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②

어느 분야 못지않게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선거철이 되면 특히 의원과 의원, 의원과 기업, 의원과 시민 등 명예훼손에 따른 쌍방 고소·고발 건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고소·고발은 처음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정도로 떠들썩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고소·고발을 모두 취소하거나 대부분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정계에 있었던 대표적인 고소·고발 사례를 들춰봤다.


<사례1>
한나라당 vs 민주당
BBK 김경준’ 의혹 사건

지난해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전투구 식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고소·고발을 쏟아냈다. 고소·고발 건은 대부분이 명예훼손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고소인이 취하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후보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고소·고발로 인한 수사의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검찰이 정치권 공방에 휘말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선과 관련해서 고소·고발 건이 가장 많이 나왔던 대표적인 사건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BBK 김경준’ 사건이었다. BBK 대표 김경준씨가 국가정보원과 정치권의 사전 음모에 의해 귀국했다는 이른바 ‘기획입국’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김씨는 대선 정국을 잘 이용하면 자신의 수사나 재판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귀국했으며 “BBK의 실소유자는 이명박 후보”라는 김씨의 거짓말에 정치인들이 ‘놀아난’ 것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공안1부는 ‘기획입국’과 ‘BBK 의혹’ 등으로 여야 정치권이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던 사건과 관련,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정두언, 나경원, 정형근 의원 등과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김종률, 이해찬 등 여야 정치인 20여명에 대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불교방송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던 정동영 전 후보에 대해선 혐의는 인정되지만 고소가 취소된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또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씨가 고급 외제 시계를 차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신당 김현미 전 의원에 대해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가 BBK를 100%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신당 정봉주 전 의원과 “이 후보 재산이 8천억~9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자유선진당 곽성문 전 의원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와 박근혜 후보 캠프가 서로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했다. 그러던 중 이명박 후보 측은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한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취하 건으로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박근혜 후보 측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청원 상임고문과 경향신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 ▲김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이혜훈 의원을 고소한 사건 등에 따른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이 후보 측은 그러나 고소취하 입장이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김씨의 부동산 거래 계약서 등 각종 자료를 당 검증위에 제출했다.


<사례2>

청와대 VS 이재오·박계동 의원
이재오·박계동 명예훼손 ‘무혐의’

고소·고발 건 중 청와대가 국회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한 사례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혐의가 인정된 박계동 전 의원은 약식기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공작설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이 전 최고위원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청와대 비서관들이 퇴근 후 서울 공덕동 창평포럼에 모여 노무현 정권 연장과 이명박 후보 죽이기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와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모임에서 대선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사실 등이 인정돼 혐의 없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또 지난해 7월 청와대의 정권재창출 TF팀이 있다고 발언해 고소당했던 박계동 당시 한나라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당시 발언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벌금 3백만원에 약식기소 판결을 내렸다.

<사례3>
주성영 의원 VS 고대녀
주 의원 공개사과…고대녀 “절대 용서 못해”


시민이 한나라당 현직의원을 고소·고발해 화제가 되었던 사건도 있다. 지난 6월20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MBC ‘100분토론’에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학생의 프로필이 기록된 문서를 들고 나와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주 의원은 “지난주에 MBC ‘100분토론’에 서강대녀와 고려대녀가 나온 적이 있다”며 “고려대 여학생의 프로필이다. 김지윤 학생”이라며 A4용지 한 장을 들어보였다.

이어서 “김지윤은 고려대 학생이 아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제적을 당했다.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도 선거운동을 했다. 정치인이다”라며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고려대학교 재학생으로 나왔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지윤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제적됐다가 복학해서 현재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 저는 지금 고려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2006년 출교 조치 이후 2007년 법원으로부터 무효판결을 받았고 가처분 판결을 통해 학생 신분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또 “저는 몇몇 인터뷰를 통해 제가 출교를 당했었고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밝힌 바 있다”면서 “주성영 의원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저를 마치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공중파 방송에서 경솔하게 한 학생의 명예를 완전히 훼손하는 주성영 의원의 행동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주 의원은 김씨에게 공개사과를 했고 김씨는 허위사실을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주 의원을 고소·고발했다.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해 주변에서 질문을 많이 받아 얼마 전 검찰에 문의를 했는데 검찰 측에선 아직 조사 시작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례4>

전직 대통령 VS 주성영 의원
DJ,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고소


최근 주성영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DJ) 측으로부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대검찰청에 고소당한 상태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 의원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 인터뷰에 출연해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이른바 DJ 비자금 문제를 다시 발언함으로써 고소를 당한 것이다.

주 의원은 이날 “2006년 3월초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1백억원짜리 CD(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 제보를 받았다”며 “DJ 비자금 문제는 전부 해외계좌에 연결되어 있고 6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DJ 측의 법률대리인 이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는 이날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낸 보도 자료에서 “이러한 피고소인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에 있는 일부 무책임한 교포신문들이 수년 동안 거듭 주장해온 허무맹랑한 내용들이다”라며 “한국의 일부 언론도 이를 받아썼다가 법정에서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낸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소인은 그 어느 것도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내세워 마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의혹인 양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면서 “국회의원은 일개인이 아니고 국가기관이다. 무책임한 허위 사실을 함부로 퍼뜨려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무고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사례5>
언론사 VS정청래 전 의원
문화일보 기자 무혐의 판결에 이의 제기


지난 4월7일 총선을 앞두고 <문화일보>는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4월3일 한 초등학교에서 김 모 교감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다 모가지 잘리는 수가 있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당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및 제보자 2명 등에 대해 명예 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7월24일 서울 중앙지법은 제보자 2명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해당사의 기자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정 전 의원은 8월11일 국회 기자실을 찾아가 “거짓 기사를 쓴 거짓 기자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리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항고를 해서라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교감 폭언 사건에 대해 “<문화일보>가 서울 중앙지법에 공개한 취재원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한나라당 현역 구 의원이었다”면서 “이 한나라당 구 의원은 가짜 학부모를 동원해 <문화일보> 기자에게 허위제보를 하게 하고 문화일보 기자는 사실 확인도 안 한 채 허위 날조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김 교감이 교육청에 제출한 경위서에 따르면 ‘폭언, 폭행을 당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으며, ‘행사장 진입을 막았고 정 의원이 항의를 했다는데’라는 말에는 ‘70% 정도 맞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화일보>가 이 내용을 섞어 ‘폭언, 폭행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70% 정도 맞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작해 기사를 쓴 것이다”고 정 전 의원은 주장했다.

이어 “KBS <미디어포커스>에서 선거 직후 ‘정청래 죽이기’의 실상을 보도하자 이 모 기자가 김 교감을 찾아가 ‘회유성 입 맞추기’를 시도, 녹음까지 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언론으로서 <문화일보>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를 볼 때 <문화일보> 기자에 대해 ‘허위 제보임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썼다’는 양심 고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의 고소에 대해 “4월2일자 시비과정에서 고소인 정청래가 S초등학교 교감 K에게 면전에서 ‘잘라버리겠다’고 실이 없고, 위 학교 교장 C로 하여금 3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는 등 무례하게 군 사실이 없음에도 <문화일보> 기자인 000, 000이 위와 같은 기사를 작성했고 문화일보 편집국장인 000 등이 위 기사들을 보도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가 된 점은 인정된다”고 결론내림으로써 해당기사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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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