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코드’ 감사원 수상한 동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09:36:25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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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잡은 사건들이 모조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감사원의 ‘정치 감사’ 구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리스트에 오른 사안이 줄줄이 감사원의 타깃이 됐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연초 조기 대선을 염두하고 감사 계획을 짰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이명박(MB)정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 착수를 지난 14일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23일 만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이번이 네 번째 감사다. 

감사원은 MB정부 당시 처음 4대강 감사를 벌여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두 차례 감사를 벌여 업체 담합 문제 등을 밝혀냈다. 당시 일부에선 ‘정치 감사’라는 논란도 일었다. 새 정부 출범 첫해에도 4대강 사업이 또다시 감사원 감사의 타깃이 됐다.

4번째 맞는 
4대강 감사

우연의 일치일까. 감사원서 감사 중이거나 정기 감사가 예정돼있는 사안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기조와 많이 겹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4대강 재조사 ▲방위사업 비리 척결 ▲언론 적폐 청산 ▲백남기 농민 사인 규명 등 적폐청산 리스트를 재차 강조했다.

감사원은 먼저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정부 최대 규모 무기도입 사업인 제3차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4년 9월 논란 끝에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 40대를 7조40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방사청은 25개 핵심 기술의 이전을 요구했지만, 록히드 마틴 쪽이 처음부터 미국 정부의 불허를 이유로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 4건에 대한 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공영방송 KBS에 대한 예비조사에도 착수했다. 예비조사는 본감사에 착수하기 전 벌이는 사전 조사 성격을 갖는다.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인사·재무 등 경영 전반 사항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기조 읽고 감사계획 짰나
칼자루 방향 두고 설왕설래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무소속 국회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리포트 삭제 요구를 한 사실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서 외인사로 변경한 서울대학교 병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대 병원 감사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이 다뤄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기관운영감사를 약 2주 앞둔 시점서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서 외인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의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미묘한 시점 때문에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현 정권에 맞춘 ‘코드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4대강 감사 착수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이미 3차례 감사를 한 동일 사업에 대해 또 다시 감사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정치 감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정부에 대한 한풀이 보복이며 감사원의 독립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감사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2017년 연간감사계획은 작년 연말에 확정해 금년 1월9일 감사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1월말서 2월초에 감사계획을 수정한다는 것은 감사원 프로세스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새 정부 코드를 맞춘 감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다만, 홈페이지에는 감사계획에 대한 세부 일정을 다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권초기마다 이런 공방이 계속되는 측면이 있다.

감사원의 해명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보통 감사원은 ‘연간감사계획’을 전년도 연말에 수립한다. 이 과정에 각 국의 과장과 실무자들이 내년에 어느 기관을 감사할지 ‘아이디어’를 낸다. Bottom-Up 의사결정 구조로 연초 원내 국장들은 감사위원들에게 연간감사계획을 승인 받는다. 

미묘한 시점
전 정권 겨냥?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감사원 측이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춰서 감사를 기획했다는 점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감사원이 조기 대선을 전망했으며 유력 대선 주자였던 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감사 계획을 수립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연초는 탄핵 국면으로 감사원 수뇌부들은 조기 대선을 염두했다. 선거 운동 기간은 아니었지만, 대선 후보자들의 기조가 얼추 파악이 됐던 시기다. 수뇌부들은 당시 유력 대선 후보자였던 문 대통령의 코드에 맞췄다.” 

“1월말서 2월초에 감사 계획을 짜면서 문 대통령의 기조와 발언 등을 참고해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뺀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렇게 먼저 알아서 눕는 감사원에 대한 비판이 잦아지면 청와대에선 그걸 빌미로 개헌카드를 꺼내려고 할 수도 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감사원 수뇌부는 새 정권 입맛에 맞는 감사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감사원 간부들 중 일부는 일찌감치 ‘라인’을 갈아타면서 이 같은 감사 계획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줄서기도 감지
내부는 뒤숭숭

반면 내부 직원들은 이처럼 노골적인 라인 타기가 자칫 더 큰 변화(개헌)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후문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현 정부 코드에 맞아 떨어지는 감사 계획이 나올 수 없다는 평가다. 반면 감사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수립한 감사 계획이라고 일관되게 해명하고 있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감사원은 ‘예지력’으로 감사 계획을 세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서 그랬듯 감사원이 새정부 코드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청와대 역시 이런 감사원을 이용해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에 임명된 감사원 출신인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 정치 감사의 창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먼저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 지시가 논란이 됐다. 지난달 22일 감사원에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감사를 업무지시 6호로 정했다. 감사원법상 대통령의 감사 지시는 “헌법기관의 독립성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서 쏟아졌다.

서울대병원·KBS·방산·4대강
결과 염두? 대선 전후 감사 시작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감사 요청’이란 말로 바꿨다. 청와대는 정책 감사이며 전 정권과 연결시킬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나면 상응하게 처리하겠다며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인사도 뒷말이 많다. 지난달 18일에 김종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전임 정권서 공직기강비서관은 주로 검사 출신이 발탁돼 비검찰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정기관인 감사원 출신을 공직기강비서관에 앉힌 게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을 움직였듯이, 비슷한 구조로 김 비서관이 감사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비서관 임명이 감사원의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청와대는 김 비서관이 사표를 내고 왔기 때문에 감사원 길들이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검찰의 청와대 파견인사가 편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보좌관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감사원 출신 OB조차도 퇴직 후 감사원에 영향을 미치는데, 김 비서관이 직무 연관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김 비서관이 여당 의원들의 민원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3년 동안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당시 청와대 파견 행정관 중 가장 오래 근무했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이런 배경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정말 
민원 창구로?

이런 문제의식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감사원 출신인 김 비서관이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개입할 여지가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문 대통령 측근들의 민원 창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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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