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세컨드하우스 열풍

전국적인 철도·도로 교통망 확충으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 현실화하면서 이른바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전반에 힐링 열풍이 불면서 힐링용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는 일상에 지친 심신을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사용할 목적으로 휴양지 등의 인근에 마련하는 주택을 말한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숙박시설 찾기에 애를 먹을 필요가 없고 성수기에도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
강원 최대 수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강원도는 세컨드하우스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다. 교통망이 정비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6월30일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강일IC서 양양IC까지 90분대 접근이 가능해 이 지역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최근 강원도 속초서 분양한 단지의 경우 세컨드하우스로서 청약경쟁률도 뜨거웠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희건설이 분양한 ‘속초 서희 스타힐스’는 188가구 모집에 5442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2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4000만∼5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휴양지로 잘 알려진 속초 해수욕장이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지난해 11월 동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변 지역으로의 이동이 보다 편리해졌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사회전반에 힐링 열풍이 불면서 힐링용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단독주택 인허가 실적은 7만5673건으로 2015년(6만8701건)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53만4931건서 50만6816건으로 5%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많아진 수요만큼 가격도 오름세다. 2017년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단독주택가격은 전년보다 4.75% 올랐는데 2016년 상승폭(4.15%)에 비해 0.6%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제주(18.03%), 부산(7.78%) 등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제주와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과 가까운 경기 양평, 강원 속초·양양·홍천·횡성 등도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안가, 산, 섬…어디가 좋을까?
힐링용 장만하려는 사람도 늘어

계절 따라 더 좋은 기후에서 생활하는 걸 목적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물색하는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 부부도 늘고 있다. 똑똑하게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따져 볼 사항이 적지 않다. 먼저 땅부터 시공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건축행위가 제한된 개발제한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 등은 피해야 하며 생태보전지구 1, 2등급인 땅도 사들이면 안 된다.

여기에 땅을 고를 때에는 유치권, 분묘기지권 등 공시되지 않은 권리사항을 꼼꼼히 따지고 농축산 폐기물이 묻혀 있지는 않은지, 30년 이상 된 보호 수종이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축사나 하천 등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해야 여름철 악취나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땅을 구했다면 꿈꾸는 낭만에 절반은 다가간 셈이지만 문제는 남은 절반이다. 지자체별로 건축 허가나 외형 등에 걸어둔 규제를 확인하고, 해당 지역의 시공사를 고르되 이들이 미리 지어둔 집을 통해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능력이 되는지 미리 살피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주택의 방향은 남서향으로 하고 내구성이 강한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짓는 편이 좋다. 크기는 난방비와 같은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전용면적 59∼69㎡ 사이 소규모가 적당하다. 

산사태 등을 피하기 위해 경사도가 15도를 넘지 않도록 기초공사 과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하고 싶지만 땅 구매서 주택 건설까지 절차가 복잡해 망설여지는 사람은 ‘완제품’ 격인 레저형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레지던스, 리조트, 풀빌라, 분양형 호텔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타운하우스

완제품인 타운하우스의 경우 여러 가지 사항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우선 입지나 마감재, 주방용품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금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조망과 동간거리, 단지 내 도로 폭은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단지 내 일부 주택에서만 바다나 산이 보이는 경우가 많고, 동간 거리가 좁아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비울 경우 이를 관리해주는 업체의 서비스와 관리비용 등도 사전에 체크해 두어야 예산 이외의 지출이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레저형 아파트

레저형 아파트는 관광지나 레저시설에 가까워 세컨드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말한다.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 비해 커뮤니티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환금성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며 낮은 관리비용도 매력 포인트다.

레저형 아파트 입지로 인기 있는 곳은 부산과 제주처럼 서울과 접근이 편리하면서 관광 인프라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쾌속 교통망의 확충으로 강원 강릉, 정선, 속초, 양양 등 강원지역도 레저형 아파트 입지로 선호된다. 

