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④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힐링과 모험이 공존하는 마법의 숲

산과 들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마저 싱그러운 6월. 삼림욕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는 숲 여행이 제격이다.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을 두루 즐기고 싶다면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가자. 온 가족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1996년에 정식 개장했다. 제암산은 해발 807m 정상에 임금 제(帝) 자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휴양림 안에 숲속의집과 휴양관 등 숙박 시설 47실과 계곡 물놀이장, 야영장, 등산로와 산책로, 모험 시설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대표 힐링 주자 ‘더늠길’

이곳을 대표하는 힐링 주자는 더늠길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인도 편하게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숲길 산책에 나서본다. 온통 초록빛 세상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 숲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편백 군락지를 지나 해발 500m인 HAPPY 500 지점에 닿으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제암산 정상이 보인다. 
 

임금바위, 병풍바위, 매바위, 요강바위 등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더늠길을 벗어나 등산로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바람 소리가 쏴아 하며 파도처럼 밀려오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힐링 로드다. 더늠길은 한 바퀴 돌아오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외에 수변 관찰 데크로드와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며, 화·목·일요일에 무료 숲 해설(예약 필수)도 제공한다.

짚라인·에코어드벤처 숲속 체험 시설
자연 속 힐링·짜릿한 모험 온 가족 만족

제암산자연휴양림에 힐링 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는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속 체험 시설이다. 친환경적 공법으로 조성한 에코어드벤처는 연령에 따라 난도가 달라지며, 펭귄(어린이) 코스와 팬더(청소년) 코스, 버팔로(성인) 코스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한 시설이고, 안전 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공중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고 네트에 매달리며 전진하다 보면 숲속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때로 아찔하지만 단계를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마지막 단계는 담안저수지 위에 놓인 에코짚라인이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분이 그만이다. 성인 전용 짚라인은 훨씬 높고 긴 거리를 가로지르는데, 끝난 뒤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에코어드벤처와 전용 짚라인은 유료 시설이며, 예약해야 한다. 
 

숲을 나선 뒤에는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 사이에 있는 고개를 가리키는 지명인데, 옛적 등짐장수들이 이곳을 오갈 때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쉬었다고 한다. 


고갯길 언덕에 1층 보성역사문화관, 2층 카페 그린다향과 특산품 판매점 그린마켓, 3층 보성에코파빌리언 비움으로 구성된 봇재가 들어섰다. 
 

봇재서 멀지 않은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여행자에게 인기다.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은 주변 거리가 정겨우면서 재미있다. 옛 포스터와 벽보, 이발소, 다방 등을 구경하다 보면 과거로 소환된 느낌이다. 

특히 추억이 가득한 플랫폼과 정원처럼 예쁘게 가꿔진 철로 주변은 단골 사진 촬영지다. 옛날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 검정 치마와 얼룩덜룩한 교련복을 입고 사진 찍는 이도 많다. 

득량역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 황토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마을 앞바다를 메워 간척지로 만든 일이며, 마을 빨래터서 오간 소소한 잡담, 사대부 남자들의 사랑방인 열화정에서 벌어진 논의 등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이야기가 멈추면 마을은 평화로운 정적을 되찾는다.
 

보성 바닷가에는 먼 옛날 공룡이 산 흔적도 있다. 1998년 비봉리 선소마을 해안에서 공룡 알이 발견됐으며, 인근 해안가에 공룡 알과 둥지 화석 모형을 야외 전시했다. 최근에 비봉공룡공원이 문을 열어 보성 비봉리 공룡알화석 산지(천연기념물 418호)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비봉공룡공원에 있는 다이노빌리지는 아이들이 공룡 위탁모가 되어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며 공룡에 대해 배우는 공간이다. 
 

비봉공룡공원 눈길

거대한 공룡 사이로 공룡라이더를 타고 돌아다니는 쥬라기파크도 흥미롭다. 공룡이 움직이며 쇼를 펼치는 워킹 공룡 쇼와 4D 영상도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비봉공룡공원은 향후 체험 시설을 확충하고, 공룡알화석 산지 순회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홍암나철기념관도 한번쯤 들러보면 좋다. 대종교 창시자이자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암 나철 선생의 대일 외교 항쟁과 을사오적 처단 의거 등을 비롯해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가 전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제암산자연휴양림→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율포해수욕장·해수탕  
[둘째 날] 제암산자연휴양림→봇재→홍암나철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http://tour.boseong.go.kr
- 제암산자연휴양림 http://www.jeamsan.go.kr
- 봇재 http://botjae.boseong.go.kr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3
- 제암산자연휴양림 061)852-4434
- 봇재 061)850-5953
- 득량역 추억의 거리 061)853-7136
- 강골마을 061)853-2885
- 홍암나철기념관 061)858-7028 
- 비봉공룡공원 1833-877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보성,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2회(08:10, 15:1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광주-보성,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 하루 25회(06:30 ~21:40) 운행, 약 1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1688-4700 이지티켓 http://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보성시외버스터미널 070-7431-2879

[기차] 용산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1회(08:52)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순천역-보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4~5회(05:55 ~17:35) 운행, 약 1시간 소요. 광주송정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3회(06:15~19:18)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보성역 061)852-7788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산월 IC서 제2순환도로 출구→송암톨게이트→제2순환도로→지원교차로서 화순·장흥 방향→남문로→너릿재로→화보로→초당교차로서 목포·장흥 방향→녹색로→조리교차로서 웅치 방향 우측 진출 후 좌회전→일림로→대산길→제암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춘운서옥 : 보성읍 송재로, 010-8786-1114, http://www.cwhanok.com (한옥스테이)
- 보성여관 :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http://www.boseonginn.org (한옥스테이)
- 청심당펜션 : 문덕면 가내길, 061)853-3484, 
http://www.ysorganic.co.kr (한옥스테이)
- 보성골망태펜션 : 보성읍 노산길, 061)852-1966, http://kbs1.kr/h/golmangtae
- 다향리조텔 : 회천면 녹차로, 061)852-5087 

식당 정보
- 헤븐뜰(녹차소고기전골): 보성읍 녹차로, 061)853-4900
- 김미자연애찬(연밥정식·연잎쌈밥): 보성읍 봉화로, 061)853-8595
- 보성녹차떡갈비(한우떡갈비·녹돈떡갈비): 보성읍 녹차로, 061)853-0300, http://보성녹차떡갈비.fuv.kr
- 다향보성녹돈촌(녹돈생삼겹): 회천면 남부관광로, 061)852-9233
- 수목회관(꼬막정식·생선구이정식): 벌교읍 회정새길, 061)857-3456 


주변 볼거리
한국차박물관, 태백산맥문학관, 율포해수욕장, 일림산, 용추계곡, 주암호, 서재필기념공원·서재필기념관, 대원사·대원사 티벳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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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