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간당간당한 이양호 마사회장

적폐 리스트 오를라 ‘전전긍긍’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사태서 한국마사회는 정유라라는 시대가 낳은 괴물을 탄생시킨 ‘둥지’로 꼽힌다. 그 여파로 당시 현명관 마사회장이 밀려나고 이양호 현 마사회장이 마사회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도 자리가 위태롭다. 회장 선임부터 알박기 인사란 비판이 나오면서 예견된 수순이다.
 

한국마사회는 설립 후 꾸준히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유난히 외풍이 센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설립되고 내부 승진을 통해 회장이 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권 눈치보기 
TF…실효성은?

1922년 4월 조선경마구락부(사단법인)서 1949년 한국마사회로 회명을 변경한 이후 60년의 기간동안 34명이 회장이 거쳐갔지만 회장직은 ‘관피아’ ‘낙하산’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을 차지한 정당이 전리품처럼 자신의 인사들로 마사회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선 인물은 현명관 전임 마사회장이었다. 낙하산 논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 회장은 2013년 12월 회장직에 오르면서부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현 전 회장은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68년 감사원서 부감사관으로 일했다. 

1981년에는 호텔신라 이사로 선임돼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삼성 주요계열사의 요직을 거치며 2010년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삼성을 떠나기까지 삼성맨으로 살았다


. 그는 박근혜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기도 하다. 현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다.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기획한 인물이다. 

이 점 때문에 현 전 회장이 마사회장직에 오르자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왔다. 마사회가 설립한 산하재단 ‘렛츠런재단’에 자신이 과거 속했던 전경련과 삼성 출신 인사들을 등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속된 논란에도 현 전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서 물러났다. 그 배경에는 최순실 사건에 그가 이끈 마사회가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마사회와 현 전 마사회장은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산 대상 명단에 포함?
솔솔 부는 ‘조기강판론’

공석이 된 마사회장 자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새로 선임되는 회장에 따라 마사회 의혹 해결을 위한 조사에 협조 정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서 마사회는 투명한 인선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사회 노조측은 회장 인선 막바지에 성명서를 내고 마사회가 바뀌기를 희망했다. 노조는 현 전 회장에 대해 “체질을 개선한다고 포장했으나 사실상 조직을 사유화해 조직 내 줄세우기, 낙인찍기로 일관했고 경영농단을 일삼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과 관련한 의혹에 연루돼 마사회에도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마사회 내부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공석이었던 공공기관장 인선을 단행했다. 가장 먼저 단행한 공공기관장 인선은 마사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하산과 알박기 인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정부는 TK(대구+경북)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후임 회장으로 이양호 전 농촌진흥원 원장이 마사회장으로 낙점됐다. 일각에선 최순실 관련 의혹을 핵심 연결고리인 마사회의 의혹을 감추기 위해 TK 출신을 회장 자리에 앉히는 ‘알박기’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툭하면 사건
비리 백화점

이 회장은 마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1983년 총무처 수습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주로 농림부에 몸 담다 2016년 8월 농촌진흥청장 자리를 끝으로 잠시 공직생활을 떠나있었다. 

그는 TK 인사로 분류됐다. 이 회장은 구미시서 태어났으며 영남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인선 과정도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는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어수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각종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던 황 전 국무총리는 시급한 현안을 제쳐두고 서둘러 마사회 회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황 전 총리는 마사회 회장 인선과 관련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이런 공백들을 메우는 일은 부득이 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경제’라는 논리는 끌어들였다.

하지만 당시 많은 공공기관장들의 인선이 밀린 상황이라 뒷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은 “국민과 국회로부터 탄핵당한 박근혜정부가 국회와의 협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재빨리 인사권부터 행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황 권한대행은 마사회장 내정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여타 공기업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최순실 사태와 연관된 마사회 의혹들을 감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의 인선 강행으로 이 회장은 마사회에 합류할 수 있었다. 또한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마사회는 국민들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으며, 나라는 문재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알박기 논란 속에 선임
해소 못한 최순실 의혹


이에 따라 마사회에 대한 관심도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마사회 관련 의혹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알박기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던 이 회장을 조기 강판하고 적합한 인물을 새로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순실과 마사회의 커넥션 논란은 재판정서 계속되고 있다. 최순실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사회 인선에 최순실이 개입한 사례들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5월 봄 강남 삼성동의 한정식집서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를 만났는데 정씨가 이상영(전 마사회 부회장)씨를 ‘앞으로 마사회에 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장 겸 부회장직에 올랐다.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15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박 전 전무에게 연락해 “정윤회 실장을 만나게 해 달라. 유임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조기 강판에 대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최순실 사태라는 외부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이 회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가 싫은 
공기업 특성


논란 속에 인선된 이 회장이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마사회는 내부적으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사회는 공공기관 가운데 2번째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 방향에 따라 대수술이 불가피한 조직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마사회에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언론의 눈길이 마사회에 집중됐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유명 마필관리사 박경근씨가 지난 27일 자살한 것이다. 박씨는 2004년부터 마필관리사로 일하면서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박씨는 전날 오후 9시 아내와 통화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유서에는 ‘X같은 마사회’라고 시작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마사회에 대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마필관리사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안정성을 보장받기 힘들다. 따라서 박씨가 열악한 일자리 때문에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동조합은 박씨의 죽음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가혹한 착취 구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향후 마사회에 대한 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상생일자리’ TF를 구성한 상황이었다.
 

한국마사회는 현 정부 일자리창출 정책의 선도적 이행을 위해 ‘상생 일자리TF’를 신설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부회장을 총괄TF팀장으로 하고 주요 부서장이 대거 포진해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었다.

이 회장은 “경영 효율화서 공공성 강화로 공공기관 정책이 옮겨지는 추세에 발맞춰 일자리 마련과 상생경영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며 “전담조직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적극 부응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하지만 TF가동 초기에 박씨 자살 파문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여기에 이 회장의 실행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알박기 논란까지 제기됐던 이 회장이 마사회 개혁의 당위성을 마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아닌 마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마사회 내 문제를 개혁하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방만 경영으로 재미를 본 마사회가 회장 선임에서부터 알박기 인사라는 약점을 가진 이 회장의 개혁 의지를 오롯이 실행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의혹과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불가피해보인다.

개혁 목소리
매번 그때뿐

공공기관 출신의 한 인사는 “마사회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한 공공기관은 개혁을 실행해야 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로 회사 내부서조차도 개혁에 시큰둥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개혁 의지와 추진력을 가진 기관장이 필요한데 알박기 회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 회장이 직원들의 동의를 구해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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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