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1)이중 술책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13:47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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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와 이중 관계를 유지하라”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사실 고구려의 모든 일이 그 사람 머리에서 시작되고 마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전적으로 신뢰해도 된다 확신합니다.”

“춘추 공은 어찌 그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만, 제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도 그 사람의 도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그 사람이 연개소문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충성 맹세

꼬치꼬치 캐묻는 여주의 질문에 춘추가 보일 듯 말 듯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필탄이 심각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조만간에 침공이 있을 듯합니다.” 

덕창이 단호하게 덧붙이자 모두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경들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지금 신라의 힘만으로 고구려와 백제의 연합군을 파할 수 있겠습니까?”


선덕여왕이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송구하옵니다만, 지금 전력으로는 백제만 상대해도 버거운 실정입니다. 그런데 고구려까지 가세한다면.”

필탄이 채 말을 맺지 못했다.

“그러면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요?”

“비록 김유신 장군이 부대를 창설하여 훈련에 매진하고 있지만 바로 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옵니다.”

알천이 다시 말을 잇자 선덕여왕이 춘추를 주시했다.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결국 당나라에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는.”

춘추가 힘없이 말을 받았다.

“참으로 낭패로군요, 낭패!”

“전하, 당나라에 사절을 파견하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필탄이 춘추의 말에 힘을 실었다.


“당나라에 사절을 파견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보내야 합니까. 지금 춘추 공은 고구려 사절로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판인데.”

알천이 염종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번 당나라의 사절로는 염종 공이 적격이라 생각되옵니다. 그동안 압량주 군주로서 적잖이 고생하였으니 이번 일로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심이 합당하다 사료되옵니다.”

선덕여왕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염종에게 집중되었다.

“공의 생각은 어떠하오?”

“신명을 바쳐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소신을 밝힌 염종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연개소문이 선도해와 함께 연정토가 조련 중인 군사들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다.

연정토의 지시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내내 흡족한 표정을 짓던 연개소문이 훈련이 끝나자 연정토와 수하 부장들을 막사로 불렀다.

그들이 들어서며 하나같이 연개소문에게 고개 숙이고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술과 음식이 막사 안에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던 때문이었다.

수하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마당에 맨손으로 올 수 없는지라 음식과 술 그리고 약간의 선물을 준비해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연개소문이 수하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노고를 치하하자 각기 충성을 맹세하고 자리 잡았다.

“내 그동안 조정 일로 바삐 움직이느라 귀관들의 노고를 미처 챙기지 못한 점 늘 미안하게 생각했었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늦었지만 노고를 치하하고자 하니, 조촐하지만 그간의 회포를 마음껏 풀었으면 하네.”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곁에 있던 하인에게 눈짓을 보내자 궤 하나를 들고 와 연개소문 앞에 올려놓았다.

표면에 왕 세우고…뒤로 군사력 키우고  
백성 결집용…선도해, 유불도 도입 주장

궤를 여니 은이 가득하게 들어있었다.

연개소문이 그를 수하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주며 일일이 보듬어주었다.

“나는 이만 자리를 비워줄 터이니 마음껏 들도록 하게.”

연개소문이 은근한 소리로 말을 마치고 연정토, 선도해와 함께 막사를 나와 다시 연병장으로 이동했다. 

“병사들의 노고는 일일이 잘 챙겨주고 있겠지?”

“물론이지요, 형님. 유사시 형님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다독이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그건 그렇고 선 책사, 장성 축조도 빨리 서둘러야겠소. 혹시라도 저 놈들이 낌새를 채고 먼저 공격해오면 곤란하지 않겠소?”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당분간 당나라와는 이중적 관계를 유지함이 여러 모로 나을 듯합니다.”

“이중적 관계라면?”

“일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저희 세력이 강성해질 때까지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특별한 복안이라도 있소?”

“표면에 왕을 내세우도록 하십시오.”

“왕을 말이오?”

“왕으로 하여금 당나라에 적극 협력하도록 하고 막리지께서는 군력강화에 총력을 기울이십시오.”

“특별한 구상이라도 있소?”

“지금까지 국방 내지는 군사들의 기량 면에만 총력을 기울였으나 이제부터는 총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권력의 기본인 백성들을 교화하는 데 최대한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 일이 당과 무슨 관계 있소?”

“지금 당나라에서 도교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 도교를 들여오는 겁니다.”

“도교를?”

“두 가지 이로움이 있습니다. 첫째는 당의 사상을 존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둘째는 우리 백성들을 교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사 이야기는 지금 고구려에 성행하고 있는 불교와 유교에 더하여 도교를 도입하여 부흥시키자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연정토가 눈을 멀뚱거리다 끼어들었다.

“불교는 깨달음을 기본으로 하고 유교는 사람이 지켜야 할 덕목을 강조하지 않소.”

“그런데요?”

새로운 지표

“거기에 도교는 무위 사상을 기본으로 하지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불교와 유교가 따로 놀 수밖에 없는데 도교를 도입하여 그 둘을 견고하게 접목시키자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여 유교, 불교, 도교가 조화를 이루게 되면 새롭고도 확고한 사상이 창안되고 그로 인해 고구려의 새로운 지표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도해의 설명에 연정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사시에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는데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면 당장 실행하도록 합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연병장에 도착했다.

막 잔치를 시작하려던 병사들이 그들의 출현을 알아채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한마디만 할 터이니 모두 잔을 들도록 하세.”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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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