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 ②제천 정방사

빗소리에 세상 시름을 씻어내다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김이 빠진다. 괜히 짜증도 난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비라니. 하늘을 원망한다. 하지만 여행에 비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더 근사해지는 여행지가 있다. 보슬비가 내려도 좋고,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려도 좋다. 제천 정방사가 그런 곳이다.

비 내리는 날이면 운치가 더 살아난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세상 시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청풍호도 꿈처럼 아련하게 비에 젖는다.

정방사는 금수산 의상대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산방사라고 소개됐다. 

비 오는 날 ‘운치 OK’

<청풍읍지>에는 “정방사는 도화동에서 오 리허에 있으며 전해오길 신승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다. 동쪽에 큰 반석이 있는데 동대 혹은 의상대라 부른다”고 나온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정원스님이 부처님 설법을 널리 펴고자 의상대사에게 절터를 알려주십사 청했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내주며 이 지팡이가 멈추는 곳에 절을 세우라 했고, 그곳이 지금의 정방사 자리다. 
 


정방사는 찾아가는 길 또한 여간 아름답지 않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수려한 청풍호 풍경이 따라온다. 정방사 표지판을 보고 능강계곡으로 오르는 길을 따르면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이 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절 주차장에 닿는데, 차를 대고 다시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올라야 한다. 절 앞에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만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한국서 절로 들어가는 가장 좁은 길이라고 했다. 
 

절은 의상대 아래 마치 제비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청풍루와 유운당, 원통보전, 나한전이 의상대 아래 일렬로 섰다. 요사채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다. 이 마당서 바라보면 월악산과 청풍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정방사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 뜰 무렵이다. 해 뜨기 전 월악산 골짜기와 청풍호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어울려 다니며 선경을 빚어낸다. 물안개가 산자락을 휘감으며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모습은 부처님이 손바닥으로 구름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688년 4월 3일 정방사를 찾은 조선 중기 학자 삼연 김창흡도 이곳 풍광에 반해 ‘창으로는 월악산을 긷고 손바닥에는 구담봉을 올려놓았네’라는 시를 남겼다. 
 

원통보전서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는 편액이 마음을 지그시 누른다. ‘원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응답한다’는 뜻이다. 원통보전에는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모셨는데, 1689년(숙종 15)에 만들어진 이 불상은 지난 2004년 도난당한 뒤 경매에 나왔다. 당시 총무원 문화부, 불교중앙박물관 직원들이 확인해서 문화재청,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수사를 통해 되찾았다.
 

원통보전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해수관음보살입상이 청풍호를 바라보고 섰다. 청풍호가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해수관음보살입상이 있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나무 의자에 앉아 구름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걸 보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해 뜨기 전 피어오른 물안개 장관
청풍호 풍경·소나무 숲길 아름다워

서둘러 처마 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절에 찾아온 이는 아무도 없다. 절과 풍경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절 마당에 후드득후드득 깃드는 빗소리가 부처님 설법처럼 들리는 듯하다. 별안간 내리는 비가 오히려 고맙다. 
 

정방사서 내려오면 솟대를 테마로 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이다. 마당에 ‘ㅎㅁㅅㄷ’이라는 하얀 조각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는 ‘희망 솟대’라는 뜻이다. 다양한 솟대 작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희귀 야생화도 만날 수 있다.
 

제천을 대표하는 여행지는 단연 청풍호다. 1985년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조성한 인공 호수로 제천시와 충주시, 단양군에 걸쳐 있다.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 일대가 수몰됐을 때 이곳에 있던 각종 문화재를 옮겨놓은 곳이다.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546호)을 비롯해 금남루, 금병헌 등 문화재와 볼거리가 많다.
 

청풍호를 벗어나 제천 북쪽으로 향하면 의림지와 박달재 등이 있다. 의림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삼한 시대에 축조했다. 1807년(순조 7)에 세운 영호정, 1948년에 건립한 경호루, 수백 년 동안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등이 저수지와 어우러진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연못 산책로가 마치 아름다운 정원 같다. 우리나라 3대 악성이자 가야금의 대가인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우륵대도 있다.
 

봉양읍과 백운면을 가르는 박달재는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해진 곳이다. 왜 울고 넘어야 했을까. 사연이 있다. 조선 초 경상도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중, 고개 아랫마을에서 하룻밤 묵는다. 이 집에 있는 아름다운 처녀 금봉과 사랑에 빠진 박달은 과거에 급제한 뒤 함께 살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금봉 생각에 공부를 못 했는지 박달은 낙방하고, 금봉은 박달을 기다리며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숨을 거둔다. 뒤늦게 돌아온 박달은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목 놓아 울다가 목숨을 버린다. 박달재 정상에는 박달과 금봉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백봉전망대는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곳이다.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에 있다. 나선형으로 놓은 나무 데크를 올라가 전망대 정상에 서면 청풍호와 옥순대교, 금수산과 옥순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희귀 야생화도 볼거리

봉양읍에 있는 배론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천주교인이 숨어 지낸 곳이다. 김대건 신부에 이어 한국 천주교 두 번째 신부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무덤도 있다. ‘배론’은 이곳 지형이 배 밑바닥 모양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방사→능강솟대문화공간→청풍호 드라이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림지→박달재→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 
[둘째 날] 정방사→능강솟대문화공간→청풍호관광모노레일→청풍호 드라이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제천문화관광 
http://tour.jecheon.go.kr/ktour/index.do
- 배론성지 http://www.baeron.or.kr

문의 전화
- 정방사 043)647-7399
- 능강솟대문화공간 043)653-6160
- 배론성지 043)651-452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제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30분 간격(06:30~21:00) 운행, 약 2시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 ti21.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평택제천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청풍호로→옥순봉로 
- 부산 출발: 신대구부산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단양 IC→대강교차로서 단양 방면→북하삼거리서 충주 방면→월악로→원대삼거리서 옥순대교 방면→옥순봉로 
- 대구 출발: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단양 IC→대강교차로서 단양 방면→북하삼거리서 충주 방면→월악로→원대삼거리서 옥순대교 방면→옥순봉로

숙박 정보
- 청풍리조트 :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http://www.cheongpungresort.co.kr 
- 해질녘펜션 : 수산면 옥순봉로8길, 043)646-3542, 
http://www.sunset210.com
- 덕주펜션 : 한수면 미륵송계로, 043)651-1931 


식당 정보
- 청풍황금떡갈비(떡갈비): 청풍면 청풍호로, 043)647-6303  
- 두꺼비식당(등갈비): 제천시 의림대로20길, 043)647-8847
- 비원한정식(한정식): 제천시 내토로, 043)644-2577 

주변 볼거리
탁사정, 제천 자양영당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