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④연예계도 한탕주의 바람

‘한탕주의’에 치이고, 머니게임에 당하고

연예계만큼 한탕주의가 만연한 곳이 있을까. 드라마 제작자들은 ‘대박’을 꿈꾸며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스타 잡기에 혈안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스타 영입, 혹은 작은 소속사의 세 규합을 통해 코스닥 우회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코스닥으로 가는 길’에 매진한 지 오래다. 공연 기획자들은 ‘대박’을 노리고 공연 질에는 신경 안 쓰고 티켓 판매에만 혈안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스타=시청률 보장’이라는 공식 아래 일단 작품을 떠나서 스타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한탕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더라도 스타를 기용해 인기를 등에 업고 ‘대박’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박 드라마는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수가 결코 많지 않다.

스타가 한 드라마를 흥행시키는 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까. 한 방송관계자는 “어떤 드라마든 A급 스타는 20% 정도의 시청률은 보장하는데 그 이상을 못 넘어서면 드라마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질과 기획, 영상이 얼마만큼 뛰어나느냐에 따라 드라마가 5회 이상으로 넘어가면 상품의 질 경쟁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스타들이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 이유는 ‘초기의 효과’를 노린 방송사의 한탕주의 때문.

스타들 막대한 출연료 받는 이유
‘초기의 효과’ 노린 방송사 때문

이 관계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예로 들면, 광고주들이 삼순이에 광고를 붙이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까지 밀어준다”며 방송사가 한탕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1차적으로 방송사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제 살 깎아 먹는 행태를 계속 보일 때는 사실상 한국에 지상파가 근멸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탕주의는 외주제작사의 난립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는 손에 꼽힌다. 삼화 프로덕션, 김종학 프로덕션, 이관희 프로덕션 등이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제작사만도 2백여 개가 넘는다. 이같은 외주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들 외주 제작사는 ‘대박’을 꿈꾸며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의 영상 콘텐츠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드라마로서 열띤 반응과 외국에서의 성공은 매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거품이 결국 드라마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체로 신생 외주제작사는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해 스타 연기자로 드라마를 꾸려나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외주 제작사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 발생으로 방송사는 외주 제작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시청률 보장’…드라마 제작자 ‘스타만 잡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드라마 판권 제작사로 넘어가면서 해외 판매 때 한탕주의로 비싸게 팔아
‘한탕주의’ 한류에 악영향…장나라·류시원 꾸준한 활동으로 인기
 한탕 노린 공연 기획사들 과열 경쟁으로 공연 취소되는 불상사도


모 방송국의 경우, 그동안 드라마 제작을 해 검증을 받은 외주 제작사와 드라마 편성과 제작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또한 외주 제작의 폐해가 많다는 드라마국 평가가 득세해 방송법상 규정한 최소한의 외주 제작비율을 지키고 가급적 드라마는 자체 제작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판권이 제작사 쪽으로 넘어간 것도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판권을 가지려고 무리하게 저가 제작비를 감수한 뒤, 이를 충당하려고 한탕주의 식으로 해외 판매 때 지나치게 비싼 값을 매겨 한류 드라마 판매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탕주의는 한류 바람에 악역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예전만큼 중국과 일본에서 ‘돈벌이가 안 된다’ 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선 한류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2004년, 20005년과 비교할 때 지금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는 한류스타들의 계보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배용준, 최지우, 이병헌, 원빈, 장동건 등 한류 1세대 스타들이 아직도 현지에서 어필하고 있지만 3~4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한류스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지에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에 인색한 채 기존 인기만을 가지고 승부를 하다 보니 한계점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이나 일본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스타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투자에 인색한 채 기존 인기로
승부하다 보니 한계점 봉착

장나라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에선 장나라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국 스타 중 중국에서 대접받는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장나라가 중국에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아낌없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음반이 안돼 중국을 건너갔다는 소문과 달리 장나라는 중국 진출 당시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최고를 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음반 수익률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장나라는 여기에 만족하기보다는 수억원을 중국시장에 쏟아 부었다. 안정된 시장은 아니었지만 투자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한 달에 수십번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중국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장나라를 키워낸 아버지 주호성씨는 “중국시장은 쉽게 문을 열지 않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우군이다. 이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중국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시작은 미비했지만 지금은 어느 한류스타와 비교해서도 뒤질게 없는 류시원도 꾸준한 일본 활동으로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안정된 국내 활동을 뒤로하고 현지에서 방송 및 음반 그리고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콘서트 때에도 일본스타 못지 않는 최고의 시스템으로 승부하고 있으며 마케팅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보따리 장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경비를 아끼고 투자에 인색하면서 고액 개런티만을 챙기려는 일부 스타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갑자기 기획, 추진되는 공연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아

류시원은 “일본에선 음악 프로그램만큼 쇼 프로 출연도 중요시하는데 몇몇 한국 연예인들은 쇼, 버라이어티물은 고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밖에서 볼 때 ‘한류가 위축됐다’고 평가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 활동하려면 그 나라 문화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우리 정서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볼 때는 좀 아쉽다”고 충고했다.

연예계에는 하루가 다르게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스타 영입, 혹은 작은 소속사의 세 규합을 통해 코스닥 우회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코스닥으로 가는 길’에 매진한 지 오래다.

이때 주가를 단시간에 상승시키는 견인차는 바로 스타의 이름값이다. 연예계는 ‘연예인이 주가를 띄운다’는 판단에 연예계로 유입된 코스닥 및 대기업 거대 자본을 통해 수억원을 줘서라도 스타를 잡겠다며 혈안이 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세한 규모의 매니지먼트사들이 난립하며 주먹구구식 운영을 해온 한국 연예계가 선진 기업화돼가고 있다는 점에선 발전적이다. 하지만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스타의 몸값만 높아져 결국 연예인을 기득권 세력화할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스타는 자신의 발전적인 미래를 도와줄 기획사가 아닌 돈을 보고 기획사를 선택하고, 기획사는 돈을 많이 주고 영입한 스타에게 또 다시 배신당할 수 있는 부메랑 구조로 둘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탕주의가 가장 만연해 있는 곳은 공연계이다. 해외 스타들의 내한공연이 러시를 이루면서 ‘대박’을 노리는 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탕을 노리고 상당히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 이는 공연 기획사들끼리의 과열 경쟁을 부추겨 로열티나 개런티의 상승을 부른다.
내한공연의 티켓 가격이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턱없이 비싼 이유를 여기서 찾는 의견이 많다.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예매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설비나 스케일을 줄이고 이는 졸속 공연으로 치달아 장기적으로 팬들을 잃게 만든다.
한탕주의는 단순히 티켓 값의 급증에 머무르지 않는다. 애당초 이들 업체는 내한공연의 성사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떨어지는 수익에 집중하기 때문에 개런티에 비해 티켓 판매가 부진할 경우 내한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국내팬들의 내한공연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나쁘게 한다. 또한 꾸준히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며 신뢰도를 쌓은 공연 기획사들이 도매급으로 비판받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수년간 국내외 대형 공연을 개최한 모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스폰서도 확보하지 않고 단지 입장권을 판매해 출연료를 충당하려는 무리한 기획이 말썽이다”라며 “몇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입장권을 구입한 팬들만 골탕 먹고, 출연할 예정이던 가수들이 애꿎게 원성을 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잡음을 빚은 공연을 보면 일단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개런티를 올려주며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자금줄이 막히면 공연 취소, 티켓 떨이 등의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며 “보통 공연을 기획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갑자기 기획, 추진되는 공연은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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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