림산방에서 죽기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예술가의 타고난 감성 때문일까. 소치는 운림산방을 이름처럼 멋지게 꾸몄다. 작은 집 앞에 널찍한 연못(운림지)을 파고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어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지금도 여름이면 연못 가득한 수련과 함께 붉은 배롱나무꽃이 핀다. 이 아름다운 연못은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1893년 86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소치의 예술혼 또한 그가 심은 배롱나무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그 예술혼은 아들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을 거쳐 증손자, 고손자까지 5대에 이어지는 화가 집안의 전통을 세웠다. 덕분에 진도는 우리나라 남종화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남종화는 중국에서 시작된 수묵담채화다. 화려한 채색화인 북종화를 주로 전문 화가들이 그렸다면, 수묵에 은은한 색깔을 더한 남종화는 문인의 필수 교양이었다. 조선의 선비 또한 중국 남종화의 전통을 받아들여 시, 서, 화의 맥을 이었다. 


빈틈없이 색칠하는 북종화와 달리 남종화는 여백을 중시한다. 남종화의 여백은 빈 부분이 아니다. 어느 때는 구름이다가 다른 곳에서는 물살이 되었다가 다시 안개로 변해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운림지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첨찰산을 타고 올라 구름이 되듯이, 그림 속 여백은 텅 빈 채로 변화무쌍하다. 
 

현재 운림산방 주변에는 건물 몇 채가 더 들어섰다. 바로 옆에 있는 소치기념관은 허련과 그 자손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진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진도역사관이, 입구 옆에는 진도군이 배출한 또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남도전통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남종화 대가 허련이 말년 보낸 집
사시사철 푸르른 숲이 울창

진도역사관에선 삼별초가 대몽 항쟁을 이어간 용장성, 고려와 조선 수군의 흔적이 있는 남도진성 등 진도의 역사 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운림산방 뒤에는 사시사철 푸르른 숲이 울창하다. 신라시대 고찰 쌍계사서 시작하는 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은 첨찰산 자락을 휘감아 그 넓이가 약 62만㎡에 달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모새나무, 참식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졸참나무, 자귀나무, 느릅나무, 쥐똥나무, 갈매나무, 굴피나무 등 낙엽활엽수와 어울려 숲을 이룬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는 담장 없이 이웃해 쌍계사 상록수림은 소치의 산책로였다고 한다.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비 오는 날 운림지 연잎에 물 듣는 소리만큼 듣기 좋다. 
 


운림산방과 쌍계사 상록수림에서 비 오는 날의 정취를 충분히 즐겼다면, 진도의 또 다른 관광 명소를 찾아보자.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이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진도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진도개테마파크다. 

‘진도개테마파크’ 볼거리

(진도 사람들은 ‘진도에 사는 모든 개’를 진돗개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도 특산 개 품종’을 진도개로 구분한다.) 이곳에서는 진돗개 사육과 공연, 강아지 체험과 분양 등이 원 스톱으로 진행된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부터 진돗개 공연, 장애물 통과 묘기(어질리티), 경주도 볼 수 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선 토요일 오후 2시 ‘토요민속여행’ 상설 공연이 열린다. 예향 진도는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다시래기, 진도씻김굿 등 국가무형문화재가 4개다. 이중 강강술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진도는 군 단위로 드물게 대규모 공연장을 갖추고 군립민속예술단을 운영한다. 이들은 진도아리랑, 진도북춤, 다시래기, 남도민요 등 다달이 조금씩 다른 레퍼토리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운림산방→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진도개테마파크→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세방낙조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운림산방→진도역사관→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진도개테마파크→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세방낙조전망대 
[둘째 날] 신비의 바닷길→진도 용장성→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진도 쌍계사 http://www.진도쌍계사.com

문의 전화
-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422
- 운림산방 061)543-0088
- 남도전통미술관 061)540-6286
- 진도역사관 061)540-6286 
- 진도 쌍계사 061)542-1165
- 진도개테마파크 061)540-6306, 6312
- 진도향토문화회관 061)540-625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4회(07:35, 09:00, 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회(09:10, 16:20)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진도공용터미널에서 사천리행 농어촌 버스, 약 15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http://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서호교차로서 삼호·목포 방면→호등교차로서 관광레저로·화원 방면→남동교차로서 남산로·금갑 방면→운림산방로서 운림산방·쌍계사 방면→운림산방


숙박 정보
- 진도한옥펜션 : 의신면 진도대로, 061)544-7316, http://www.paldohanok.com(굿스테이)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가휴재 : 임회면 아리랑길, 010-4640-7189, 
http://www.gahyujae.com
- 진도관광모텔 : 군내면 진도대로, 061)542-2123
- 피아노모텔 : 진도읍 남문길, 061)542-1001, 
http://blog.naver.com/jindopiano 

식당 정보
- 달님이네맛집(한정식): 진도읍 서문길, 061)542-3335
- 묵은지(갈빗살): 진도읍 남동1길, 061)543-2242
- 버섯마을(백반): 진도읍 동외1길, 061)544-6446 
- 궁전음식점(뜸북국): 진도읍 옥주길, 061)544-1500
- 옥천횟집(회정식): 진도읍 철마길, 061)543-5664 

주변 볼거리
진도 남도진성, 진도대교, 진도타워, 조도, 관매도, 도리산전망대, 장전미술관, 진도미르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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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