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 ③진도 운림산방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비 오는 날 진도에 있다면 운림산방으로 가야 한다.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쓸쓸한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연못에 물 듣는 소리, 상록수림 속 휘파람새 소리, 이웃 절집의 목탁 소리가 들린다. 비를 맞으며 피어오른 수련을 보노라면, 100여 년 전 이곳에서 지낸 화가가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구름 운(雲)에 수풀 림(林).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허유)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남종화’의 중심지
 
1808년 진도읍 쌍정리서 태어난 허련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20대 후반에는 해남 대둔사의 초의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30대 초반에는 그의 소개로 한양에 가서 추사 김정희의 제자가 됐다. 추사는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며 허련을 아꼈고, 그 또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해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는다. 이때가 1857년, 소치가 49세 때 일이다. 그는 운림산방에서 죽기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예술가의 타고난 감성 때문일까. 소치는 운림산방을 이름처럼 멋지게 꾸몄다. 작은 집 앞에 널찍한 연못(운림지)을 파고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어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지금도 여름이면 연못 가득한 수련과 함께 붉은 배롱나무꽃이 핀다. 이 아름다운 연못은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1893년 86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소치의 예술혼 또한 그가 심은 배롱나무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그 예술혼은 아들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을 거쳐 증손자, 고손자까지 5대에 이어지는 화가 집안의 전통을 세웠다. 덕분에 진도는 우리나라 남종화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남종화는 중국에서 시작된 수묵담채화다. 화려한 채색화인 북종화를 주로 전문 화가들이 그렸다면, 수묵에 은은한 색깔을 더한 남종화는 문인의 필수 교양이었다. 조선의 선비 또한 중국 남종화의 전통을 받아들여 시, 서, 화의 맥을 이었다. 


빈틈없이 색칠하는 북종화와 달리 남종화는 여백을 중시한다. 남종화의 여백은 빈 부분이 아니다. 어느 때는 구름이다가 다른 곳에서는 물살이 되었다가 다시 안개로 변해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운림지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첨찰산을 타고 올라 구름이 되듯이, 그림 속 여백은 텅 빈 채로 변화무쌍하다. 
 

현재 운림산방 주변에는 건물 몇 채가 더 들어섰다. 바로 옆에 있는 소치기념관은 허련과 그 자손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진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진도역사관이, 입구 옆에는 진도군이 배출한 또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남도전통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남종화 대가 허련이 말년 보낸 집
사시사철 푸르른 숲이 울창

진도역사관에선 삼별초가 대몽 항쟁을 이어간 용장성, 고려와 조선 수군의 흔적이 있는 남도진성 등 진도의 역사 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운림산방 뒤에는 사시사철 푸르른 숲이 울창하다. 신라시대 고찰 쌍계사서 시작하는 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은 첨찰산 자락을 휘감아 그 넓이가 약 62만㎡에 달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모새나무, 참식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졸참나무, 자귀나무, 느릅나무, 쥐똥나무, 갈매나무, 굴피나무 등 낙엽활엽수와 어울려 숲을 이룬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는 담장 없이 이웃해 쌍계사 상록수림은 소치의 산책로였다고 한다.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비 오는 날 운림지 연잎에 물 듣는 소리만큼 듣기 좋다. 
 


운림산방과 쌍계사 상록수림에서 비 오는 날의 정취를 충분히 즐겼다면, 진도의 또 다른 관광 명소를 찾아보자.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이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진도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진도개테마파크다. 

‘진도개테마파크’ 볼거리

(진도 사람들은 ‘진도에 사는 모든 개’를 진돗개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도 특산 개 품종’을 진도개로 구분한다.) 이곳에서는 진돗개 사육과 공연, 강아지 체험과 분양 등이 원 스톱으로 진행된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부터 진돗개 공연, 장애물 통과 묘기(어질리티), 경주도 볼 수 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선 토요일 오후 2시 ‘토요민속여행’ 상설 공연이 열린다. 예향 진도는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다시래기, 진도씻김굿 등 국가무형문화재가 4개다. 이중 강강술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진도는 군 단위로 드물게 대규모 공연장을 갖추고 군립민속예술단을 운영한다. 이들은 진도아리랑, 진도북춤, 다시래기, 남도민요 등 다달이 조금씩 다른 레퍼토리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운림산방→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진도개테마파크→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세방낙조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운림산방→진도역사관→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진도개테마파크→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세방낙조전망대 
[둘째 날] 신비의 바닷길→진도 용장성→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진도 쌍계사 http://www.진도쌍계사.com

문의 전화
-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422
- 운림산방 061)543-0088
- 남도전통미술관 061)540-6286
- 진도역사관 061)540-6286 
- 진도 쌍계사 061)542-1165
- 진도개테마파크 061)540-6306, 6312
- 진도향토문화회관 061)540-625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4회(07:35, 09:00, 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회(09:10, 16:20)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진도공용터미널에서 사천리행 농어촌 버스, 약 15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http://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서호교차로서 삼호·목포 방면→호등교차로서 관광레저로·화원 방면→남동교차로서 남산로·금갑 방면→운림산방로서 운림산방·쌍계사 방면→운림산방


숙박 정보
- 진도한옥펜션 : 의신면 진도대로, 061)544-7316, http://www.paldohanok.com(굿스테이)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가휴재 : 임회면 아리랑길, 010-4640-7189, 
http://www.gahyujae.com
- 진도관광모텔 : 군내면 진도대로, 061)542-2123
- 피아노모텔 : 진도읍 남문길, 061)542-1001, 
http://blog.naver.com/jindopiano 

식당 정보
- 달님이네맛집(한정식): 진도읍 서문길, 061)542-3335
- 묵은지(갈빗살): 진도읍 남동1길, 061)543-2242
- 버섯마을(백반): 진도읍 동외1길, 061)544-6446 
- 궁전음식점(뜸북국): 진도읍 옥주길, 061)544-1500
- 옥천횟집(회정식): 진도읍 철마길, 061)543-5664 

주변 볼거리
진도 남도진성, 진도대교, 진도타워, 조도, 관매도, 도리산전망대, 장전미술관, 진도미르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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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