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④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힐링과 모험이 공존하는 마법의 숲

산과 들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마저 싱그러운 6월. 삼림욕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는 숲 여행이 제격이다.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을 두루 즐기고 싶다면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가자. 온 가족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1996년에 정식 개장했다. 제암산은 해발 807m 정상에 임금 제(帝) 자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휴양림 안에 숲속의집과 휴양관 등 숙박 시설 47실과 계곡 물놀이장, 야영장, 등산로와 산책로, 모험 시설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대표 힐링 주자 ‘더늠길’

이곳을 대표하는 힐링 주자는 더늠길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인도 편하게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숲길 산책에 나서본다. 온통 초록빛 세상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 숲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편백 군락지를 지나 해발 500m인 HAPPY 500 지점에 닿으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제암산 정상이 보인다. 
 

임금바위, 병풍바위, 매바위, 요강바위 등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더늠길을 벗어나 등산로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바람 소리가 쏴아 하며 파도처럼 밀려오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힐링 로드다. 더늠길은 한 바퀴 돌아오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외에 수변 관찰 데크로드와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며, 화·목·일요일에 무료 숲 해설(예약 필수)도 제공한다.

짚라인·에코어드벤처 숲속 체험 시설
자연 속 힐링·짜릿한 모험 온 가족 만족

제암산자연휴양림에 힐링 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는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속 체험 시설이다. 친환경적 공법으로 조성한 에코어드벤처는 연령에 따라 난도가 달라지며, 펭귄(어린이) 코스와 팬더(청소년) 코스, 버팔로(성인) 코스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한 시설이고, 안전 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공중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고 네트에 매달리며 전진하다 보면 숲속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때로 아찔하지만 단계를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마지막 단계는 담안저수지 위에 놓인 에코짚라인이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분이 그만이다. 성인 전용 짚라인은 훨씬 높고 긴 거리를 가로지르는데, 끝난 뒤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에코어드벤처와 전용 짚라인은 유료 시설이며, 예약해야 한다. 
 

숲을 나선 뒤에는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 사이에 있는 고개를 가리키는 지명인데, 옛적 등짐장수들이 이곳을 오갈 때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쉬었다고 한다. 


고갯길 언덕에 1층 보성역사문화관, 2층 카페 그린다향과 특산품 판매점 그린마켓, 3층 보성에코파빌리언 비움으로 구성된 봇재가 들어섰다. 
 

봇재서 멀지 않은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여행자에게 인기다.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은 주변 거리가 정겨우면서 재미있다. 옛 포스터와 벽보, 이발소, 다방 등을 구경하다 보면 과거로 소환된 느낌이다. 

특히 추억이 가득한 플랫폼과 정원처럼 예쁘게 가꿔진 철로 주변은 단골 사진 촬영지다. 옛날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 검정 치마와 얼룩덜룩한 교련복을 입고 사진 찍는 이도 많다. 

득량역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 황토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마을 앞바다를 메워 간척지로 만든 일이며, 마을 빨래터서 오간 소소한 잡담, 사대부 남자들의 사랑방인 열화정에서 벌어진 논의 등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이야기가 멈추면 마을은 평화로운 정적을 되찾는다.
 

보성 바닷가에는 먼 옛날 공룡이 산 흔적도 있다. 1998년 비봉리 선소마을 해안에서 공룡 알이 발견됐으며, 인근 해안가에 공룡 알과 둥지 화석 모형을 야외 전시했다. 최근에 비봉공룡공원이 문을 열어 보성 비봉리 공룡알화석 산지(천연기념물 418호)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비봉공룡공원에 있는 다이노빌리지는 아이들이 공룡 위탁모가 되어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며 공룡에 대해 배우는 공간이다. 
 

비봉공룡공원 눈길

거대한 공룡 사이로 공룡라이더를 타고 돌아다니는 쥬라기파크도 흥미롭다. 공룡이 움직이며 쇼를 펼치는 워킹 공룡 쇼와 4D 영상도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비봉공룡공원은 향후 체험 시설을 확충하고, 공룡알화석 산지 순회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홍암나철기념관도 한번쯤 들러보면 좋다. 대종교 창시자이자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암 나철 선생의 대일 외교 항쟁과 을사오적 처단 의거 등을 비롯해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가 전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제암산자연휴양림→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율포해수욕장·해수탕  
[둘째 날] 제암산자연휴양림→봇재→홍암나철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http://tour.boseong.go.kr
- 제암산자연휴양림 http://www.jeamsan.go.kr
- 봇재 http://botjae.boseong.go.kr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3
- 제암산자연휴양림 061)852-4434
- 봇재 061)850-5953
- 득량역 추억의 거리 061)853-7136
- 강골마을 061)853-2885
- 홍암나철기념관 061)858-7028 
- 비봉공룡공원 1833-877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보성,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2회(08:10, 15:1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광주-보성,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 하루 25회(06:30 ~21:40) 운행, 약 1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1688-4700 이지티켓 http://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보성시외버스터미널 070-7431-2879

[기차] 용산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1회(08:52)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순천역-보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4~5회(05:55 ~17:35) 운행, 약 1시간 소요. 광주송정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3회(06:15~19:18)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보성역 061)852-7788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산월 IC서 제2순환도로 출구→송암톨게이트→제2순환도로→지원교차로서 화순·장흥 방향→남문로→너릿재로→화보로→초당교차로서 목포·장흥 방향→녹색로→조리교차로서 웅치 방향 우측 진출 후 좌회전→일림로→대산길→제암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춘운서옥 : 보성읍 송재로, 010-8786-1114, http://www.cwhanok.com (한옥스테이)
- 보성여관 :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http://www.boseonginn.org (한옥스테이)
- 청심당펜션 : 문덕면 가내길, 061)853-3484, 
http://www.ysorganic.co.kr (한옥스테이)
- 보성골망태펜션 : 보성읍 노산길, 061)852-1966, http://kbs1.kr/h/golmangtae
- 다향리조텔 : 회천면 녹차로, 061)852-5087 

식당 정보
- 헤븐뜰(녹차소고기전골): 보성읍 녹차로, 061)853-4900
- 김미자연애찬(연밥정식·연잎쌈밥): 보성읍 봉화로, 061)853-8595
- 보성녹차떡갈비(한우떡갈비·녹돈떡갈비): 보성읍 녹차로, 061)853-0300, http://보성녹차떡갈비.fuv.kr
- 다향보성녹돈촌(녹돈생삼겹): 회천면 남부관광로, 061)852-9233
- 수목회관(꼬막정식·생선구이정식): 벌교읍 회정새길, 061)857-3456 


주변 볼거리
한국차박물관, 태백산맥문학관, 율포해수욕장, 일림산, 용추계곡, 주암호, 서재필기념공원·서재필기념관, 대원사·대원사 티벳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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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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