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재계> 불붙은 주도권 싸움 막전막후

‘밀리면 끝장’ 외나무다리 결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지났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이전 정권과 확실히 선을 긋고자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급격한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류도 제법 보인다. 문 대통령과 힘겨루기 양상에 돌입한 재계가 대표적이다. 팽팽한 기싸움의 결말은 둘 중 하나. 재계가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을 이겨낼지, 백기를 들지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가 일자리 정책을 둘러싸고 강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재계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가운데 자칫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포문 연 재계
역공세 정부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재계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자신이 주관하는 포럼에서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포럼서 “정부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의 작심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말에도 김 부회장은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방편적 처방에 불과하고,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공공 일자리 창출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 나오자 청와대는 즉각 반응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정부, 노동계, 재계가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건 집권 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총의 주장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모멘텀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경제공약 본격 드라이브
“대화는 없다”…단절된 연결고리

비정규직 정책을 둘러싼 한차례 잡음은 시작에 불과하다. 갈등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올해 최저임금 최종 결정 시한은 오는 30일. 지난 3월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결정되는 사안이라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실제로 과거 최저임금 인상률은 정권 성향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시기에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각각 9%, 10.6%인 데 반해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는 5.2%에 불과했고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7.4%를 기록했다. 

재계는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는 현 정부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는 까닭이다. 적어도 물가 인상률과 엇비슷한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 현실과 불투명한 재벌 경영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은 재계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가운데 자칫 항명으로 비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동상이몽’
불편한 동거

현 정부와 재계의 불편한 동거는 대선 과정서부터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불공정 갑질 근절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강화 ▲하도급 근로자 임금 체불 해결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등을 주요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공약이 이행될 경우 주요 중소기업들과의 공정한 거래 시스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을 서둘러 갖추지 않을 경우 대기업들은 새 정부로부터 집중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선 인상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복합쇼핑몰 규제 등 나머지 주요 경제 정책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임금 비용이 늘어나고, 공격적 사업 영역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는 급격한 경제민주화나 일자리 창출 압박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지난 2월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성명을 통해 경영 투명성 확보, 소액주주 보호 등을 취지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 움직임에 공식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볼 수 없었던
미묘한 냉기류

현 정부와 재계 사이의 미묘한 냉기류는 분명 이례적이다. 과거 대통령들의 경우 취임 직후 경제 단체들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회동을 갖고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화합의 기간을 가져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 후 26일 만에 4대 그룹 총수를 만났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전 손길승 당시 전경련 회장의 예방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전부터 재계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물론 현실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경제부처 내각, 경제 관련 참모진 인선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하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도 있다. 그래도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교류 자체를 꺼려하는 인상이 짙다. 실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가 민간 위원 몫으로 참석하는 것 외에 재계와 특별한 교류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계는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던 문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항명이 불쾌한 대통령
일자리 창출 공감대 어떻게?

더욱이 재계는 새 정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마땅한 통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국가일자리위원회의 ‘일자리 100일 계획’에 따라 비정규직 많은 대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재계로서는 마땅한 의견 제시 기회조차 없다. 하소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여건에 처한 셈이다. 


경총은 작심 발언 후 몸을 낮추는 기색이고 ‘재계 맏형’ 노릇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문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다. 

문 대통령은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경제단체와 양대노총을 초청한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전경련만 제외시킨 바 있다. 현재 전경련은 문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전경련 해체에 대한 대선주자 공개질의’서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출범 한 달이 지나면서 변화 기류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8일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자문위에선 김연명 사회분과 위원장, 대한상의에선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각각 나왔다.

오는 7월10일에는 대한상의가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통해 소통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민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가 경제단체장과 직접 소통하는 첫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총, 전경련 등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이번에도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이도영 일자리위 정책개발부장은 “경총, 전경련과 소통하기 위해 현재 실무진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두 단체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파견할 경제사절단 구성에서도 정부는 재계와의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삼성·현대차·LG 등 총수와 경제단체장 등 31명을 경제사절단으로 꾸린 바 있다. 

뻔히 보이는
눈치싸움

다만 재계의 자발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 정부가 강조해 온 경제공약의 대부분은 한계가 명확하다. 즉, 정부와 재계의 대화는 필수란 뜻이다.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라는 공감대 아래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재계와 소통의 창구를 마련 할거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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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