세컨드하우스서의 힐링과 더불어 임대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지역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했다가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임대 수요가 없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레저형 아파트를 선택할 때 집이 지나치게 낡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리모델링 비용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의 때 레저형 아파트를 구입했을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레저형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공실 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임대수익을 지나치게 기대하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수익형 호텔

강원도 일대서 분양하는 수익형 호텔 공급도 늘고 있다. 수익형 호텔에는 크게 관광호텔과 분양형 호텔이 있다. 관광진흥법을 적용받는 관광호텔은 부대시설의 수준 등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공중위생관리법과 건축법 적용 대상인 분양형 호텔은 부대시설에 대한 기준이 없다. 분양형 호텔은 투자자가 직접 운영관리할 필요가 없고 임대주택처럼 직접 임차인을 구하는 번거로움도 적다. 위탁관리를 맡기기 때문이다. 

객실별로 등기분양도 받을 수 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으로 투자 부담도 적다. 연수익률 확정 보장을 내건 곳도 많다. 숙박시설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투자자는 해당 시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며 중도금 대출과 연간 이용기간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텔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객실 점유율과 부대시설 활용으로 나뉜다. 객실 점유율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관광객 등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

부대시설에는 연회장·식당·피트니스센터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부대시설을 운영자가 직접 관리하는지, 아니면 일반에 매각하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객실 점유율이 다소 낮더라도 부대시설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해야 투자자에게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으므로 시류에 편승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업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해당 지역의 객실 이용료가 과다 책정됐을 수도 있다. 1년이 지난 뒤 확정수익 보장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도 확인 사항이다. 


분양형 호텔은 위탁법인에 모든 임대관리를 맡기고 객실 매출에 따른 수익을 지급받는 형태다. 호텔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운영업체가 성패를 좌우하는 이유다. 투숙객 유치능력이 좋은 위탁업체를 고르는 것이 투자 포인트다.

주말·휴가 때 사용
휴양지 인근에 마련

부동산 전문가는 “세컨드하우스용 부동산은 무턱대고 찾아 나서기보다 사전에 지역 개발 재료나 분양 정보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매입을 고려한다면 시간과 수고를 줄일 수 있다”며 “현장이나 실물을 보고 확인해 봐야 할 체크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주요 세컨드하우스다.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9-2번지, 11-1번지 일대에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 130실이 분양한다. A동은 연면적 4993.17㎡,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65실, B동은 연면적 1212.00㎡,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71실로 구성된다.

설악동 최초 가족 중심 명품 레지던스 호텔로 전 객실에 프라이빗 온천 스파가 제공된다. 일부 타입은 테라스 공간도 있다. 5개 타입으로 A타입은 전용면적기준 70.75㎡(격과 여유로움의 패밀리형 공간), B타입은 49.80㎡(설악의 아침을 담은 로맨틱 공간), C타입은 39.05㎡(세련미와 감성의 스타일리시 공간), D타입은 19.82 ㎡(공간실속이 뛰어난 개성형 공간), E타입은 22.15㎡(심플한 공간만족의 트렌디형 공간)으로 공급 예정이다. 

패밀리형 위주의 객실 구성 원룸은 물론 2룸, 3룸의 넓고 여유로운 패밀리타입 위주 설계로 거주 및 생활까지 가능하다. 전 객실에 프라이빗 온천 스파가 제공되고 건강과 피부미용에 뛰어난 설악산 온천수를 전 객실에 제공(2017년 상반기)한다. 동과 동 사이에 약 1145㎡(약 350여평) 규모의 근린공원을 조성해 단지환경이 보다 쾌적하다.


67.53%의 높은 전용률로 적용 전용률이 낮은 일반 레지던스 호텔에 비해 파격적인 전용률을 적용, 실사용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 짓는 최초의 명품 레지던스 호텔이다. 

설악산 입구의 랜드마크 500여대 무료주차장 앞 설악산 관문에 위치(설악산 소공원주차장 폐쇄 후 코끼리열차나 셔틀버스 탑승 장소)해 향후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안 조망권을 확보해 사업지에서 좌측 풍경으로 멀리 동해안 바다 풍경을 볼 수 있고 멋진 아침 해돋이도 감상할 수 있다. 속초 주요 관광지 10분 이내 위치해 설악산은 물론 동해바다와 속초 8경 등의 주요 관광지를 차로 10분 내에 누릴 수 있다. 

