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②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

첩첩 산골 은둔의 유토피아를 찾아서

6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숲으로 들자.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고 세상을 잠시 잊어보자.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수도권서 멀고 먼 첩첩 산골에 자리한 까닭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서 조침령터널을 통과하기보다 홍천군 내면서 구룡령을 넘는 방법을 추천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룡령 꼭대기에 오르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자. 양양 이정표가 반기는 곳에 서면, 양양 쪽으로 거대한 산맥이 물결친다. 백두대간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흘러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첩첩 산줄기 중에 가장 높은 곳이 설악산 대청봉이다. 
 

신비의 계곡

구룡령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반질반질한 암반이 펼쳐진 수려한 계곡 덕분에 왠지 신비의 땅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60m) 사이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후천의 최상류다. 계곡물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미천골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1km쯤 오르면 양양 선림원지가 반긴다. 절터로 가는 돌계단을 오르면 예상외로 너른 터가 펼쳐진다. 절터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승탑, 홍각선사탑비 등이 덩그러니 남아 빛난다. 1000년도 훨씬 전에 새겨진 탑과 승탑의 조각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린다.

통일신라 시대인 804년 순응법사가 창건한 선림원은 홍각선사가 중창하면서 선종의 대표적인 절집으로 자리 잡았다. 10세기를 전후한 어느 해 산사태에 휩쓸리면서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추측한다. 전성기에는 공양을 짓기 위해 씻은 쌀뜨물이 계곡에 하얗게 흐를 정도로 수도승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계곡 이름이 ‘미천(米川)골’이다. 
 

숲속의집 제2지구, 야영장 등 미천골자연휴양림 시설물을 지나 계곡을 5km쯤 거슬러 오르면 숲속의집 제3지구에 닿는다. 여기가 불바라기약수터로 오르는 출발점이다. 입구에는 차량 차단기가 내려졌고, ‘불바라기약수 5.7km’ 이정표가 보인다. 경사가 완만한 임도라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뜨거운 탄산 약수 한 모금에 가슴이 뻥
수륙양용자동차 체험 천혜의 대자연 만끽

산양 지킴이 구조대 초소를 지나면 미천골 정자가 보인다. 정자 앞으로 높이 약 70m 상직폭포가 콸콸 쏟아진다. 폭포를 지나면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다. 길은 응복산의 품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계곡물 소리, 새소리, 바람이 울창한 나무를 할퀴는 소리를 친구 삼아 걷고 또 걷는다. 
 

어느덧 불바라기약수 삼거리. 여기서 임도를 벗어나 계곡 옆 오솔길로 접어든다. 징검다리를 서너 번 건너면 좁은 계곡에 갑자기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면이 청룡폭포이고, 오른쪽에 황룡폭포가 있다. 

불바라기약수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청룡폭포 상단 바위서 흘러나온다. 거기에 긴 호수가 연결되어 폭포 중간쯤 암반으로 약수가 떨어진다. 약수를 만나는 암반은 철분 때문에 온통 붉은색을 띤다. 
 


불바라기라는 이름은 ‘불 바닥’서 나왔다. 철이 많은 미천골 곳곳에 대장간이 들어서 온통 불 바닥이었다고 한다. 물맛이 강해 목젖이 불을 삼킨 듯 뜨겁게 느껴질 정도여서 불바라기라고 불렸다는 말도 있다. 

한 모금 들이켜니, 불처럼 뜨거우면서도 탄산이 든 약수가 시원하다. 잠시 후 내 안에 막힌 뭔가가 뚫린 느낌이 든다. 내려오는 길에는 탁족을 즐기자. 차가운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미천골자연휴양림서 하룻밤 은둔을 즐겼으면 다음 날은 양양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서자. 가는 길은 물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후천은 미천골과 몸을 섞은 뒤 남대천으로 변하고, 결국 바다를 만난다. 미천골서 후천을 따르면 해담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으로 깨끗한 후천이 흐르고, 사방을 수려한 봉우리들이 감싼다. 
 

해담마을은 전국에서 잘나가는 체험 마을 중 하나다. 주민들은 알려지지 않은 오지를 색다른 자연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곡은 수륙양용자동차를 타는 기막힌 코스가 됐고, 나무가 빽빽한 숲은 삼림욕장, 널찍한 계곡 옆 공간에는 통나무집과 야영장이 들어섰다. 

해담마을서 가장 인기 있는 레포츠는 단연 수륙양용자동차 타기다. 천혜의 숲과 계곡, 대자연을 배경으로 즐기는 수륙양용자동차 타기는 놀이기구와 다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해담마을서 다시 후천을 따라 내려가면 송천떡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 간이 상점서 그날 만든 떡을 판다. 일단 여기서 떡을 맛보는 게 순서다. 인절미, 수리취떡 등 어느 걸 먹어도 맛나다. 

장작불에 삶은 떡쌀을 떡메로 치고 손으로 주무르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매일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떡을 만든다. 마을 안쪽에는 떡 만들기 체험과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있다.
 

양양 시내에 들어서면 후천은 남대천과 몸을 섞는다. 남대천은 영동 지역서 가장 맑고 긴 강으로, 연어가 돌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대천연어생태공원에는 우거진 갈대 사이에 생태관찰로가 조성됐다. 느긋하게 걷다 보면 갈대 사이로 남대천이 불쑥 나타나고, 멀리 낙산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이 남대천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연어가 돌아오는 곳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면 양양의 자랑, 낙산사를 만난다. 낙산사는 설악산 줄기가 동쪽 바다로 잦아들면서 너른 동해를 향해 선 오봉산(낙산)의 품 안에 자리한다. 거대한 해수관음상 앞에서는 바다와 설악산이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일출이 유명한 의상대를 지나면 바닷가 석굴에 자리한 홍련암이 나온다.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낙산사를 세웠다는 창건 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홍련암의 관음보살은 간절하게 절을 올리는 아낙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양양 선림원지→불바라기약수→미천골자연휴양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양양 선림원지→불바라기약수→미천골자연휴양림  
[둘째 날] 미천골자연휴양림→해담마을→송천떡마을→남대천연어생태공원→낙산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양양관광 http://tour.yangyang.go.kr
- 미천골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 해담마을 http://hd.invil.org
- 송천떡마을 http://songcheon.invil.org
- 낙산사 http://www.naksansa.or.kr

문의 전화
-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229
- 미천골자연휴양림 033)673-1806
- 해담마을 033)673-2233
- 송천떡마을 033)673-8977
- 낙산사 033)672-244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양,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30~23:3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직행 하루 9회(07:00~19:5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http://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 IC→구룡령로→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힐하우스 : 강현면 동해대로, 070-8817-2883, http://www.hillhouse.co.kr (굿스테이)
- 미천골자연휴양림 : 서면 미천골길, 033)673-1806, http://www.huyang.go.kr
- 흐르는강물처럼 : 현북면 법수치길, 033)673-0941, http://riverruns.net 

식당 정보
- 천선식당(뚜거리탕(꺽저기탕)·은어구이): 양양읍 남대천로, 033)672-5566
- 실로암메밀국수(막국수·보쌈): 강현면 장산4길, 033)671-5547, http://www.siloammemil.com
- 달래촌(약산채밥상): 현남면 화상천로, 033)673-2201, http://dalraechon.net
- 해녀횟집(섭국·물회): 손양면 수산1길, 033)671-9977 

주변 볼거리 양양 진전사지, 하조대, 남애항,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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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