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에 푹 빠진 대한민국 ④연예계도 한탕주의 바람

‘한탕주의’에 치이고, 머니게임에 당하고

연예계만큼 한탕주의가 만연한 곳이 있을까. 드라마 제작자들은 ‘대박’을 꿈꾸며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스타 잡기에 혈안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스타 영입, 혹은 작은 소속사의 세 규합을 통해 코스닥 우회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코스닥으로 가는 길’에 매진한 지 오래다. 공연 기획자들은 ‘대박’을 노리고 공연 질에는 신경 안 쓰고 티켓 판매에만 혈안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스타=시청률 보장’이라는 공식 아래 일단 작품을 떠나서 스타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한탕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더라도 스타를 기용해 인기를 등에 업고 ‘대박’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박 드라마는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수가 결코 많지 않다.

스타가 한 드라마를 흥행시키는 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까. 한 방송관계자는 “어떤 드라마든 A급 스타는 20% 정도의 시청률은 보장하는데 그 이상을 못 넘어서면 드라마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질과 기획, 영상이 얼마만큼 뛰어나느냐에 따라 드라마가 5회 이상으로 넘어가면 상품의 질 경쟁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스타들이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 이유는 ‘초기의 효과’를 노린 방송사의 한탕주의 때문.

스타들 막대한 출연료 받는 이유
‘초기의 효과’ 노린 방송사 때문

이 관계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예로 들면, 광고주들이 삼순이에 광고를 붙이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까지 밀어준다”며 방송사가 한탕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1차적으로 방송사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제 살 깎아 먹는 행태를 계속 보일 때는 사실상 한국에 지상파가 근멸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탕주의는 외주제작사의 난립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는 손에 꼽힌다. 삼화 프로덕션, 김종학 프로덕션, 이관희 프로덕션 등이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제작사만도 2백여 개가 넘는다. 이같은 외주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들 외주 제작사는 ‘대박’을 꿈꾸며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의 영상 콘텐츠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드라마로서 열띤 반응과 외국에서의 성공은 매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거품이 결국 드라마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체로 신생 외주제작사는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해 스타 연기자로 드라마를 꾸려나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외주 제작사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 발생으로 방송사는 외주 제작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시청률 보장’…드라마 제작자 ‘스타만 잡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드라마 판권 제작사로 넘어가면서 해외 판매 때 한탕주의로 비싸게 팔아
‘한탕주의’ 한류에 악영향…장나라·류시원 꾸준한 활동으로 인기
 한탕 노린 공연 기획사들 과열 경쟁으로 공연 취소되는 불상사도


모 방송국의 경우, 그동안 드라마 제작을 해 검증을 받은 외주 제작사와 드라마 편성과 제작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또한 외주 제작의 폐해가 많다는 드라마국 평가가 득세해 방송법상 규정한 최소한의 외주 제작비율을 지키고 가급적 드라마는 자체 제작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판권이 제작사 쪽으로 넘어간 것도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판권을 가지려고 무리하게 저가 제작비를 감수한 뒤, 이를 충당하려고 한탕주의 식으로 해외 판매 때 지나치게 비싼 값을 매겨 한류 드라마 판매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탕주의는 한류 바람에 악역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예전만큼 중국과 일본에서 ‘돈벌이가 안 된다’ 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선 한류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2004년, 20005년과 비교할 때 지금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는 한류스타들의 계보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배용준, 최지우, 이병헌, 원빈, 장동건 등 한류 1세대 스타들이 아직도 현지에서 어필하고 있지만 3~4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한류스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지에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에 인색한 채 기존 인기만을 가지고 승부를 하다 보니 한계점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이나 일본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스타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투자에 인색한 채 기존 인기로
승부하다 보니 한계점 봉착

장나라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에선 장나라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국 스타 중 중국에서 대접받는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장나라가 중국에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아낌없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음반이 안돼 중국을 건너갔다는 소문과 달리 장나라는 중국 진출 당시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최고를 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음반 수익률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장나라는 여기에 만족하기보다는 수억원을 중국시장에 쏟아 부었다. 안정된 시장은 아니었지만 투자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한 달에 수십번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중국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장나라를 키워낸 아버지 주호성씨는 “중국시장은 쉽게 문을 열지 않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우군이다. 이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중국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시작은 미비했지만 지금은 어느 한류스타와 비교해서도 뒤질게 없는 류시원도 꾸준한 일본 활동으로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안정된 국내 활동을 뒤로하고 현지에서 방송 및 음반 그리고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콘서트 때에도 일본스타 못지 않는 최고의 시스템으로 승부하고 있으며 마케팅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보따리 장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경비를 아끼고 투자에 인색하면서 고액 개런티만을 챙기려는 일부 스타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갑자기 기획, 추진되는 공연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아

류시원은 “일본에선 음악 프로그램만큼 쇼 프로 출연도 중요시하는데 몇몇 한국 연예인들은 쇼, 버라이어티물은 고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밖에서 볼 때 ‘한류가 위축됐다’고 평가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 활동하려면 그 나라 문화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우리 정서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볼 때는 좀 아쉽다”고 충고했다.

연예계에는 하루가 다르게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스타 영입, 혹은 작은 소속사의 세 규합을 통해 코스닥 우회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코스닥으로 가는 길’에 매진한 지 오래다.

이때 주가를 단시간에 상승시키는 견인차는 바로 스타의 이름값이다. 연예계는 ‘연예인이 주가를 띄운다’는 판단에 연예계로 유입된 코스닥 및 대기업 거대 자본을 통해 수억원을 줘서라도 스타를 잡겠다며 혈안이 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세한 규모의 매니지먼트사들이 난립하며 주먹구구식 운영을 해온 한국 연예계가 선진 기업화돼가고 있다는 점에선 발전적이다. 하지만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스타의 몸값만 높아져 결국 연예인을 기득권 세력화할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스타는 자신의 발전적인 미래를 도와줄 기획사가 아닌 돈을 보고 기획사를 선택하고, 기획사는 돈을 많이 주고 영입한 스타에게 또 다시 배신당할 수 있는 부메랑 구조로 둘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탕주의가 가장 만연해 있는 곳은 공연계이다. 해외 스타들의 내한공연이 러시를 이루면서 ‘대박’을 노리는 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탕을 노리고 상당히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 이는 공연 기획사들끼리의 과열 경쟁을 부추겨 로열티나 개런티의 상승을 부른다.
내한공연의 티켓 가격이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턱없이 비싼 이유를 여기서 찾는 의견이 많다.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예매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설비나 스케일을 줄이고 이는 졸속 공연으로 치달아 장기적으로 팬들을 잃게 만든다.
한탕주의는 단순히 티켓 값의 급증에 머무르지 않는다. 애당초 이들 업체는 내한공연의 성사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떨어지는 수익에 집중하기 때문에 개런티에 비해 티켓 판매가 부진할 경우 내한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국내팬들의 내한공연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나쁘게 한다. 또한 꾸준히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며 신뢰도를 쌓은 공연 기획사들이 도매급으로 비판받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수년간 국내외 대형 공연을 개최한 모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스폰서도 확보하지 않고 단지 입장권을 판매해 출연료를 충당하려는 무리한 기획이 말썽이다”라며 “몇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입장권을 구입한 팬들만 골탕 먹고, 출연할 예정이던 가수들이 애꿎게 원성을 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잡음을 빚은 공연을 보면 일단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개런티를 올려주며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자금줄이 막히면 공연 취소, 티켓 떨이 등의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며 “보통 공연을 기획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갑자기 기획, 추진되는 공연은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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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