또한 서울∼속초간 고속화철도, 동서고속도로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1시간대에 도착 가능하다. 풍부한 개발호재에 따른 투자비전도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 고속화철도·고속도로, 양양공항, 크루즈 개발 등 투자가치 최고의 입지로 꼽힌다.
 

▲양양 우미린 디오션(레저형 아파트)= LH와 우미건설, 삼호 컨소시엄은 6월에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양양물치강선지구 2블록에 ‘양양 우미린 디오션’아파트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0층 5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75∼84㎡ 총 190가구로 구성됐다. 

최근 떠오르는 속초생활권을 누리며 단지 동측으로는 동해바다, 서측으로는 설악산 조망이 가능하다(해당세대). 또한, 도보거리에 물치해수욕장, 물치천이 위치하고 인근에 설악해맞이공원과 설악산, 낙산사 등 유명 관광지가 있다. 강현초·중교, 보건지소, 농협하나로마트 등이 인접해 학교 및 생활편의시설 이용 또한 편리하다. 단지 인근 동해고속도로 북양양IC(설악) 및 7번 국도와 인접했다. 
 

▲석모도 리안월드 핫 스프링 빌리지= 인천 강화군 석모도 리안월드가 ‘핫 스프링 빌리지’를 분양한다. 사업지 위치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114-12번지 일원으로 대지면적 9만166㎡며 규모는 약 500세대 풀빌라, 상가 36개, 한옥 빌라 30개, 복합상가 2개, 공공시설, 18 홀 퍼블릭 골프장, 컨벤션센터 및 대형온천탕 등으로 구성됐다. 핫스프링빌리지 완공은 2018년 3월 예정이다. 

사전 정보 파악
실물 보고 결정

리안월드가 분양하는 오너 별장형과 빌라 호텔형의 핫 스프링 빌리지는 한옥, 모던, 프리미엄 빌리지로 세대별 프라이빗 온천탕이 있다. 60℃ 이상의 온천수를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갖췄다. 세대별 온천탕 제공으로 천연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리안온천의 물에는 나트륨과 칼슘과 마그네슘, 알루미늄과 황산이온 등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또 약 66㎡ 면적의 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 사각지대가 없는 시야 및 현대적이며 세련된 외관구조를 갖추었다고 한다. 강화군 석모도는 국책 사업 및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크루즈관광사업과 인천 강화남단 메디시티건설 추진, 그리고 석모도 온천 단지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퀸오브마리나리조트= ㈜퀸오브마리나와 운영사 산화HM가 이달 분양 중인 ‘퀸오브마리나리조트’역시 서해바다의 조망권을 강조한다. 대지면적은 9960㎡, 연면적 2만7892.93㎡의 규모로 영흥도 최초의 프리미엄 복합리조트의 위엄을 자랑한다. 퀸오브마리나리조트는 전 객실이 삼면의 바다로 둘러싸여 일출과 일몰의 오션뷰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객실에 테라스가 구성돼 확 트인 조망과 함께 개방감 또한 느낄 수 있다. 특히 바다에 둘러싸인 입지를 이용하여 900평 규모의 요트 선착장이 구비돼 있어, 탁 트인 바다 조망권을 즐기면서 선상요트 파티부터 수영 강습까지 다양한 수상스포츠가 가능하다. 

요트 선착장과 더불어 인근 시행소유주의 섬인 어평도에서는 당 상품과 연계해 해양레저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어 레저를 위한 투숙객들의 수요충족이 가능해 높은 투자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부대시설인 야외 수영장과 노천장은 겨울에 온천장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이외에 사우나실, 편의점, 키즈방, 멀티게임방, 마사지숍, 노래방 등 다양한 상업 인프라는 시행주가 직접 관리, 운영이 계획돼있다. 때문에 일괄적이고 계획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 부대시설과 프로그램의 시너지 효과로 투자자들의 리조트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근의 인천항, 인천국제공항과 영흥대교의 개통으로 수도권 1시간대의 접근이 가능해 접근성이 높다. 인근의 제부도와 대부도, 영흥도와 송도국제도시 등의 풍부한 관광 인프라 혜택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